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렌트 계곡과 항아리 케밥

2011. 5. 26. 00:14터키 여행기/터키여행

카파도키아라는 말은 페르시아어로 좋은 말들을 가진 곳이라 하네요.

터키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도 한다지요?

말이 그렇지 무슨 그랜드캐니언입니까?

악사라이라는 도시에서도 동쪽으로 1시간 15분 정도 더 와야 카이세리라는 도시가 나타납니다.

그곳에서 조금 더 진행하니 아바노스라는 도시가 나타납니다.

 

이 지역은 무척 기묘하게 생긴 바위로 이루어진 터키의 국립공원이라는군요.

그러나 아무리 멋진 풍경이라도 배가 고프면 감흥이 떨어지는 법입니다.

우리말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아주 좋은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점심부터 먹습니다.

오늘 점심은 이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굴 안에 만든 식당에서 식사하게 되네요.

무조건 바위만 보면 굴을 파고 들어가 사는 사람들이라 식당도 바위 속에다 만들었네요.

 

오늘 점심으로 먹을 음식은 항아리 케밥이라는군요.

위치는 아바노스라는 곳이며 우리 숙소인 힐튼호텔도 바로 옆이군요.

 

이 근처의 식당은 모두 모양이 비슷한가 보네요.

가운데 배꼽춤을 추거나 전통 공연을 할 수 있는 넓은 홀이 있고,

중앙 홀을 중심으로 톱니 모양으로 가장자리를 파고 들어가 식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와인에 대한 광고를 합니다.

가격도 여러 가지입니다.

이 지역이 워낙 포도농사를 많이 짓기에 와인 또한 유명하겠지요.

 

와인병도 카파도키아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봉우리 모습입니다.

선물용으로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카파도키아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모양입니다.

 

불에다 구우면 터키에서는 모두 케밥이라고 했으니 우리로 말하면 케밥은 구이라는 말이 아닙니까?

항아리 케밥은 항아리를 불에 구워 먹나요?

우선 수프를 먹습니다.

맛은 그런대로 좋군요.

아무래도 돌궐 족의 후예라 우리와는 입맛도 많이 다르지는 않나 봅니다.

 

항아리를 불에 구워 먹는 게 아니고 음식을 미리 조리해 작은 항아리 안에 넣고 밀봉한 다음

그 항아리를 불에 구운 후 항아리를 깨고 항아리 안에 음식을 꺼내어 먹는다 합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그런 방법으로 음식을 조리해 먹었나 모르겠지만, 

항아리를 깨는 과정에서 항아리 파편이 음식 안으로 떨어져 위생상이나 여러 면으로 좋지 않기에

지금은 뚜껑을 밀봉하는 방법을 밀가루나 흙으로 하고 그 부분만 제거하여 음식물을 꺼냅니다.

이 지역은 항아리의 산지라 하는군요.

 

모든 손님에게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주목해 달랍니다.

항아리 주둥이를 깨는 흉내를 내지만, 밀가루 반죽으로 덮은 게 다 보이는군요.

그러니 뚜껑에 있는 밀가루만 제거합니다.

항아리 값이 많이 올랐나요?

 

원래 밀봉한 음식을 통째로 구워야 하는데 그게 사실 재래 방법으로 하는지

조리된 음식을 넣고 그냥 데운 후 손님 앞에 보여주는 쇼만 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좌우지간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좋습니다.

 

밥과 항아리에서 꺼낸 케밥을 접시에 하나씩 담아 줍니다.

 

식탁에는 빵을 바구니에 담아두어 마음껏 먹을 수 있습니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이제 카파도키아의 낙타 바위가 있다는 데브렌트 계곡으로 갑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입니다.

카파도키아라는 지명은 성경에 두 번 나오는 곳으로 갑바도기아로 불린 곳입니다.

그러기에 이곳의 옛사람은 신앙심이 강했나 보네요,

 

처음은 사도행전 2장 오순절 성령 강림 시 모여 있던 사람을 언급하며 나오고 두 번째는

베드로 전서 1장에 베드로가 보내는 편지를 받는 사람 중 갑바도기아에 있는

성도들이 언급되어 있답니다. 

 

계곡을 바라보니 이곳도 험난한 생활을 했나 봅니다.

땅굴 하나 파는 데는 선수들만 모여 사는 마을인가 봅니다.

