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3. 07:45ㆍ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우리와는 다른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우리와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나라라 많은 부분이 같으리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역시 다른 나라였습니다.
도심의 색깔부터가 다릅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가 무척 큰 광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띕니다.
우리나라도 한때 여의도에 큰 광장을 마련했지만, 지금은 도심 공원으로 변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수목이 우거진 공원이 많다는 것도 우리와는 다릅니다.
토지의 소유 개념이 자본주의와는 다른 국가 소유라 그런가요?
어느 도시를 가나 도심에 여러 개의 공원이 있는 것은 부러운 일입니다.
이번에 볼 곳은 국기게양대입니다.
높이 30m라면 무척 높은 국기게양대겠지요?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 후에의 국기 게양대는 여기보다 조금 낮은 29.52M라고 하고요.
아침저녁으로 자기들은 절도 있다고 하겠지만, 우스꽝스러운 로봇과 같은 걸음걸이의 군인들이
정확히 보폭 75cm에 108걸음/분당 rpm으로 걸어 오가며 국기를 달고 내리고 하겠지요?
영혼도 없는 로봇과 같은 모습으로 아주 기계적으로 말입니다.
원래 국기 하강식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에서 두 나라가 경쟁적으로 발을 높이
들어 올리며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하는 게 압권 중의 압권이던데...
천안문 광장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국기대가 있습니다.
여기에 걸린 오성홍기는 공화국 제일기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이 제일 먼저 국기를 게양한 이래 지금까지
아침마다 국기게양식을 하고 있답니다.
매일 아침 해 뜨는 시각에 국기게양식을 한다고 합니다.
오늘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국기대 앞에서 해보렵니다.
이게 가이드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자유 여행자의 특권이 아니겠어요?
그러면 佳人과 함께 1천8백 년 전으로 잠시 돌아가 볼까요?
우리 동양권에서는 의료계에서 유럽의 히포크라테스처럼 추앙받는 사람이 화타라는 인물이 있잖아요.
우리나라의 허준처럼 추앙받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를 일컬어 신의(神醫)라 했던가요?
밑도 끝도 없이 국기게양대 앞에서 웬 화타 이야기냐고요?
원래 佳人이 엉뚱한 사람이잖아요.
공연히 가벼운 이야기를 무겁게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묻고 따지시면, 저 무서워합니다.
워낙 중국이라는 나라는 사실보다 과장하기를 좋아하는 곳이라 믿기 어렵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좌우지간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마취제도 발명하고
외과수술도 한 사람으로 알려졌습니다.
로마 제국의 유적지 폼페이에 가면 실제로 당시 외과 수술을 했던 도구와
그 모습을 그린 그림이 발견되기도 했으니 화타가 세상에서 제일 먼저(?)
수술을 한 외과의는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독화살이 박힌 관우의 어깨를 수술로 열어 검게 변색한 뼈를 긁어내고 독을
제거했다는 일화는 비록 소설 속의 모습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수술한 화타보다 통증을 참기 위해 묵묵히 수술하는 동안
바둑을 둔 관우가 더 폼이 났지요.
잠시 화타가 조조와의 만남을 돌아봅니다.
佗曰「大王頭腦疼痛,因患風而起。病根在腦袋中,風涎不能出。枉服湯藥,不可治療。
某有一法:先飲痲肺湯,然後用利斧砍開腦袋,取出風涎,方可除根。」
화타가 말하길 "대왕 두뇌의 동통은 두풍을 앓아서 생김입니다.
병이 뿌리가 뇌대에 있으며 풍연이 나오지 않습니다.
잘못 탕약을 복용하니 치료할 수 없습니다.
제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마폐탕을 마시고 연후에 날카로운 도끼를 사용하여 뇌를 쪼개고 절개하여..."
옴마나~ 이 얼마나 바보 같은 화타입니까?
언어 사용도 그렇습니다.
당시로는 너무 파격적으로 황제보다도 더 큰 자리에 있는 조조에게 '날카로운 도끼로
뇌를 쪼개고 절개하여'라는 단어를 겁도 없이 사용한 화타입니다.
울랄라~ 죽어 마땅하지요.
사실 도끼라는 단어는 수술용 칼을 의미하는 말이겠지만요.
