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쉬창(許昌)으로 간 까닭..

2013. 2. 13.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춘추루에서 관우를 만나고 다시 걸어서 조승상부로 갑니다.

조승상부...

조조가 황제를 이곳에 모시고 원래 머물던 곳을 헌제에게 양도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새로 승상부라고 지어 그곳에 머물렀지요.

두 곳은 그리 먼 곳이 아닙니다.

걸어서 가도 금방 도착하네요.

 

지도를 한번 볼까요?

어때요?

지도를 보시니 찾아가기가 너무 쉽지요?

일단, 춘추루를 다시 나와 뒤쪽인 북쪽으로 그냥 쭈욱 올라가면 됩니다.

 

멀리서 조조가 우리의 방문을 반기고 있습니다.

아! 어쩌면 좋겠습니까?

천하를 가슴에 품은 저 위풍당당한 모습을...

간웅이라고요?

 

컥! 어디 앞모습만 위풍당당이라고 할 수 있나요?

뒷모습에서도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나요?

팬클럽 회원들이 무척 많았겠어요. 그쵸?

쉬창에서의 조조는 간웅이 아니라 영웅이었습니다.

 

조조가 관우보다 더 좋은 이유는 여기 조승상부 입장료도 저렴하고 특히 다른 곳과는 달리

50세 이상은 60원에서 반표인 30원을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이러니 입장료가 비싼 중국에서 조조가 귀여움받지 않겠어요?

이런 조조를 어찌 미워할 수 있겠어요.

조조야 후세사람에게 명령하며 많은 사람이 무료로 구경하라 하고 싶겠지만,

관리비라도 건져야 하지 않겠어요?

 

시안의 관림은 외국인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절대로 할인해주지 않더군요.

중국인 지들끼리만 깎아준다고 해서 속이 상했어요.

佳人은 그런 관우가 너무 미워요.

 

조조는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사내임이 분명합니다.

학생은 거기서 또 반으로 디스카운트 해 15원만 받네요.

이러니 조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네요.

조조 화이팅!!!!

 

오늘 쉬창의 조승상부를 방문하니 조조를 만나보렵니다.

여기 쉬창에서는 조조가 짱입니다.

특히 여기는 조조가 그 꿈을 키운 승상부가 아니겠어요?

간웅이니 뭐니 하다가는 큰일 날 것 같습니다.

 

조조가 처음 쉬창으로 도읍을 옮기게 된 이유는 천문관의 이야기를 듣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동탁이 죽자 장안으로 동탁의 볼모로 끌려갔던 황제는 다시 뤄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지요.

 

폐허나 다름없는 뤄양성은 중국의 네로를 꿈꾼 동탁이 뤄양을 버리고 황제를 납치하여

장안으로 도망할 때 모두 불태워버리고 낄낄거리며 즐거워했던 곳으로 황제는 조조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조조는 드디어 중앙무대로 등장하며 황제를 지근거리에서 모시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어느 날...

천문관이 조조에게 보고합니다.

"천문을 보건대 태백성이 은하수를 꿰뚫고 형성의 운행도 그것을 따라 두 별이 서로 만나려 합니다.

이런 일은 천 년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 할 일입니다."

컥! 천 년에 한 두 번이라...

 

"그래서?"

"金과 火의 두 별이 만나면 반드시 새 황제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짐작건대 한나라의 맥도 머지않아 끊기고 새 황제는 진위(晉魏)지방에서 나타날 기운이 엿보입니다."

 

여러분은 佳人과 함께 지금 조조와 천문관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잠시 엿들었습니다.

귀신 씻나락까먹는 소리가 분명하지만, 조조는 이 말에 때가 왔음을 짐작합니다.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스치는 것을 佳人이 분명이 보았습니다.

 

조조의 질문은 무척 간결합니다.

왜?

하늘의 기운이 자신에게 기울었다는 말을 좀 더 느끼고 싶어 말을 아끼고

천문관의 이야기를 즐기기 위함입니다.

 

천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라며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천문관이 웃기고 있지는 않습니까?

날씨도 청명하지 못한 중국 내륙에서 어떻게 하늘의 별이 그날만 뚜렷하고 정확하게 보였답니까?

진시황도 당했다는 제2의 서복을 보는 듯합니다.

 

이놈아!

고장난 시게도 하루에 두 번은 정확하게 맞는 법이야~

인간아~ 인간아~ 아름다운 인간아!

백 년이라도 살며 천 년을 노래하렴~

 

일은 인간은 도모하고, 그 결과는 하늘이 결정한다고 했지만,

사실 모두 인간이 꾸미고 인간이 저지르잖아요.

