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맹 이야기 둘

2011. 7. 21. 08:46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초나라 재상 손숙오는 우맹이 어질다는 것을 알고 그를 잘 대해 주었습니다.

얼마 후 재상은 병으로 죽게 되자 아들을 불러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죽고 나면 너는 가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면 우맹을 찾아가 '제가 손숙오의 아들입니다'라고만 말하거라."

 

손숙오가 죽은 지 몇 해가 지나자 그의 아들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아버지의 유언대로 우맹을 찾아갑니다.

 

"저는 손숙오의 아들입니다.

선친께서 어려워지면 어르신을 찾아뵈라고 하셨습니다."

"멀리 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라!" 하고는

다음 날 우맹이 손숙오의 생전 모습으로 그대로 변장을 하고 나타났습니다.

 

의관을 갖춘 모습은 물론 손짓과 말투까지 빼다 박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손숙오가 살아 돌아왔다고 여길 정도로 똑같았습니다.

우맹은 배우 출신이라 이런 변장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얼마 후 장왕이 연회를 베풀자 우맹이 앞으로 나아가 장왕에게 축수를 빌자 장왕은 놀라 까무러칠 뻔 했습니다.  

"아니? 그대는 제상 손숙오가 아니오?"

"우맹입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장왕은 우맹의 인품을 높이 샀기에 재상으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너 재상 할래?"

"마누라와 상의를 하고 사흘 후에 재상의 자리에 오르겠습니다."

사흘 후,

우맹이 장왕에게 나아가자.

"그래 공의 부인이 뭐라고 했소?"

 

"제 아내는 초나라의 재상 자리는 오르지 않는 게 좋다고 합니다. 

손숙오 같은 분이 재상으로 계시며 참으로 청렴결백하고 충성스럽게 폐하를 모심으로 

폐하는 패자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식솔들은 부친이 워낙 청렴하게 살아왔기에 부친이 죽은 후 송곳을 꽂을 땅조차 없어

땔나무까지 내다 팔며 연명하고 있으니 재상의 자리에 오르지 말고 이대로 죽는 게 낮다고 합니다."

 

장왕은 한 방 먹었습니다.

크게 깨닫고 우맹에게 사례를 하고 손숙오의 아들을 불러 4백 호를 내리고 아버지 제사를 모시게 했습니다.

 

이야기는 우맹의 재치로 그 뜻을 폈다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장왕의 사람됨이 대단합니다.

권력을 쥐고있는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알아채고 바로 고친다는 일 말입니다.

당시에 왕이라고 하면 우리 생각에 안하무인에 제멋대로라고 생각하지만,

장왕은 너무나 인간적입니다.

그런데 佳人은 살아가며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니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