그 후 더 진행된 이야기도 들어볼까요?
操大怒曰:「汝要殺孤耶!」
조조가 크게 분노하여 말하길 "너는 나를 죽이려고 하는가?"
보세요.
벌써 오해하잖아요.
누구나 화타의 수술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조조처럼 오해하고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당시의 상황을 볼 때 화타가 나쁘지 왜 조조를 나쁜 사람으로 취급합니까?
왜 사람들은 조조만 미워합니까?
조조는 가끔 조조할인도 하여 경제에 도움도 주는 사람인데...
제가 이번 여행에서 우연히 삼국지연의 저자인 나관중 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한번 나 선생을 만나 따져보려고 했으나 제가 중국말을 몰라서...
佗曰:「大王曾聞關公中毒箭,傷其右臂,某刮骨療毒,關公略無懼色?
今大王小可之疾,何多疑焉?
화타가 말하길 "대왕은 일찍이 관우 공이 독화살에 맞아서 오른쪽 팔을 손상하여
제가 뼈를 긁어내 독을 치료하는데 관우 공은 대략 두려운 기색이 없음을 들어보셨습니까?
대왕께서 조그만 질병인데 어찌 의심이 많으십니까?"
아니 머리 수술이 작은 질병이라고요?
도대체 화타가 제정신입니까?
그리고 잘난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과 비교당하는 게 제일 기분 나쁩니다.
천하를 놓고 경쟁하는 처지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젠장 이번에는 관우와 비교하며 더 기분이 나쁘게 말합니다.
그리고 더 기분 나쁜 일은 말대꾸를 또박또박하는 겁니다.
만약 여러분이 조조의 입장이라면 요렇게 말대꾸를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하는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겠어요?
화타가 의술에는 뛰어난 인물인지 몰라도 사람을 들여다보는 심리학에는 영 아닙니다.
사람에게는 이렇게 모든 능력을 주지 않았나 봅니다.
操曰:「臂痛可刮,腦袋安可砍開?汝必與關公情熟,乘此機會,欲報讎耳!」
조조가 말하길 "팔 통증은 긁어낼 수 있는데 뇌는 어찌 쪼개 보는가?
너는 반드시 관우 공과 정이 익어서 이 기회를 틈타서 내게 원수를 갚으려고 할 뿐이다!"
보세요.
조조도 자신을 관우와 비교함에 화를 내고 의심까지 하잖아요.
그리고 속내를 한번 떠보는 겁니다.
그래도 수술을 어찌하는가 알고는 싶은 겁니다.
呼左右拏下獄中,拷問其情。
좌우를 호령해서 화타를 잡아 투옥하게 하며 정황을 고문하게 했다.
우리는 삼국지에 나오는 많은 영웅호걸을 보고 감탄하지만,
조조만 간웅이니 뭐니 하며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소설 속의 이야기지만, 이 대목에서도 조조는 중국의 히포크라테스를
죽이는 우를 범합니다.
귀여움 받기는 어림없는 말이겠지만, 만약 여러분이 이런 처지에 있다면
어떤 행동을 하셨겠어요?
당시로는 감당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도끼로 머리통을 뽀갠다고 하는
사람에게 잘한다고 칭찬만 하시렵니까?
부(斧)라는 단어는 도끼를 일컫습니다.
그러니 도끼로 머리를 열어 뇌를 어쩌구저쩌구 한다면
그런 말을 듣고 속 편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공연히 조조만 나쁜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것으로 화타는 소설 속이지만, 세상과 교통 하는 유효기간이 종료되는 사태를
맞이했는데 화타는 늘 편두통에 시달리는 조조에게 뇌수술을 권하다가
조조를 살해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고 소설 속에서 처형을 당했지요.
그런데 국기 게양대 앞에 서면 화타의 이런 행동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나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이 이야기를 살펴보며 화타와 비교 검토해 보기로 합니다.
국기게양대에는 뇌종양으로 사경을 헤매던 중국의 어린 소녀인
주흔월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2006년 뇌종양 말기 판정을 받아 이미 시력까지 잃은 여덟 살 난 소녀인 주흔월...
