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경황후의 무한도전 5 - 미모는 남자의 마음을 흔들 수는 있지만

2011. 8. 1. 00:06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미리 집에다 연락하니 장아는 둘째 딸인 왕식후에게 자신이 소장한 '깊은 밤 깊은 곳' '사랑의 ABC'나

'100일 만에 남자 정복하기' 그리고 '따라만 해도 나도 남자 전문가' 등 모든 국내외 전문서적과 자신이 몸소 체험하고 집대성한

'남자 후리기 완결편'이라는 책으로 실습을 겸한 스파르타식 교육으로 왕식후를 목표물을 정확히 공격하는 토마호크와 같은

원초적 무기로 재탄생시켜 놓았습니다.

 

이제 실전에 투입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장아는 자기가 낳은 딸을 완벽한 여자로 만들어 놓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됩니다.

지금까지 몰락한 집안을 이끌어 오며 찢어지게 가난하여 남몰래 흘린 눈물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세상을 살아왔지만 그것은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제부터 그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 아름답고 황홀한 미래가 보장되는 듯합니다.

남들이 들고 다닌다는 명품가방이 이제는 집에 쌓아놓고 어느걸 들고 나가야 할지 모르게 생겼습니다.

 

드디어 왕식후가 가마를 타고 궁에 도착하고 문 앞에서 기다리던 언니가 동생의 손을 잡고 들어갑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자매의 모습입니까?

궁궐 문이 활짝 열리듯 이 자매의 인생의 문도 활짝 열리는 기분입니다.

 

지금까지 원 맨 쇼에서 이제부터는 두 자매 듀오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왕미인은 동생 왕식후 손을 잡고 태자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옵니다.

태자가 바라보니 역시 명불허전...

오히려 들은 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왕질은 약간 통통한 느낌이지만, 동생 왕식후는 가냘픈 몸매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마치 봄바람에 흩날리는 수양버들과...

바라보는 순간 태자는 숨이 턱 막힙니다.

 

다만, 다른 점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태자의 애간장을 더 녹일 뿐이겠지만요.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아직 덜 다듬어진 보석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야생 미가 흐르는 풋풋함?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이어 술상이 차려지고 태자는 두 자매를 양쪽에 앉히니 세상에 부러울게 없습니다.

아직 아비가 정정하여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못해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이렇게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리고

술상을 받으니 황제보다 더 폼이 납니다.

고개도 들지 못하는 동생에게 "식후야! 저하께 술을 올려 드려야지? 그리고 땡큐라고 인사도 해야지."

그래도 식후는 몸만 덜덜 떨고 있습니다.

태자는 그런 모습이 더 야릇한 생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사실 그것은 왕식후의 노련한 전략입니다.

이미 집에서 장아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마친 왕식후가 아니겠습니까?

 

왕식후가 술잔을 들고 태자에게 다가가 잔을 올리니 태자가 입만 갖다 대고 마십니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짜릿한 기분은 술만이 아니고 지금 태자의 앞에 있는 왕식후 때문일 것입니다.

태자는 슬쩍 식후의 허리를 휘어 감아 자기의 무릎에 앉힙니다.

이럴 때는 약간 빼는 척 하다가 마지 못해 앉으라는 교육도 미리 받았기에 매끄럽게 처리합니다.

 

왕미인이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저하 저와 함께 합환주를 한잔 드시겠습니까?"

"그러자꾸나. 이번에는 내 혀를 깨물지 말아라"

합환주란 당시의 러브 샷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술로써 바로 여인의 입이 술잔인 셈입니다.

왕미인이 자주 장난스럽게 태자의 혀를 깨물었는지는....

입안에서 일어난 일이라 저도 직접 보지를 못해 뭐라고 단정을 지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몇 잔 오고 가니 분위기가 아주 죽입니다.

이제 더는 시간을 지체하면 시간 초과로 바로 감점 들어갑니다.

