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성 다퉁 가는 길

2012. 2. 3. 08:00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일망무제(一望無際)...

아득하게 멀어서 눈을 가리는 게 없어 그 끝을 알 수 없다고 했습니까?

바로 몽골 초원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후허하오터에서 출발해 다통으로 오는 내내 나무조차 자라지 않는 그런 척박한 구릉이 계속됩니다.

얼마 전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에서 근래 천 년 동안 많은 별이 나타났다가 사라졌지만,

그중의 최고의 영웅을 꼽으라면 칭기즈칸이라 했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몽골의 초원...

1226년 늦가을 칭기즈칸은 몽골의 용맹한 병사를 이끌고 대제국의 꿈을 안고 서하 정벌에 나섭니다.

무리를 이끌고 한참 말을 달려 서쪽으로 나아가던 그 일행 앞에 아름다운 푸른 초원이 펼쳐졌습니다.

마치 카페트를 깔아놓은 그런 초원입니다.

칭기즈칸은 그만 순간적으로 말 위에 앉아 꽃이 피고 맑은 물이 흐르는 풍광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늘 보아왔던 모습이지만, 오늘만은 다른 풍경으로 보였습니다.

 

비록 말 등에 앉아 세상을 호령했지만, 그에게도 이런 감정은 있었던 겁니다.

아주 아름다운 모습에 취하여 순간 칭기즈칸은 그만 손에 들었던 말채찍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곧바로 그의 부장이 말에서 내려 채찍을 집어 주려 하자 칭기즈칸은 이를 막아서며

오히려 막 떠오른 시를 읊조렸습니다.

 

후투티가 둥지 튼 보금자리,

무너진 왕조 부흥하는 땅,

나 백발노인 편히 쉴 곳이로다.

(梅花幼鹿栖息之所, 戴勝鳥儿孵化之鄕, 衰亡之朝復興之地, 白髮吾翁安息之邦)

매일 말만 타고 전쟁만 즐겼던 사람이지만, 그도 개념 있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물론 후세에 쓴 소설이겠지만...

 

이 시를 읊조리고 떠난 환갑을 넘긴 이 정벌이 칭기즈칸의 마지막 출정 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1227년 아주 무더웠던 여름의 어느 날 칭기즈칸은 서하 원정길에서 얻은 풍토병으로

그만 영원한 안식을 얻게 되었습니다.

 

말 위에서 세상을 호령할 수 있어도 세상을 다스릴 수는 없습니다.

세상을 공포에 떨게 한 사람은 칭기즈칸이지만, 원나라를 만들고 세상을 다스린 사람은

손자인 쿠빌라이가 아닌가요?

말 한 필에 올라 세상을 호령하였지만, 그에게도 아킬레스건은 바로 물이었습니다.

그렇게 거침없이 전진만 하는 몽골의 기마부대도 물만 만나면 쥐약입니다.

 

그곳이 바로 지금 칭기즈칸 능원이 있는 어얼뚜어스(鄂尔多斯)시 이진후어뤄치(伊金霍洛旗)의

간더리(甘德利) 초원이라는군요.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이 또한 후대에 만든 가짜 능이라 합니다.

원래 몽골의 황제들은 묘를 알리지 않고 몰래 쓰는 밀장(密葬)이 유행했습니다.

세상에 칭기즈칸의 무덤은 존재하지 않는데 중국에서 무덤을 만든 배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칭기즈칸은 몽골사람에게는 영웅 중의 영웅이라 무덤을 만들고 그 무덤을 만든

수천 명의 인부를 모두 죽였습니다.

그리고 그 인부를 죽인 병사를 또 모두 죽이고...

이렇게 여러 차례 진행하다 보면 정말 묘가 있는 곳을 알 수 없게 되잖아요.

 

그러니 이곳에 있다는 왕소군 묘도 뻔뻔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오로지 중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중국을 어찌해야 합니까?

 

묻고 또 묻고..

간신히 버스를 타고 박물관이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박물관 역시 입구에는 백마상이 있습니다.

몽골 초원에 말을 빼고는 상상할 수 없는가 봅니다.

그럼 안에는 말뼈만 전시해 놓은 건 아닌가요?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박물관이 이전했다는 겁니다.

이제 이곳은 빈 건물이고 박물관이 박물원으로 확장 이전했다는 데 그곳이 교외에 있다고 하네요.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이럴 때는 깨끗하게 포기하고 돌아 서야 합니다.

 

하루 숙박을 하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기차역 앞에서의 언짢은 일로 말미암아 우리 부부는 이미 11시 23분 기차표를 미리 끊어 놓은 상태입니다.

 

물론 박물관 말고도 몇 군데 돌아볼 곳이 더 있지만,

대부분 사찰이라 중복하여 볼 이유가 없을 듯하여 훠처짠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탑니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합니다.

열차 내부는 어젯밤처럼 그리 혼잡하지는 않습니다.

함께 좌석에 앉아가는 사람과 통하지 않는 말이지만, 제스처로 대화도 나누고 우리가 가져간

초콜릿도 나누어 먹습니다.

다통까지는 그야말로 나무가 보이지 않는 그런 척박한 땅입니다.