그 소녀의 평생소원이 바로 천안문 광장에서 매일 아침에 열리는
오성홍기인 국기게양식을 한번 보는 일입니다.
환장하게도 겨우 여덟 살 난 어린이가 아주 국기를 사랑하는 아이였군요?
머리에 물이 차는 상태로까지 병이 깊어져 국기 게양식을 보기 위해
북경까지 간다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 주덕춘은 아이의 소망을 위해 전 재산을 팔아 고향인 장춘에다
천안문 광장의 모형을 만들기로 합니다.
거짓으로 천안문 광장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이 소식에 감동한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주흔월만을 위한 장춘에서의
가짜 천안문 광장의 국기게양식이 열립니다.
의장대도 동원되고 중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주흔월은 보이지도 않은
국기게양대를 향해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 나는 방향으로 마지막 힘을
다해 손을 들어 국가에 맞춰 경례했고 그동안 창백했던 얼굴에 홍조까지 띠게 되었답니다.
다음 날 아침 주흔월은
"어젯밤 꿈에 세상을 볼 수 있었어요.
병도 다 나았고 모두 함께 천안문 광장에 가 국기가 올라가는 것을 보았어요."라고 했답니다.
스토리를 보면 어디서 읽어본 이야기의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미국의 작가인 오 헨리가 지은 '마지막 잎새'가 생각나는 이야기 전개입니다.
다만, 담벼락이냐 광장이냐의 차이고 미국의 이야기는 자연의
나무 잎새고 중국은 애국의 의미인 오성홍기라는 차이만 있지요.
중국판 "마지막 잎새"를 그린 많은 사람의 온정으로 소녀는 마음의 눈을 떴고
소녀의 병도 낫게 했습니다.
환장하겠습니다.
중국은 오성홍기만 봐도 뇌종양도 낫게 하는 효험을 지녔습니다.
워낙 중국이라는 나라는 전설의 고향의 오리지널 국가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중독성이 강해 모두 믿기에 우리처럼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는 자체가 이상한 짓입니다.
만약 화타가 이 소리를 들었다면 뭐라고 했겠습니까?
"옴마야~ 난 바보였나 봐~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라고 하지 않았겠어요?
늘 두통에 시달리는 조조에게 도끼로 머리를 쪼개어 머리통 열자고 하여 공연히
죽음을 자초하지 말고 오성홍기만 짜잔~하며 보여주면 될 텐데 말입니다.
역시 화타는 간단한 방법을 모르고 힘들고 위험한 도끼를 들고 開頭수술을
하자고 주장한 하수에 불과한 인물이었습니다.
죽어 마땅한 화타가 되고 말았습니다.
화타여?
빵차 몇 대 불러 얘들 불러올까요?
도끼보다는 얘들이 매일 피나는 연습으로 국기 한 번 올리면 뇌종양이
말끔히 사라지는데 왜 도끼는 들먹거려 인생의 유효기간을 단축하려 하시나요?
화타여~
오늘 우연히 천안문 광장의 오성홍기 앞에 서니 그 아이에 얼굴에 홍조까지
띠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고 화타의 얼굴이 오버랩되며 안타까운 죽음이 생각나서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했소이다.
비하하거나 조롱하려고 한 이야기가 아니라 갑자기 생각이 났다우~
물론 오성홍기의 놀랍고 영험한 효능, 효과에 대하여 전 런민이 알고 있겠지만,
화타가 이 말을 들었다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고 하지 않았을까요?
화타를 바보로 만든 국기게양대여~ 영원하라~~
화타를 부끄럽게 만든 오성홍기여~ 높은 곳에서 바람에 휘날려라~~
Why worry?
오늘 佳人이 제대로 이상해지는 날인가 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중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신화 속의 신비스러운 나라입니다.
만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국기 게양대에도 화타가 놀라 자빠질 이야기가 있습니다.
관우도 재물을 가져다준다고 재물신으로 섬기고 최근에는 마오쩌둥도 재물을
불려준다고 신의 반열에 올라 집집이 마오의 사진을 걸어 놓았더군요.
국기에도 신이 함께하는 중국
인간도 금방 신이 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런 나라에서 뭬가 두려워 인터넷은 통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쒸~ 중국에서는 다음 블로그가 열리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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