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드롬

2011. 5. 12. 00:03터키 여행기/터키여행

우리는 자리를 옮겨 입장권도 필요 없는 곳인 히포드롬을 찾아갑니다.

지금은 바람만 횡~ 하니 부는 광장에 불과하지만, 3세기 초에 건설된 3만여 명을 수용하는 콘스탄티노플의

시민이 열광했던 마차 경기장 터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벤허라는 영화를 통하여 마차 경기의 흥미진진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 Greatistanbul, com

 

터키의 국기사랑은 대단합니다.

가는 곳곳에 조금만 언덕이 있으면 대형 국기를 걸어놓았습니다.

아마도 옛날 술탄의 시대였던 오스만 제국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야 소피아를 나와 걸어서 히포드롬으로 갑니다.

지도를 보시면 유적지가 대부분 한 곳에 몰려 있습니다.

이 지역을 술탄 아흐메트라고 한다는군요.

그곳을 나와 그랜드 바자르라는 시장까지 또 걸어갑니다.

지도만 보시면 누구나 공항에서 트램을 타고 이곳까지 와 걸어서 모두 돌아볼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금 블루 모스크 자리가 비잔틴 시대의 왕궁터였다고 하니 히포드롬까지 전용도로를 따라

로열박스로 바로 입장했을 겁니다.

 

히포드롬이 있는 곳은 바로 블루 모스크라고 하는 첨탑이 여섯 개나 되는 최대 규모의 모스크인 자미 서쪽입니다.

걸어서 가는데 주변에 많은 한국 관광객의 소리가 들립니다.

지금 터키를 여행하는 관광객 중 한국인이 가장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우리 일행이 사람이 많아 가이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다른 여행객이 있는 곳에서

그쪽 가이드 말을 듣기도 합니다.

 

이미지 출처 : Greatistanbul, com

 

처음부터 실망스러운 우리 가이드의 설명은 포기하고 독립군으로 뛰기로 했습니다.

그 사건의 발단은 제일 먼저 들른 곳인 아야 소피아에서 예수님께 성당과 콘스탄티노플을 바치는 그림의 위치를

물어보았더니 앞서 가지 말라고 하면서 나중에 위치도 알려주지 않고 설명도 없이 그냥 지나쳐 나오더군요.

가이드가 설명도 위치도 알려주지 않고 자기가 먼저 앞서 나가버리면서 누구보고 앞서 가지 말라는 겁니까? 

 

다행히 그곳 경비에게 물어보고 위치를 찾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기에 여행 내내 가이드를 제가 버리기로 했습니다.

가이드를 따라다니면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하면서 시간도 부족해 사진도 찍지 못하니 가이드를 버리고

독립군으로 뛰어야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지 않겠어요?

 

바로 위의 사진입니다.

저요? 쉽게 상처 받는 여린 양입니다.

덕분에 이 외에도 많은 사진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기둥의 철판입니다.

가운데 구멍에 엄지손가락을 끼우고 손을 펴서 한 바퀴 돌릴 수 있다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곳입니다.

이것도 알려주지도 설명도 없이 나와버리더군요.

그래서 첫 방문지부터 佳人이 가이드를 버리기로 하고 독립군으로 뜁니다.

 

이번에 만난 가이드는 쇼핑에 관한 설명을 제외하고는 정말 수준 이하의 실망스러운 가이드였습니다.

쇼핑센터 가는 날의 옷차림에서 그걸 감지했죠.

터키석을 파는 보석가게를 갈 때는 터키석 목걸이를 하고

양가죽 제킷을 파는 가게를 가는 날은 양가죽 재킷을 걸치고 나오는 겁니다.

이 얼마나 마케팅에 충실한 행동입니다.

 

물론, 장사도 열심히 하며 자기에게 배정된 관광객을 위해 그런 사전 준비작업을 철저히 하고

뷰 포인트를 정확히 찍어주는 일도 그렇게 철저한 준비를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41명이란 많은 사람을 보낸 한국 여행사도 문제이지요.

