회음후 열전 2 - 한신 드디어 대장군에 제수되다.

2011. 9. 9. 01:36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한신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등공은 쓸만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어 왕에게 강추를 합니다.

생긴 대로 말도 번드르르하게 잘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겨우 말 몇 마디만 나누고 어찌 사람의 능력을 그리 잘 안답니까?

 

왕은 한신을 식량을 담당하는 치속도위로 삼으나 별로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만약 한신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했다면, 장군의 자리에 제수해야지 겨우 식량이나 담당하는 자리라...

이번에도 또 먹는 식량과 관계 된 일입니다.

 

예전에 무위도식할 때 정장이라는 사람 집에서 얻어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집 마누라가 맨날 밥만 축내는 식충이라고 생각되어 자기들끼리 일찍 밥을 해 먹고

한신에게는 끼니때가 되어도 밥을 주지 않아 절교를 하고 나온 적이 있고

빨래터에서 빨래하던 아낙이 굶주린 그에게 불쌍해서 밥을 주니 "아줌마! 내가 나중에 은혜 갚겠수~" 하자

"웃기고 자빠졌네, 사내자식이 꼬락서니가 불쌍해서 밥을 주었지....

너나 잘하세요~"하며 무안을 당하며 밥을 얻어먹은 적도 있어 먹는 일과는 아주 관련이 많습니다.

물론 나중에 한신이 잊지않고 정말 이 빨래터의 아낙에게 은혜를 갚았더랫습니다.

 

어느 날 왕의 귀염둥이 승상인 소하가 한신과 말은 나누어 보고는 한신의 능력을 제대로 알아봅니다.

소하라는 사람도 신기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어찌 몇 마디 말만 나누고 사람의 능력을 알 수 있담 말입니까?

 

소하는 한신을 여러 번 추천을 했지만 왕이 시큰둥하자 한신은 자신이 여기서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도 또 튑니다.

왜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한신에게서 나왔는지 아시겠죠?

 

한신이 튀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하는 왕에게 알릴 새도 없이 그의 뒤를 쫓아가니

어떤 사람이 왕에게 이르기를 "승상인 소하가 도망을 갔습니다." 하고 꼬여 바치니 왕은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많은 군사들이 도망을 가는지라 "부루투스~ 가 아니고 소하! 너 마저도?" 하며 낙담을 했는데 며칠이 지나자

소하가 "하이~"하며 돌아옵니다.

 

"그대는 왜 튀었느냐?"

"신이 어찌 폐하를 버리고 달아나겠수? 달아난 한 사람을 붙잡으려고 갔수..."

"그게 누군데?"

"한신이라 작자유."

 

"진중에 달아난 자가 여럿이고 장수들도 있는데 그대는 모른 척하다가 왜 그 녀석을 쫓았는가?"

"다른 장수들은 주위에 널렸지만 한신같은 자는 둘도 없는 인물이우... 폐하께서 한중 왕에 만족하신다면

한신에게는 시키실 일이 없지만 천하를 손에 넣고 싶으시다면 한신없이는 곤란하우..."

 

"천하를 내 품에? 그거 좋다. 그래 한신을 장수로 쓰자."

"한낱 장수로만 쓰신다면 그 녀석은 또 튑니다. 

워낙 튀는 게 장기라서요."

"그럼 대장군?"  

 "오 케이~ "

 

이리하여 식량 담당에서 졸지에 대장군에 제수되었습니다.

한신은 소하라는 승상이 적극 밀어주어 낙하산을 타고 두둥실 대장군으로 내려옵니다.

한신이 이렇게 클 수 있었던 이유는 멘토를 잘 만났기입니다.

 

그러자 소하가 또 한 마디 합니다.

"또 예를 차리지 않고 하십니다.

그러니 자꾸 인재가 떠나는 겁니다.

대장군으로 삼으려면 길일을 택해 목욕재계하고 대장군 임명식을 폼 나게 해 주셔~~"

 

짜증이 나지만 승상이 이야기하는데 어쩝니까?

흉내라도 내야죠.

하라는 대로 합니다.

 

여기에 대해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회음후 열전에서 이렇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유방은 “왕께서 그를 대장으로 임명하려 한다면 반드시 좋은 날을 골라 재계(齋戒) 하시고 단장(壇場)을 설치하여
의식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라는 소하(蕭何)의 진언에 따라 배장단을 만들었다.)