아무리 우아하게 스케이팅을 해도 더블 악셀이나 트리플 러츠 기술에 들어갈 때 제때 들어가야지

시간이 지나 들어가면 연아도 감점 받습니다.

네 맞습니다.

인생에는 성공으로 가는 길에 가장 중요한 일이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 일이지요.

 

왕미인은 "식후야! 오늘 언니가 몹시 피곤하구나. 오늘 밤에는 네가 언니 대신 태자 저하를 모시거라.

한 치의 실수도 없이 퍼펙트하게 모셔야 한다. 알았지?"

말을 끝낸 왕미인은 살짝 태자의 입술을 맞추고 동생에게 윙크하며 방을 나갑니다.

푸로는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이제 방에는 이글거리는 눈을 지닌 늑대와 풋내나는 야생화 한 송이만 남았습니다.

풋내가 난다고요? 웃기고 계십니다.

비록 남자를 직접 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이미 모친 장아로부터 완벽한 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수재입니다.

다만, 언니가 곁에 있어서 그냥 척했을 뿐입니다.

앙큼한 계집 같으니라고...

 

대타로 뛰는 타자는 자주 나올 수 없기에 찬스를 잡았을 때 안타를 쳐야 다음에 또 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홈런이라도 치면 다음 경기부터 선발로 출전하게 됩니다.

 

사실은 방에는 어리바리한 폼 잡는 강아지와 그것을 어떻게 요리할까 생각 중인 전문가만 남았습니다.

사실 궁 안에서만 생활한 태자보다는 궁 밖에서 많은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폭넓은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세상을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늘 천하를 다스리는 일에서 실패를 합니다.

그런 것을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라고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런 것을 알지 못하기에 늘 문제가 생기잖아요.

 

식후는 얼른 일어나 방문을 잠가버리고 문에 기대어 태자에게 하트 사인을 마구마구 날립니다.

수없이 날아오는 하트를 가슴에 정면을 맞은 태자는 얼른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 품에 안아버립니다.

"아이~ 왜 이러시와요?"

지금 왕식후가 왜라고 했습니까?

그냥 한 번 빼 봅니다.

노련함이 물씬 솟구치는 애교입니다.

 

그리고 살짝 몸을 빼 술상 앞으로 다가와 "저하 제가 술 한 잔 올려도 되겠습니까?"

왜 안 되겠습니까.

방에는 둘 뿐인데....

잠시 시간이 흐른다고 손안에 들어온 사탕이 금방 녹겠습니까?

아니면 떠오르던 태양이 다시 가라앉겠습니까....

 

"저하~ 제 배꼽을 한 번 살짝 눌러보시와요~"

오잉~ 배꼽에 뭐가 있나요?

태자가 왕식후가 시키는 데로 배꼽을 누릅니다.

갑자기 식후의 입에서 앙증맞은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알 라뷰~ 알 라뷰~"라는 소리가 나옵니다.

인형 놀이를 하는 겝니까?

덜수가 애인과 둘이서 하는 놀이 중 하나죠.

벌써 식후는 남자를 순간적으로 즐겁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작은 재치있는 행동에 궁궐이라는 우물 안에서만 살아온 개구리를 환장하게 만들지요.

 

식후는 방금 배운 합환주로 우선 태자의 교감을 갖습니다.

그런데 입에서 입으로 술만 건너오는 게 아니고 다른 것도 넘어옵니다.

교육과 타고난 자질과 순발력 때문입니다.

하나를 배우면 백을 통합니다.

태자도 속으로 움찔합니다.

숙맥이라고 생각한 것이 이렇게 어긋나다니? 

 

미모는 남자의 마음을 흔들 수는 있지만, 남자를 완전히 제압하는 일은 미모 플러스 테크닉입니다.

오늘 태자는 죽는 날입니다.

 

궁 안의 제한된 공간에서만 생활하던 태자가 숙맥입니다.

푸로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무수한 고수와의 교감을 통하여 얻어지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산 교육장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