 

그런데 지층이 이곳이 쉽게 바위를 파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화산활동에 의해 원래의 흙이 용암에 의해 덮어지며 눌려서 생긴 응회암이라는 바위 모양이 아닌가요?

그러다 보니 바위라도 무척 무른 바위가 되며 쉽게 숟가락으로도

바위를 팔 수 있지 않나 혼자 생각해 봅니다.

 

이제 드디어 데브렌트 계곡에 도착하려나 봅니다.

벌써 기묘한 모양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주차장이 넓지 않아 오래 버스가 정차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는 빨리 인증 사진만 찍고 가자는 말이지요.

 

이 데브렌트 계곡을 제일 유명하게 빛내는 스타 바위입니다.

바로 낙타 바위입니다.

정말 그럴듯하게 생겼습니다.

 

바위가 이 부근을 지나는 실크로드의 캐러밴을 흠모했나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 불어도 언제나 이 길을 지나가던 캐러밴을 바라보며

어느덧 바위도 낙타가 되고 싶었습니다.

수천 년간 바라보며 길을 따라나서고 싶었습니다.

 

용암이 덮은 뒤 세월이 흐르며 틈이 벌어지고 그 틈 사이로 빗물이 흘러들어 가며

점차 무른 부분은 쓸려 내려가며 제일 위의 단단한 용암 덩어리가 남다 보니

마치 머리에 무엇을 쓰고 있는 듯하네요.

 

새송이버섯입니까?

 

다른 여행객은 데브렌트 계곡 사이로 걸어 다니며 여유롭게 구경하지만,

우리는 가이드의 엄명에 따라 주차장에 서서 계곡을 바라보며

모두 증명사진만 찍느라 바쁘군요.

 

선명하지 못합니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기에 멀리 있던 바위를 크게 확대했습니다.

성모 마리아상처럼 보이는 바위입니다.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른 모습입니다.

 

이게 무엇으로 보입니까?

佳人은 물개로 보입니다.

아까 실크로드를 다녔던 낙타를 흠모하여 바위가 낙타의 모습을 한 것을 보고

여기는 물개가 목을 빼고 대상이 지나가는 모습을 목이 빠져라 바라봅니다.

 

이것도 물개나 바다사자로 보입니다.

이 계곡을 상상력의 계곡이라 합니다.

그러니 '네 마음대로 생각하라.'라는 말이 아닙니까?

 

모르면 거시기로 보인다 하면 됩니다.

거시기 맞습니다.

 

실크로드를 다녔던 캐러밴을 따라나서고 싶었던 바위가 이렇게 낙타 바위가 되었습니다.

생명을 훅~ 불어넣어주고 싶습니다.

수만 년 동안 이렇게 눈비를 맞으며 대상을 따라 실크로드를 걷고 싶습니다.

 

옴마야~

여기도 개판입니다.

가는 곳마다 개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도대체 이 녀석들은 이곳에 뭐 먹을 게 있다고 무슨 일을 했다고 이렇게 누워 지낸답니까?

저렇게 지내다 보면 바위가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 개 모양으로 변할는지도 모르겠네요. 

 

뭐라는 야단치는 말을 들었나 봅니다.

"저 말입니까?" 하며 벌떡 일어나네요.

그래! 너 말이다.

한국인이 많이 오다 보니 이 녀석도 한국말을 이제는 알아듣나 봅니다. 나 원 참 !!!

 

모든 사람이 인증사진을 찍습니다.

저도 얼굴 한 번 내밀겠습니다.

그런데 좋은 풍경을 가리고 찍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얼굴 내밀어 죄송하네요.

 

왼편에 우리를 9일간 쉬지 않고 태워주신 기사님입니다.

영화배우라도 이렇게 키가 크고 잘 생기지 않았습니다.

가운데는 지난번 한번 올려 드린 사진에 출연한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늑대와 함께 노래한 현지 가이드 야샤르입니다.

 

데브렌트 계곡과 다음에 갈 파샤바으와 괴레메의 위성지도입니다.

어디쯤인가 알아나 보고 움직여야 이해가 쉽습니다.

그곳에도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니...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신이 기획하고 자연이 만든 예술품

그리고

인간이 조연으로 함께하는 곳이 바로 이곳 카파도키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