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화위지(橘化爲枳)

2011. 7. 15. 09:2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귤화위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남방의 귤나무가 회수(淮水) 이북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듯이

같은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이 말은 같은 귤나무를 남북에 나누어 심으면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말로 

남쪽은 귤, 북쪽은 탱자가 된다는 말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 말은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재상인 안영이 한 말로 그는 현명한 재상이었던 모양입니다.

위로는 세 명의 임금을 모셨지만, 언제나 품행이 단정했고 검소한 사람이었답니다.

밥상에 고기반찬을 올리지 않았고 아내에게 비단옷을 입히지 않았으며

조정에 들어가면 임금께서 묻는 말 외에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합니다.

 

키는 6척으로 무척 작았으며 달변에 임기응변 또한 뛰어남으로 인접국과의 외교에

무척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합니다.

 

어느 날 안영이 이웃 나라인 초나라에 가게 되었습니다.

초나라 왕은 이미 안영의 재능을 들어 알고 있기에 한 번 골려 먹자고 신하들에게 방법을 구했습니다.

한 신하가 초 왕에게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안영이 왔을 때 우리가 한 사람을 묶어 대왕 앞을 지나가게 해 주십시오."

"그자가 무슨 짓을 했기에?"

"그자는 안영의 나라인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을 했습니다."

 

얼마 후 안영이 초나라에 왔습니다.

초왕은 안영을 불러 연회를 베풀고 술이 거나하게 취하고 흥이 올랐을 때 포졸 두 사람이 사람 하나를 포박하여 

초 왕과 안영이 연회를 벌이는 앞을 지나갔습니다.

 

초 왕이 묻습니다.

"그자가 무슨 잘못을 하였느냐?"

포졸이 답을 합니다.

"이자는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는 듯이 초 왕이 안영을 바라보며 말을 합니다.

"제나라 사람은 본래 도둑질을 잘합니까?"

 

안영이 초 왕의 말을 듣고 답을 합니다.

"제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귤나무가 화하 이남에서 자라면 맛난 귤이 되지만,

화하 이북에서 자라면 탱자가 된다고 합니다.

단지 잎만 비슷하고 맛은 전혀 다르지요.

대왕께서는 왜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물과 토질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제나라에서 자란 사람은 물건을 훔치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초나라에 와서는 물건을 훔칩니다.

초나라의 물과 토질이 이 사람을 도둑질을 하도록 한 게 아니겠습니까?"

 

초 왕이 듣고 보니 할 말이 없습니다.

"성인에게 농담하는 게 아니라 했거늘....

내 꾀에 내가 넘어가고 말았구려."

 

이 이야기를 듣고 보면 안영의 순간적인 재치가 대단했던가 봅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조차 말입니다.

 

지금도 이런 일은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을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뛰어난 사람으로 만드느냐의 차이는 

그 사람이 어디에 몸을 담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정치한다는 사람도 그 당에만 들어가면 그 물에 그 밥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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