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2011. 10. 6. 06:25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상일에 점점 심드렁해집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목표하는 일이 없어진다는 의미일 겁니다.

예전에는 가족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생각할 게 많았고 더군다나 주변에서

조언을 바라는 사람이 많아 정신없이 살았지만, 이제는 자식도 모두 성장했고

현직에서 물러나 찾는 사람조차 없기에 무엇을 꼭 내가 해야만 한다는

간절한 목표조차 사라졌기 때문일 겁니다.

  

 

삶의 짐을 내려놓으면 홀가분하고 즐거울 것 같지만, 이런 시기에 접어드니 그렇지만도

않은데 이게 백수도 되었고 나이가 들어 외로움을 타는 일인가 봅니다.

그러기에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에 빠져들면

세상 살아가는 일이 조금은 더 즐거워지지 않겠어요?

역시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 무언가 바라는 일이 있어 그곳으로 나아가야만

사는 맛이 있을 것 같네요.

 

 

佳人에는 여행이 무척 즐겁습니다.

물론 직접 길을 나서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뿐 아니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일도 즐겁습니다.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는 즐거움도 좋고 여행기를 직접 쓰는 일도 좋습니다.

 

저녁노을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듯 인생의 황혼에서도 조금은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데 여행을 하며 아름다운 모습을 자꾸 바라보다 보면

 佳人의 삶도 아름다워지리라 믿고 싶습니다.

 

 

여행이란 처음에는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해 떠났지만,

점차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과 교통 하는 일도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처음에는 혼자만의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고 글을 썼으나 

어느 날, 그런 기록이 여행을 좋아하고 준비하는 다른 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여행을 당장 떠날 계획이 없으신 분일지라도 佳人의 여행 이야기 속으로 함께

상상여행을 하신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佳人이 걸었던 길을 다른 분이 걸어가셨다는 말을 듣고 정말 기뻤습니다.

비록, 인생의 황혼길이지만, 황혼이기에 더 붉게 빛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하지 않는 사이버 세상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같이 즐길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조차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 아닐까요?     

 

 

여행은 느끼는 것입니다.

보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모두 느끼는 것입니다.

그냥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면 하나의 점이지만,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내가 걸어가면 그게 내 인생의 길이 되며 내 여행의 목적지가 됩니다.

 

 

왜 걷느냐고요?

그냥 걷는 겁니다.

살아가는 인생길에 왜 사느냐고 묻지 않듯이...

가다가 좋은 풍경을 만나면,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갈 겁니다.

 

 

울퉁불퉁한 길도 걷다 보면 좋은 길도 만나고..

좁을 길을 걷다 보면 넓은 길도 만나고...

낭떠러지도 자꾸 걷다 보면 그게 길이 되는 겁니다.

걷는 것이 그런 것 아니겠어요?

 

 

아무리 험한 길을 걷다가도 나무 한 그루 만나 햇볕이라도 잠시 가리고

쉴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한 일이 아니겠어요?

비라도 퍼붓는다면 비를 피할 수 있어 행복한 일이 아니겠어요?

잠시 이마에 흐른 땀이라도 훔치고 갈 수 있다면 그 또한 즐거운 일이 되지 않겠어요?

잠시 멈추고 서서 휘파람으로 노래라도 한 곡조 부르고 가면 어떻겠습니까?

걷는 도중 쉼표가 있다는 일은 즐거운 일이지 싶습니다.

 

 

여행은 움직이는 것입니다.

여행이란 난생처음 보는 길을 걷는 일입니다.

몸만 움직이는 게 아니고 마음 또한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인생의 길을 만들고 느끼기 위해 여행길에 나섭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떠나기에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과

이야기 속에서나마 같이 다닌다면 함께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여행은 정해진 길이 없습니다.

여행 계획은 거쳐 가는 큰 도시만 정하고 떠납니다.

그곳에 도착하면 좋은 곳을 물어보고 다니렵니다.

 

 

여행은 새로운 길을 가는 겁니다.

누군가 다녀왔더라도 처음 가는 내게는 언제나 새로운 길입니다.

내가 걸어갔던 길을 후행이 따라오도 그 길은 새로운 길입니다.

그래서 여행은 항상 새롭습니다.

 

 

제일 먼저 처음으로 해외로 나가는 여행을 배를 타고 다녀오려 합니다.

인천에서 톈진을 거쳐 베이징으로 들어가며 여행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중국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佳人에 베이징은 처음입니다.

그러고 보니 촌스러운 사람이라 주로 변두리만 부지런히 다닌 모양입니다.

 

 

사실, 아무리 여러 번 중국이라는 나라를 다녀왔더라도 중국은 언제나

새롭게 느껴지고 다녀온 곳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더 많은 나라가

중국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배를 타고 떠난 여행도 처음입니다.

이래서 또 하나의 세상을 만나고 경험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행은 행복을 찾아 떠나는 힘든 일입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사실 형체도 없는 행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본 사람조차도 없습니다.

 

세상의 진리가 모두 자기 손안에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보지도 알지도 못합니다.

그 이유는 행복이란 항상 내게 멀리 떨어져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겁니다.