그러다 보니 유적지에서 설명한다는 게 모두 들을 수 없을 정도로 혼잡합니다.

젊은 사람은 나이 든 사람을 제치고 앞으로 다가가 설명을 듣기 어려우니 처음부터 포기해 버리더군요.

 

그리고 유적지애 한꺼번에 모여 적당히 설명하고 끝낸 후 이동하거나 마음대로 다니며 사진을 찍으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네 마음대로 하세요."입니다.

어느 분이 아르테미스 신전에 관해 질문하자 입이 아파 더 이야기 못 하겠답니다. 

가이드란 관광지의 가이드지 물건 팔아 이익만 챙기는 가게의 가이드입니까?

적당히 설명도 하고 장사도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만의 바람인가요? 헐!!!

 

이곳이군요?

물론, 이곳에서는 글래디에이터라는 영화를 통해 본 검투사들의 피비린내 나는 경기도 벌어지지 않았겠어요?

물론 정치적인 이슈가 있을 때는 정치토론장이 되었을 것이고요.

3세기 초에 건설된 것으로 최대 30.000여 명의 관중을 동원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합니다.

이곳에 서면 그때의 환호가 들리는 듯합니다.

러셀 크로우가 어디에서 검투사 복장을 하고 나올 것 같지 않나요?

아니라고요?

제가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이미지 출처 : Greatistanbul, com

 

세로 500m 가로 117m의 U자형 경기장으로 지금은 아트 메이단(At Meydani)이라고 하며 그 의미는

말의 광장이라고 하네요.

히포드롬을 추정하여 그린 이미지 사진입니다.

벤허는 어디로 마차를 끌고 갔답니까?

 

이곳의 이름이 히포드롬(Hippodrome)이라고 한답니다.

지금은 그냥 기둥 세 개만 뻘쭘하게 서 있는 광장입니다.

블루 모스크를 건축할 때 지진에 폐허가 된 이곳에 있던 석재를 이용했기에 지금 이곳을 깨끗하게 청소했습니다.

네 마리 말이 끄는 8대의 마차가 한꺼번에 출발할 정도의 규모라 합니다.

 

그러나 어디 좋은 일만 있었을까요?

유스티아누스 1세 때 황제에 대한 폭동인 "니카의 난"이 일어나 폭도로 매도된 수천 명의 시민이 이곳에서

처형되었고 오스만 제국 시대에도 반란을 일으킨 보병 친위 군단인 예니체리 군단의 많은 연루자가

이곳에서 이슬처럼 사라진 그런 곳입니다. 

 

세펜타인 기둥이라고 불리는 청동 뱀 기둥은 머리 부부에 원래 세 마리의 뱀 대가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네요.

어느 정신 나간 취객이 부숴버렸다(?)는데 하나는 터키 국립 박물관에 또 하나는 대영 박물관에

나머지 하나는 엿장수가 집어갔는지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군요.

혹시 살아서 숲 속으로 들어갔을까요?

 

처음 모습을 추정하여 그린 그림이 아야 소피아를 들어가면 문 왼편에 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청동 뱀 기둥은 그리스의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에서 가져온 것이고 그리스는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그들에게서 노획한 병기를 녹여 만든 것이라 합니다.

 

다시 크게 확대해 볼까요?

역시 대가리가 셋인 뱀입니다.

우리와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뱀의 의미가 허물을 벗기에 새롭고 신성하다고 생각한다는군요.

그 말도 들어보니 또 그럴듯합니다.

 

가운데는 청동으로 만든 뱀 기둥이 있고 한쪽에 오벨리스크가 서 있습니다.

두 개 중 하나의 돌로 만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콘스탄틴 기둥이라고 불리는 벽돌을 쌓아 만든 것이군요.

콘스탄틴 기둥은 콘스탄틴 7세가 자신의 할아버지인 바실레우스를 기념하여 10세기경 세웠다고 합니다.

 

높이는 오벨리스크보다 높은 32m이고 외부는 청동으로 덮어놓았다는데 13세기 초 라틴군이 점령한 후

청동을 뜯어내 동전을 주조하는 데 사용했다고 하네요.

