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밤은 너무 깁니다.

2011. 5. 14. 00:16터키 여행기/터키여행

이번 여행의 첫날밤입니다.

지난밤에 잠을 자는 데 눈을 뜨니 터키 시각으로 새벽 1시 30분입니다.

터키는 한국과 7시간의 시차가 있지만, 서머타임으로 지금은 6시간의 시차가 있으니

한국은 아침 7시 30분이라는 말이네요..

그러니 저절로 눈이 떠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제부터 터키 여행 동안 잠결에 다니고 수면 상태에서 저녁을 먹어야 하고 아무도 반기지 않는 꼭두새벽에

잠에서 깨어 몽유병 환자처럼 서성이다 아침밥을 먹고 또 움직여야 하나 보네요.

환장하겠습니다.

터키 여행에 가장 힘든 게 시차였고 두 번 째는 장거리 이동이었습니다.

 

잔다고 잤는데 눈이 떠져 시계를 보니 새벽 1시입니다. (한국시각 아침 7시) 

다시 눈을 붙이려고 눈을 감으니 왜 더 정신이 또렷해지는 겁니까?

천장을 올려다보고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아무리 세어봐도 세면 셀수록 정신이 더 맑아지는 겁니다.

한꺼번에 열 마리씩 세어볼까요? 백 마리씩?

이러다가 양을 무지하게 키우는 터키의 양을 모두 세어보게 생겼습니다.

 

이제 적어도 두서너 시간은 지났겠지 생각하고 또다시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20분이 지났습니다.

시계를 보는 순간 더 미치겠습니다.

우쒸! 이스탄불의 밤은 왜 이리도 긴 겁니까?

혹시 시계가 고장 나지 않았나 불을 켜고 보니 잘도 가고 있습니다.

시계를 팍~ 빠셔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TV를 틀어 봅니다.

젠장... 이번에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지껄입니다.

TV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TV를 틀고 잠시 보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들었지만...

터키 TV는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게 합니까?

왜 터키 TV는 터키말만 합니까?

 

아마도 우리 층에 머무는 우리와 함께 여행길에 오른 일행 모두가 우리와 같이

침대 위에서 고민에 빠져 있을 겁니다.

아침에 보면 압니다.

눈이 모두 충혈되어 벌겋게 하고 있을 겁니다.

한국인이 터키에 여행을 가면 아무리 꼭두새벽부터 이동을 위해 모이라 해도 한 사람도 지각을 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 양을 세는 것도 지겹습니다.

모두 꼬치구이로 만들어 버리고 싶습니다.

내일 새벽에 셀 양도 남겨 놓아야 하는데... 우짜면 좋겠습니까?

 

이번에는 별을 세어 볼까요?

공연히 일어나 베개를 반대로 뒤집어 보기도 하고... 좌우로 바꿔보기도 합니다만,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5초가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

할 수 없이 샤워하며 부지런을 떨어 봅니다.

오밤중에 자다가 일어나 샤워해 보셨수?

佳人 해봤수~ 

 

그런데 옆방에서도 샤워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다음부터 호텔에서는 한국인 손님 받지 않겠다고 할는지 모르겠네요.

모두 곤히 자는 오밤중에 일어나 방방이 샤워한다고 법석을 떨며 시끄럽게 하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어찌나 행복한지...

내가 아픈 만큼 남도 아프다는 일에 사람은 상대적으로 덜 아프고 오히려 행복을 느낀다 했습니다.

佳人은 참 나쁜 사람입니다.

남이 나처럼 힘들어해야 행복감을 느끼는 나쁜 사람입니다.

 

어찌하다 보니 5시 45분의 모닝콜..

어찌나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5시 45분 모닝콜이 이처럼 반가운 일은 또 없을 겁니다.

무조건 일어나 밖으로 나갑니다.

세상을 살다 보니 아침을 깨우는 소리가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입니다.

 

산책을 나갑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BERR 호텔입니다.

터키는 호텔을 OTEL이라고 표기하는 곳이 많습니다.

어젯밤에 보았던 자미라는 모스크를 갔다 오렵니다.

뭐 신앙심이 강해 이른 아침에 "알라는 위대하다~"라는 스피커 방송이 나오기 전에 사원을 찾아가는 일도 아닙니다.

 

어제저녁에도 밤에 호텔 부근을 한 번 돌아보았습니다.

무척 빵집이 많아서 한 집 건너 빵집이듯...

우리가 자주 보았던 도우너 케밥이라는 집이 보이기에 들여다보니 아가씨가 뛰어나와 들어오라고 하며

2리라라고 하네요. 그러니 우리 돈 1.800원 정도라는 말이 되나요?

 

무엇을 저리도 열심히 기도할까요?

우리도 이곳 시간에 맞추어 잠을 편히 잘 수 있도록 해달라고 빌어볼까요?

오늘은 6시 45분 식사를 하고 7시 45분 보스포루스 해협으로 배를 타고 갔다 오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합니다.

 

 

위의 지도를 참고하세요.

배를 타는 장소는 이스탄불의 구시가지에서 신시가지로 넘어가는 첫 번째 다리인 갈라타 다리에서

골든 혼(Golden Horn)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다리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주로 전세 보트 선착장이 있습니다.

 

골든 혼은 금각만(金角灣)이라고 하며 마르마라 해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으로 이어지는 물길에서

유럽 대륙 안쪽으로 깊게 들어온 만(灣)으로 그 모양이 마치 짐승의 뿔처럼 생겼고

해가 지는 저녁의 황혼이 황금처럼 빛난다고 지은 이름입니다.