말이란 만들기 나름입니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지만, 새로운 황제는 천문관이 하기 나름인가 봅니다.

 

한실(漢室)은 화성의 가문이지요.

그리고 조조는 토성의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미 하늘이 한실을 멸하고 조조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라고 계시를 내렸다는데

무얼 망설인단 말입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그랬다고 새 세상은 땅의 기운마저 호응하는

새로운 곳으로 천도해야 하잖아요?

 

쉬창이 바로 토성방향의 땅입니다.

조조도 토성의 기운을 타고났으니 쉬창으로만 천도하면 한실은 그 기가 쇠하고

조조의 가문은 일취월장하게 되겠지요.

게다가 뤄양은 이미 동탁이 도망할 때 불 질러버려 폐허나 다름없으니

천문관은 황제에게 다음 날 바로 천도하기를 권유합니다.

이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마치 미리 각본에 짜인 대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황제도 처음에는 조상이 일군 곳이라 반대했지만, 지금은 조조에 위탁하는 처지라

반대만 할 수 없기에 결국, 조조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드디어 쉬창으로의 천도는 이렇게 엉뚱하게도 천문관의 말 한마디 때문에 이루어지게 된 겁니다.

 

이로써 한실은 사직을 고하는 처지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물론 소설은 답을 보고 거꾸로 써내려가기에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정확히 읽어낼 수 있지요.

佳人도 소설을 쓰라고 하면 이렇게 쓸 수 있걸랑요.

 

이렇게 쉬창으로 도읍을 옮긴 조조는 토성의 기운으로 400여 년간이나 이어 온 한실의 목을 조르기

시작하는데 바로 토성이 화성을 기운을 누르고 말입니다.

이게 무슨 스타워즈도 아니고 이미 중국은 이때부터 우주전쟁에 돌입했나 봅니다.

 

한 고조인 유방이 사상(泗上)에서 뜻을 펴면서 3척이나 되는 칼을 차고 망탕산에서 흰 뱀을 베고

의병을 모아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뜻을 펴고자 뛰어든지 3년 만에 진(秦)나라를 절단내고

5년 만에 다시 초(楚)를 평정하고 400여 년이 흐른 뒤 스타워즈의 기운을 받은

조조가 이제 한실의 끝을 보려 합니다.

조조에게 오늘 광선검 하나 선물하고 싶습니다.

 

저물어가는 한실은 충신 몇 사람의 혈판장으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우주의 도도한 기운을 어찌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서산 너머 지는 석양을 무슨 힘으로 막는단 말입니까!

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작가뿐입니다.

 

오늘 우리는 일정을 변경해 원래 뤄양으로 가려던 계획을 쉬창으로 급변경했습니다.

이미 기울기 시작한 화성의 기운을 토성의 땅인 쉬창이 눌렀다는 곳으로...

 

이렇게 쉬창이란 조조에게는 약속의 땅이었나 봅니다.

무지개가 아름답게 피어오르고 미래가 보장된 아름다운 땅 말입니다.

이렇게 쉬창으로 헌제를 모시고 온 일은 조조가 그냥 자다가 벌떡 생각해낸 일이 아니었나 봅니다.

 

오늘부터 佳人과 함께 조조에게는 미래가 보장된 약속의 땅이며 한나라에는 숨통을 조였던

비운의 땅이었던 쉬창의 조 서방의 홈 그라운드를 걸어 다니며 구경하려 합니다.

이제 함께 하시면 토성의 기운을 받아 건강은 물론, 하시는 모든 일이 술술 풀리실 겁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토성의 기운인지 화성의 기운인지 이런 헛소리하는 사람은 전에도 있었지요.

누구냐고요?

바로 삼국지 이야기의 실마리를 제공한 황건적의 수령 장각입니다.

 

장각은 "창천이사 황천당립 세재갑자 천하대길(蒼天已死 黃天當立 歲在甲子 天下大吉)"이라는

것을 내세우고 민초를 규합했다 합니다.

이 말은 "푸른 하늘이 죽고 노란 하늘이 일어나니, 갑자년에 천하가 크게 길해지리라"는 의미라 하네요.

그러니 "토성이니 금성이니," 하는 말과 "푸른 하늘이니 노란 하늘이니," 하는 말과 무엇이 다르겠어요.

황사의 나라 중국이기에 노란 하늘도 보이고 푸른 하늘도 가끔은 보이겠네요.

 

그러나 조조의 천문관은 성공한 사람이라 칭찬받았지만, 황건적의 수령은 실패한 일이었기에

부관참시당하는 슬픔을 겪었지요.

같은 하늘을 팔아 장사했지만, 세상일이란 이렇게 성공하면 충신이요,

실패하면 역적이 되는 게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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