 

오늘 아침 베이징에서 후허하오터에 도착할 즈음 같은 방에 있는 젊은 남자가 우리 다음 행선지가

다통이라 말하자 절대로 버스는 타지 말고 꼭 열차를 타고 가라 했습니다.

기차는 도착시간이 예상되지만, 다통까지 도로 사정은 언제 막힐지 모르고 위험하기에

버스는 절대로 타지 말라고 했거든요.

 

한참을 달리는데 옆에 앉은 사람이 우리 부부에게 창밖을 가리키며 소금호수라 알려줍니다.

거대한 소금 호수가 보이기에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이 소금은 진상이라 말하는 산서성 사람들이 중국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되는데 중대한 기여를 하였다죠?

나중에 우리 부부가 갔던 곳이 진상의 본고장인 핑야오 일대와 그 주변의 대원이

바로 소금 장사로 돈을 벌었다 하더군요. 

 

열차여행이란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이번 여행 중에는 여러 번 열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열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는 우리에게 여행 정보가 되기도 했고 우연하게 소개를 받아

직접 찾아간 곳도 있었습니다.

워낙 두서없는 여행이기에 추천하면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큰 실망만 하고 원래 목적했던 다통에 오후 4시에 도착했습니다.

어젯밤부터 도대체 기차를 몇 시간이 탔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밤 9시간을 탔고 다시 아침 11시 23분 출발하여 4시에 다통에 도착했으니

모두 13시간 30분 정도를 기차를 탔군요.

 

이 모든 일이 여행사 삐끼 짓도 하고 부업으로 소매치기도 하며 한국말을 하는 투잡족 그 사람 때문입니다.

이번 여행에는 촨디시아춴에 가려고 버스를 타다가 아주머니에게 당할 뻔하고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지금까지 여행하며 불쾌한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여행은 별로 상쾌하지 못한 일이 자꾸 생깁니다.

그래도 아무 피해가 없었기에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어요.

두 군데 모두 공통으로 혼잡한 버스정류장입니다.

혹시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은 특히 혼잡한 버스정류장에서는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쓰셔야 하겠네요.

 

기차역 앞에 나오니 영어가 능한 사람이 자기 명함을 주며 투어 권유를 하네요.

CITS 직원이랍니다.

운강석굴과 현공사 두 곳을 100원에 1일 투어를 한다 합니다.

물론 교통편과 영어 가이드만 포함된 비용입니다.

 

예약하지 않아도 아침 8시 전에 사무실로 오면 버스를 타고 출발할 수 있다고 사무실을 알려줍니다.

사무실은 기차역을 등지고 위의 사진처럼 오른쪽을 보면 雲雷여관 건물이 보이고 뒤편으로 들어간다 합니다.

일단 시간은 있기에 저녁에 고민하기로 합니다.

 

이 또한 괜찮은 가격이지만, 우리 부부의 여행 목적은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이라 그 방법은 포기합니다.

시간을 버시려면 이 여행사를 이용하여 하루에 두 군데를 모두 보시는 게 무척 유리합니다.

우리 부부야 우리 마음대로 천천히 다니기를 원했기에 서둘러 따라다니는 투어를 하지 않을 뿐입니다.

 

우리를 호객하던 사람이 벌써 서양 관광객 세 사람을 물고 사무실로 가는군요.

또 다른 방법은 택시를 대절해 도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 차 한 대에 300원/1일 정도는 주어야 하는 것으로 압니다.

3명 이상이면 택시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고 두 사람이며 여행사 1일 투어가 유리하겠군요.

그러나 가장 저렴한 방법은 시외버스나 시내버스를 타고 직접 찾아가는 방법이지만,

현공사와 운강석굴을 하루 만에 본다는 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움직이면 못 보지는 않을 듯합니다.

 

우선 숙소를 구해야 합니다.

기차역을 등지고 광장 왼편을 보니 위의 사진처럼 삔관이 서너 개 보입니다.

그리로 가기로 합니다.

바로 제일 앞에 있는 높은 건물이 통양삔관으로 들어가니 여직원이 영어를 하는군요.

 

인터넷도 되고 1박에 120원이라고 하는 것을 3박을 하는 조건으로 깎아 하루에 75원에 3박을 결정합니다.

3박이라는 게 우리의 무기였습니다.

3박을 하는 이유는 오늘은 이미 저녁이고 내일 현공사, 모레는 운강석굴과 시내 구경을 하고

글피 아침에 타이위안으로 가기 위함입니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천천히 다닙니다.

 

다시 기차역으로 나와 글피 아침 7시 45분에 타이위안(太原 : 태원)으로 출발하는 열차표를

30원/1인에 예매를 했습니다.

기차역 주변을 걸어 다니며 구경합니다.

아까 숙소 여직원이 현공사와 시내 구룡벽과 운강석굴로 가는 대중교통편을 알려주었기에 버스도 확인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봄에 꾸는 꿈은 구름 따라 어지럽고

바람에 날리는 꽃은 물 쫓아 흘러가네..

모든 사람에게 말하노니

하필이면 부질없는 수심을 찾으려 드는고..

佳人과 같이 이곳저곳 구름 따라 흘러감이 어떨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