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음후 열전 1 - 한신 겨우 목숨을 건지다.

2011. 9. 6. 09:18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회음후란 진나라와 한나라 교체기에 항우, 유방과 더불어 천하를 3등분 할 정도로

이름을 크게 떨 한신(韓信)을  말합입니다.

장량과 소화와 더불어 한나라가 천하를 다시 통일하는데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오늘부터 한신 이야기나 해 보렵니다.

 

우리가 지금도 많이 사용하는 배수진, 토사구팽, 다다익선, 필부지용이라는 고사나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저잣거리 시정잡배의 가랑이 밑으로도 기어간다"라는 뜻인

과하지욕(袴下之辱)과 같은 고사와 관련이 있는 말을 남긴 풍운아입니다.

이런 말을 많이 만들었다 함은 그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회음 사람이라 회음후(淮陰侯)라고 하며 평민으로 지낼 때 행실이 좋지 못해

추천해 주는 사람도 없고 장사도 할 줄 몰라 늘 남의 집에 얹혀살며 얻어먹고 살아있기에

 언제나 사람들이 그를 피했습니다.

한 마디로 쉽게 말하면 백수에 건달에 노숙자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그런데 건달이라도 질이 나쁜 건달이라는 말이지요.

 

회음의 백정 중에서 한신을 우습게 여기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사람들이 많은데 한신을 모욕하기 위해 "야 인마! 너는 체격도 좋고

칼도 즐겨 차지만 속은 겁쟁이지?" 하며 놀렸습니다.

사실 백정이라면 칼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겠어요?

 

그리고 "네가 나를 죽일 용기가 있다면 나를 찌르고 그럴 용기가 없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가라!" 하며 창피를 주었을 때 한신은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정말 머리를 숙이고 그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갔고 이를 본 저잣거리 사람들이

모두 한신을 겁쟁이라고 놀린 일화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간과하고 갔던 일은 한신의 수치스러운 일만 기억한다는 것이죠.

사실 나쁜 놈은 호기를 부리며 으스대던 백정 그놈이 아닌가요?

그렇다고 사람을 그냥 칼로 찔러버렸다면 그 또한 나쁜 일이라 욕을 했겠지요.

사람을 모욕하기 위해 사람으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백정이 한 일 아닌가요?

 

항우의 숙부인 항량이 회수를 건널 때 한신은 칼 한 자루만 달랑 들고 그를 따라가

그의 휘하에 들어갔지만 역시나 였습니다.

누가 그런 겁쟁이를 거들떠보기나 합니까?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누구의 추천 없이 취직을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없잖아요.

항량이 전투에 패하자 이번에는 항우 밑으로 들어가 낭중이 되어 여러 차례 계책을 올리지만,

항우도 그를 역시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말단에서 아무리 좋은 기획안을 올려도 채택되기 어려운 것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하늘이 그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누가 한신을 알고 챙겨주겠어요?

꿈도 야무진 녀석입니다.

 

그렇다고 또 토끼처럼 다른 곳으로 튑니다.

유방이 촉으로 들어가자 이번에 한신은 초나라 항우에게서 달아나 한나라 유방의 휘하에

들어갔는데 아마 이때 토끼처럼 튀어 다니다 토사구팽을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라 나라를 옮겨 다닌다는 일은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지만,

중국이라는 나라는 이렇게 나라를 옮겨 다니며 자신의 뜻을 편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워낙 땅이 넓어 나라라는 개념은 이웃 동네 정도로 생각했더랬지요.

 

한신은 유방에 몸을 의탁하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그곳에서도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곡식 창고나 관리하는 연오라는 낮은 직책에 머물러 있습니다.

유방의 입장에서는 어디서 흘러들어온 개뼉다귀로 생각했지

훗날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어렵잖아요?

 

그러다가 무슨 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명이 연루되어 참수형을 선고받고 하나씩 목이

달아났는데 13명의 목이 달아나고 이제 한신 차례가 되었습니다.

아~ 이렇게 여기서 목이 달아나면 오늘부터 쓰기 시작했던 회음후 열전이 끝나버릴 텐데, 어쩌지요?

 

다급해진 한신은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들고 보니 등공 하후영이 보여 다짜고짜로 말합니다.

"주상께서는 왜 천하를 취하려 하지 않습니까?" 참 건방지고 당돌한 놈입니다.

아닌 밤 중에 홍두깨라...

갑자기 사형을 당할 녀석이 천하를 운운합니다.

 

참수형을 받는 주제에 천하를 입에 올립니다.

그러고는 "큰 꿈을 지니신 분이 왜 나 같은 잘난 장사를 죽이시려고 하십니까?" 

 

등공이 한신을 보니 허우대는 멀쩡하고 용모 또한 범상치 않고 말도 번듯하게 잘합니다.

그래서 "저 녀석은 빼고 나머지는 '못 먹어도 고~'를 지시합니다.

한신의 승부수가 먹힌 거지요.

 

역시 사람은 번듯하게 잘 생기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佳人은 세상을 살아가며 늘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았나 봅니다.

이는 佳人의 잘못이 분명 아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佳人에게 돌아온다는 일은

분명 불공평한 일입니다.

 

내일 계속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