 

이렇게 지금의 한중 땅에서 유방을 예를 차리기 위해 배장단이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곳이 배장단이랍니다.

한신이 대장군이 되니 모두 놀랄 수밖에요...

역시 백이 좋구나 합니다.

 

한신을 옆자리에 앉히고 한나라 왕이 묻습니다.

"승상과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승상이 그대를 적극 밀어 나에게 보냈다. 우선 계책부터 말해 보거라."

한신은 땡큐를 연발하며

"지금 동쪽으로 나아간다면 천하의 라이벌 항우가 있죠?"

"그렇지."

 

"주상께서는 항우와 비교하여 누가 더 어질고 용맹하다고 생각합니까?"

아~ 아프다....

"내가 항우보다는 못하지." 

 

한신은 두 번 절하고 왕을 칭송합니다.

"신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 왕이 겸손을 떨었더니 맞장구치니 싸가지 없는 녀석이네~라고 생각했지만 참습니다.

"그러나 신은 항우를 섬긴 적이 있습니다.

그놈은 싸가지가 없어 화가 나 성질부릴 때는 모두 쩔쩔매지만,

부하를 믿지 못하고 일을 맡기지 못하니 그것은 필부지용(匹夫之勇)이지요."

 

어쭈구리~ 이제부터 문자까지 쓰기 시작합니다.

저잣거리에서 비렁뱅이처럼 밥이나 얻어먹고 지내던 한신이 문자를 쓰기 시작합니다.

한 왕은 얼른 노트에 좋은 말이라고 메모합니다.

 

"항우는 사람을 만난 때 공손하고 정이 넘치고 말투도 부드럽습니다.

병사가 아프면 자신의 아픔인 양 눈물을 흘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습니다.

그러나 공을 세운 자에게 포상할 때 아까워 주물럭거립니다.

 

한 마디로 쪼다라는 말입니다.

지금은 힘깨나 있어 주위의 제후들이 굽신거리고 그가 지나간 자리는 

메뚜기가 쓸고 간 것처럼 싹쓸이를 하여 민초들의 원망이 하늘을 찌르지요.

지금은 강하나 머지않아 갑니다요."

 

"반면 주상께서는 이름처럼 가슴이 넉넉하고 부드러운 유방이라 지나가는 곳마다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진나라의 가혹한 법령을 폐지하고 오직 사람을 죽인 자에게 사형, 다른 사람을 헤친 자에게와 도둑질한 자에게만

벌을 주는 단 석줄의 법만 제시한 삼장(三章)의 법만 약속했습니다. (유방은 또 메모합니다)

 

백성이 주상을 원하는데 게임은 끝입니다.

주상께서 한나라 왕으로만 있는 것에 만백성이 애통해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군사를 일으켜 동쪽으로 '나 지금 들어간다.'라고 한 장의 격문만

띄워도 백성들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만세를 부를 것입니다."

만약 항우가 한신을 먼저 대장군으로 중용했더라면 한신이 유방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유방은 "너를 지금 만난 게 후회스럽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감동 먹습니다.

이렇게 앞에 사람을 두고 칭찬할 때는 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과 비교하며

그의 장점을 나열하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제부터 행동에 옮겨야지요.

행동하지 않는 용기는 개털입니다.

 

한나라 원년 8월 드디어 유방은 "가자~ 동쪽으로"를 외치며 한중을 떠나 파죽지세로 나아갑니다.

세상일이란 게 그렇습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습니다.

팽성에서의 전투에서 처음 쓴맛을 보았지만 항우의 군대도 서쪽으로 들어 올 생각을 못합니다.

 

한중이라는 곳은 지리적으로 중원에서는 거대한 산맥에 가로막혀 쉽게 들어가기 어려운 지형이지요.

제갈공명이 한중에 근거를 두고 북벌을 했던 이유도 그런 지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한족은 바로 유방이 한중에 머무르며 한중왕에 올랐기에 한족의 유래가 되었지요.

한중이라는 지명도 바로 이 지역을 흐르는 한수(강)라는 강의 중간 지점에 있는 도시라 한중이라고 불렀습니다.

 

내일 계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