행복한 삶을 바라지 말고, 佳人은 내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잘 걷든 못 걷든 우리가 걸어가는 게 우리의 길이 듯, 잘 살든 못 살든

우리가 살아가는 게 우리의 인생입니다.

살아가는 게 별것이겠습니까?

오늘도 묵묵히 걸어가듯 그냥 살아가는 겁니다.

 

 

여행은 걱정 많은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걱정 없는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걱정 없는 삶을 바라지 말고 걱정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비록, 걱정 속에 휘둘릴지라도 그 안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서고 싶습니다.

처음 떠나는 곳에 대한 두려움으로 걱정하기보다

그 걱정 속으로 들어가 걱정마저 즐기며 다니렵니다. 

 

 

여행은 만남입니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의 숨소리도 듣고 싶습니다.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들의 삶 속에 함께 녹아든 여행이 되지 않겠어요?

걷다가 우두커니 서서 그들과 마주치면, 격의 없는 미소라도 주고받고 싶습니다.

여행이란 나만의 느낌만이 아니고 그들의 일상과도 서로 끈을 맺고 있잖아요.

서로 교감하는 여행이야말로 참여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 佳人의 여행 이야기를 읽고 계신 님과도 만남입니다.

서로 약속하지 않아도...

서로 일상에서 모른 체 지나치며 살아가더라도...

우리는 이렇게 글을 통해 만나기도 하잖아요.

 

 

여행은 한 권의 이야기 책입니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가 그대로 녹아있는 아름다운 이야기 책입니다.

여행한다는 일은 그 이야기 책을 한 페이지씩 읽어가는 일이 아닐까요?

그러기에 돌아다니며 세상의 지혜를 하나씩 알아가는 일이기도 하고요?

 

여행이란 바로 내가 살아가는 나에 대한 이야기 책입니다.

오늘 이번 여행의 표지를 만들었습니다.

한 달 후, 돌아와 이야기 책의 속을 채워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佳人의 이야기 책 마지막 뒷장까지 완전히 만들고 싶습니다.

 

 

여행은 삶입니다.

삶...

정말 그랬습니다.

삶이 말입니다.

걷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듯 살다 보면 누구나

종착역에 도착하는 게 아니었던가요?

 

 

이제 우리 부부 또 미지의 세상으로 배낭 하나 둘러메고 길을 나섭니다.

여행...

조금 나이 들어 늦게 시작하면 어떻습니까?

체력도 약해 조금 천천히 다니면 또 어떻습니까?

 

 

여행이란 어차피 내 마음 끌리는 대로 다니는걸요.

그냥 배낭 하나 둘러메고 길을 나서렵니다.

걷다 보면 그게 길이 되고 삶이 되지 않겠어요?

이번 여행에서도 우리 부부 많이 걸어 다니며 보렵니다.

 

 

우리 부부의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일정은 약 한 달간으로 10월 11일 13시 00분에 인천 제2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텐진(天津)으로 들어갑니다.

처음 계획했던 날자 1주일 전후로 톈진으로 가는 승선권이 모두 매진되어 급작스럽게

2주나 앞당겨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행 계획이 엉망이 되어 제대로 준비조차 못하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베이징(北京)으로 올라가 며칠 구경하다가 산시(山西) 성에 있는

따퉁(大同)으로 갈까 하며 따퉁에서 현공사와 운강석굴을 보고

타이위안(太原)으로 내려가 핑야오 고성도 돌아보고 그 주변의 마을도

시간을 내어 구경하려고 합니다.

 

 

그다음 허난(河南) 성으로 넘어가 뤄양, 정저우, 카이펑 등 오래된 역사의 고장을

살펴볼까 하고 그리고 산둥(山东) 성으로 넘어가 공자의 고향

취푸와 타이산을 올라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보고 딱 한 달 만인 11월 11일 인천으로 배를 타고

돌아오려고 하며 출발할 때는 아무 예약도 없이 큰 지역만 정하였고

그곳에서 수시로 변경하며 다닐 예정입니다.

이게 한 달 코스 일지 몇 달 코스 일지 몰라도 한 달만에 마치고 돌아와야 합니다.

작년에는 주로 구이저우 성을 중심으로 돌다 보니 주제가 자연의 모습이었지만,

올해는 역사적인 유적이 중심이겠네요.

 

이번 여행도 끝내고 돌아와 여행기를 쓸 때가 되면 가을은 벌써 저만치 가버렸을 겁니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계절 따라 또 한 해가 지나가 버릴 겁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한 달 후에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혹시 佳人의 여행 일정을 보시고 추천하실 만한 곳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정보도 있으시면 글을 남겨주세요.

여행 도중 이곳에 들러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혹시 길에서 우리 부부를 만난다면, 미소 한번 지어주시고

등이라도 토닥거려 주세요.

그러면 힘을 얻어 돌아온 후 사진과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배낭을 꾸려 정리가 끝나는 대로 길을 떠나렵니다.

이번 여행에서 돌아와 글을 쓸 때가 되면 틀림없이 또 후회할 것입니다.

이건 이렇게 했더라면...

또 저것은 저렇게 했더라면 하고요.

우리가 살아가며 늘 지난 세월을 돌이켜 후회하듯 여행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네 삶이고 여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