 

이미지 출처 : Greatistanbul,com

 

만의 생김새가 사슴뿔처럼 생기지 않았나요?

개는 뿔이 없어 개뿔도 없잖아요.

 

그런데 그 금각만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이유가 저녁노을만 아니랍니다.

어디 한번 그 사연을 들어볼까요?

길고 좁은 만인 골든 혼은 유럽지역을 두 부분으로 양분하는 곳이지요.

 

이곳은 정복자 메흐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던 날 비잔틴 제국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가

죽고 저항하던 비잔틴 제국 시민들은 오스만 제국의 군대가 입성하면 도시의 재산들을 다 강탈하는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여 성벽 밖 골든 혼의 바다로 자신들의 재산인 황금을 모두 버렸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밤이 되면 달에 비친 바다는 물에 잠긴 황금 때문에 황금빛 바다가 된다고 해서

긴 이름이 골든 혼이랍니다.

 

아~

골든 혼은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황금의 바다라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골든 혼 상류로 올라가면 피에르 로티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그 카페 옆에는 오래전부터 무덤이 있어 무덤과 함께 슬픈 전설적인 사랑이 전해져 오는 곳입니다.

1876년 프랑스 해군 무관 피에르 로티는 이스탄불 주재 프랑스 상무관으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아지야데라는 한 여인을 만나 서로 사랑을 나누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아지야데는 이미 결혼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첫 만남에서 두 사람은 서로가 자기에게 운명임을 느끼고 이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인적이 드문

바로 이 언덕의 공동묘지의 무덤가에 있는 이 조그마한 찻집에서 자주 만나곤 하였답니다.

찻집의 위치도 월하의 공동묘지입니까?

 

사랑이란 이렇게 소리 소문도 없이 불쑥 찾아와 유부녀와의 불같은 사랑을 하게 만드나 봅니다.

아~ 이 죽일 놈의 사랑..

이것은 잘못된 사랑 아닙니까?

 

피에르 로티는 어느덧 근무기간이 만료되어 프랑스로 돌아가게 되었고

고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이 여인을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훗날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가 된 피에르 로티가 이스탄불로 다시 돌아와 아지야데를 수소문하여 찾게 됩니다.

그러나 아지야데는 이슬람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 하여 이미 가족에 의해 살해된 뒤였다고 한다.

그 후 피에르 로티는 이 언덕에 있는 카페에 자주 올라와 골든 혼을 바라보며 아지야데를 그리워했다고 합니다.

피에르 로티의 대표작이며 자전적 소설인 '아지야데'에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 내가 뭐랬니~ 그런 사랑은 사고라고 하지 않던?

 

청소년기의 성냥불 같은 사랑입니까?

사내는 이슬람 국가에 근무하며 그곳의 율법도 모르고 책임지지도 못할 일을 저질러요?

여자는 이미 결혼 몸으로 감당하지도 못할 불륜을 저질러요?

이게 아름다운 사랑입니까?

이스탄불을 찾는 많은 관광객이 밀회를 나누었든 무덤가 장소가 뭐가 좋아 그곳에 찾아갑니까?

나 원 참!!!

미쳤어~ 정말 미쳤어~~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말도 되지 않는 소설 쓰고 있었군요.

사랑했다면, 그리고 사랑할 거면 여인이 죽게 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봅니까?

자기의 욕심만 채우고 자기를 합리화하고 미화하는 이야기가 아닙니까?

이래서 佳人은 로맨티시스트가 되지 못하는가요?

사랑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佳人입니다.

 

이스탄불의 밤은 처음 방문하는 한국인에게 시차로 말미암아 너무 잔인할 정도로 길어 호텔방의 천장에

더는 셀 양도 없고 하여 골든 혼 상류에 있다는 피에르 로티에 관한 이야기도 생각해 보았네요.

여행이란 이렇게 혼자만의 생각으로 호텔방에서도 상상의 세상으로 다녀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 미치자 열불이 나 잠은 오지 않고 더 정신이 맑아집니다. 헐~

환장하겠습니다.

아 글씨~ 피에르 로티의 언덕이 새벽부터 열 받게 하잖아요~

 

아해야~

사랑은 언제나 책임과 의무가 따른단다.

너는 아직 어려 어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피에르 로티라는 아찌의 행동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 보려고 해도 힘드는구나.

 

아해야~

너도 그 문제로 더는 고민하지 마라.

사랑이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찾아와 너를 잠 못 들게 한단다.

고뇌하고 그리워하며 사랑은 무르익어 간단다.

어느 날은 날밤도 까면서 그렇게 아침을 맞이하는 일도 허다하단다.

시차로 잠 못 드는 일과는 다른 일이란다.

 

아해야~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너는 모르겠지만,

그건 말이다, 정말 아름다우면서 아픈 거란다.

병원에 가서 주사 맞는다고 '때꿍' 하며 아픈 거와는 다른 아픔이란다.

때로는 눈물도 나오고 어떤 경우는 행복에 겨워 혼자 낄낄거리기도 한단다.

그런 모습을 네가 옆에서 가만히 바라본다면, 아찌의 행동이 꼭 미친 사람 같다고 보면 된단다.

 

아해야~

그런데 날밤 깐다고 모두가 사랑은 아니란다.

오늘 佳人 아찌의 날밤은 사랑이 아니었단다.

 

아헤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란다.

 

우리는 이제 아침 식사를 하고 보스포루스 해협으로 배 타러 간단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와 시차가 많이 나는 나라를 다닌다는 일은 또 하나 극복해야 할 문제가 더 있습니다.

바로 시차의 극복입니다.

그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기에 즐겨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만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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