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삐아오(华表 : 화표)

2011. 11. 25. 08:05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천안문으로 들어가는 문 앞을 보시면 양쪽으로 두 개의 같은 모양의 돌기둥이 있고

그 위에 개로 보이는 상상의 동물이 냉큼 올라가 앉아 있네요.

물론 천안문으로 들어가면 안에는 금수교가 있고 역시 양쪽으로 돌로 만든 비석처럼 생긴 돌기둥이

각각 좌우로 두 개 서 있습니다.

아주 말쑥하게 잘 빠진 돌기둥입니다.

그 이름을 화삐아오(华表 : 화표)라고 한다는군요.

 

그냥 힐끗 보고 지나칠 수 있는 그런 평범하게 보이는 돌기둥입니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이 또한 평범한 돌기둥이 아닙니다.

화표란 원래 대부분 다리나 궁전, 성벽 앞에 세워놓은 일종의 상징적 장식이라는군요. 

일종의 건축 양식으로 보이고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물 중의 하나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하네요.

그 돌은 대리석과 비슷한 한백옥(漢白玉)이라는 석재로 북경 서남쪽 방산현이라는 곳에서 나오는 것으로

주로 궁궐 건축에 사용하는 석재랍니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와는 일맥 통하나 봅니다.

 

천안문 앞쪽과 뒤쪽에 각각 두 개씩 모두 네 개가 있고 기둥은 용과 구름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가만히 바라보면 마치 용이 구름 위로 승천하는 모양입니다.

용이 새겨져 있다면?

그렇지요.

이 기둥은 황제와 틀림없이 연관이 있을 겝니다.

화표는 주로 궁전이나 종묘 앞에 세우거나 교통 요지에 세우는 일종의 지표입니다.

용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지지 않으세요?

 

전설에 의하면 고대 제왕이 일반 백성의 의견을 듣기 위해 궁 밖에 간고(諫鼓)를 걸었고,

길에는 방목(謗木)을 설치하였다고 하네요. 

기원은 요순시대로 한참 올라간다고 합니다.

요 임금 시절에는 조정 밖에 북을 걸어 놓고 무슨 의견이 있는 사람이 북을 치면 제왕이 그것을 듣고

북을 친 사람을 만나 간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니 일종의 신문고인 셈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일종의 표식으로 변했다 합니다.

당시는 나무로 만들었기에 표목이라고 불렀다는군요.

이렇게 옛날에는 의견을 널리 구하여 듣고 취합한다는 의미였으나 세월이 지나며

그냥 상징적인 표식으로만 남게 되었답니다.

 

화표의 모습을 분석해 보면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柱頭(주두=신수가 올려진 머리), 柱身(주신=용이 새겨진 기둥), 基座(기좌=사각형의 받침대)가 있고

 주두 바로 아래에 승로반(承露盤)이라고 하는 하나의 원형 석판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둥 위에는 횡으로 운판(雲板)이라고 구름을 형상화한 멋들어진 조각이 걸려 있습니다.

정말 멋진 조각 작품을 보는 듯합니다.

 

이는 한무제(漢武帝)가 하늘에서 내린 감로수를 仙人이 받아서 건네면 장생불로 한다고 하여 그것을 마셨다고

하는데 이렇게 선인이 두 손을 들어 들고 있는 것을 승로반이라고 한다는군요.

한무제는 선인 정도는 마음대로 부리는 위치였나 봅니다.

중국에서 신선으로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세요?

하늘에서 밤새 내리는 감로수라는 이슬을 힘들게 두 손을 쳐들고 받고 있다는 일은 벌 받는 일이잖아요.

  

한무제 유철을 낳은 어머니 왕미인의 내력을 알아보면 참 어처구니없는 여인이었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태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 됨됨이가 아닐까요?

그러나 명(明) 청(淸) 시기에 와서는 이 승로반 위에 허우((犼 : 후)라고 하는 개와 비슷한 작은 신수를

조각하여 올려놓았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이런 작은 표식 하나도 변해가나 봅니다.

 

이 갯과의 동물은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개라는 상상의 동물이라고 합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용의 아홉 아들 중 하나라고도합니다.

정말 환장하겠습니다.

용이 어쩌다 개를 낳았답니까?

 

용이 佳人도 모르는 사이에 밤에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녔기에 집안 망신시키며 개를 낳다니요?

야간 통행금지도 없었나요?

개와 용은 전혀 비슷하지도 않아 호적에서 빼버려야 합니다.

용이 용다워야 용이지 용이 개 같은 용이 되면 그게 용입니까? 나 원 참!!!

 

비록, 상상의 동물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렇게 새로운 종의 동물을 많이 만드는 나라입니다.

중국의 유전자 기술은 그 역사가 수천 년 전으로 올라갈 것입니다.

중국만큼 상상의 동물이 많은 나라는 없을 겁니다.

 

이 동물은 사리에 무척 밝은 동물로 이곳에 있는 이유는 천안문 앞쪽에 있는 것은 황제가 궁을 나서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면 빨리 돌아와 나랏일을 돌보라는 의미로 망군귀(望君歸)라고 하고,

천안문 안쪽에 있는 것은 궁 안에만 머물고 있으면 방탕한 생활에 빠질 것을 염려해 궁궐 밖으로 나가

백성의 삶을 살피라는 의미로 망군출(望君出)이라고 부른답니다.

나가면 나간다고, 있으면 있는다고...

 

그러니 그냥 장식품이 아니고 황제는 늘 부지런하고 백성을 두루 보살피며 바쁘게 살라는 의미입니다.

에효~ 하늘의 아들이라는 황제가 기껏 갯과의 吼에게 지시나 받고 살아야 합니까?

중국의 개는 무척 똑똑해요~

 

밤에는 어쩌나 하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밤에는 잠을 자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옴마야~

낮과 같은 자세로 앉아 있네요.

 

도대체 황제는 어쩌란 말입니까?

나가면 나간다고 뭐라고 하고 안에 있으면 안에만 있다고 투덜대고....

황제란 개만 못합니까?

허우란 녀석이 밤낮으로 저렇게 지키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요... 원래 세상 사람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세상 어느 나라나 국민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다만, 더 많은 사람을 만족시킨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 광장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큰 광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밤에도 심심하기에 천안문 앞에 나와 허우와 놀다 갑니다.

밤에는 광장 안으로 출입을 금지하는군요.

 

아고라의 본질은 언제나 열린 귀로 내 의견도 중요하지만, 남의 의견도 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내 의견도 중요하지만, 반대 의견도 귀담아듣는 광장이 진정한 아고라가 아닐까요?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어찌 그런 게 민주주의라 할 수 있겠어요?

어느 사람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지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조심하세요.

저 허우라는 녀석은 우리가 지난밤에 무슨 일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답니다.

그러기에 나쁜 짓을 했다면 천안문을 통과할 때 외면하고 많은 사람이 들어갈 때 슬쩍 묻어 들어가야 할 겁니다.

 

또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했네요.

내일은 자금성 안을 기웃거려 보렵니다.

여행자는 오늘도 밤을 낮 삼아 돌아다니며 시비도 걸며 추근거려 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저는 여행을 하며 주로 껍데기만 보고 다닙니다.

사실 껍데기는 중요한 것을 감추거나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그 속을 알기 어려운 여행자는 여행하며 껍데기만 보고 그곳을 판단하기 쉽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만이 껍데기에 환호하고 열광합니다.

佳人은 언제나 속도 두루 살피며 다니는 참 여행자가 될까요?

백년하청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