1894년 지진으로 무너져 버렸지만 최근 복구하였고 우리가 갔을 때도 보수 중이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세 개의 기념비는 마차 경기장의 중앙 분리대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오벨리스크는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곳이 이집트였기에 이집트에서 가져왔다고 하는데 저런 길이와

무게의 돌을 어떻게 여기까지 운반했으며 어떻게 똑바로 세울 수 있었을까요?

 

오벨리스크는 이스탄불에서 가장 오래된 기념탑으로 BC 15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AD 390년 비잔틴의 황제인

테오도시우스 1세가 이집트 룩소르에 있는 카르나크의 아몬 신전에서 가져온 것이라 합니다.

이 오밸리스크는 운반 도중 부러져 원래 높이보다 작게 20m 정도로 축소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지금 아무것도 없이 기둥 세 개만 뻘쭘하게 서 있는데 왜 마차 경기나 검투장이라고 했을까요?

그 해답은 바로 하나의 돌로 된 오벨리스크를 받치는 기단 부분에 황제와 시민이 구경하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기 때문이라는군요.

 

우리 씨름에 천하장사가 탄생하는 순간 장내를 울리는 소리

네... 맞습니다.

"에헤야 디여~ 얼씨구 좋구나~~"

이곳에서도 경기가 한번 끝나고 나면 무희들의 노래와 춤이 이어졌나 봅니다.

 

전차 경기를 하는 장면이 이곳에 조각으로 남아 있기에 히포드롬이라고 추정한다 하네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는 한꺼번에 8대가 출발할 정도의 규모였다 합니다.

전차 경기만 하는 게 아니고 윗단에 보면 경마로 보이는 장면도 보입니다. 

  

제일 위 중앙에 황제로 보입니다.

그 옆으로 창검을 세운 경비병의 모습이고요.

그 아래는 마차 경기나 검투사의 사생결단하는 모습을 즐기는 장면인 듯하네요.

 

이 사진이 오벨리스크를 운반하는 모습과 세우는 장면인 듯합니다.

가로로 많은 줄이 보이고 말이나 사람의 힘으로 끌어 세우는 가 봅니다.

오벨리스크의 상형문자까지 조각으로 남겼습니다.

 

외국 사신의 조공 장면인 듯합니다.

모든 게 다 뜬구름 같지만, 힘 있는 사람은 저런 모습을 남기며 즐겼나 봅니다.

그래... 당신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좋은 보석을 바치니 행복하셨나요?

 

오늘도 관중석 로열박스에 앉아 신하들의 시중을 들으셔서 얼마나 즐거우셨습니까?

황제의 궁이 바로 지금의 블루 모스크 자리라 바로 로열박스로 연결되어 들어와 앉아 보았답니다.

그 아래 검투장에서는 러셀 크로우가 글래디에이터가 되어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닌가요?

프리미어 축구경기라도 하고 있나요?

 

이놈들아! 너희는 순간의 웃음을 사기 위해 여기 모여 시시덕거리는지 모르겠지만,

저 아래 서서 싸우는 사람은 목숨을 걸고 있단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단 상과 단 하가 이렇게 다르단 말이냐!

 

오른쪽의 조각은 황제가 월계관을 들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승자에게 수여할 모양입니다.

 

다시 걸어서 그랜드 바자르로 갑니다.

그랜드 바자르는 우리의 동대문이나 남대문 시장과 같은 재래시장입니다.

그러나 그 역사와 규모는 대단하고 이 근방에서는 제일 유명한 곳이라

이스탄불을 찾는 사람 치고는 그랜드 바자르를 들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하네요.

 

시장 구경을 끝내면 우리 여행의 첫날 일정이 모두 끝납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시간으로 자정이 넘고 저녁 식사를 할 때면 새벽 2시가 넘어 저녁을 먹는다는 계산인데...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글래디에이터란 영화를 통해 검투사의 슬픔과 고뇌에 대해 간접적으로 보았습니다.

누구는 즐기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두고 싸움을 하게 합니다.

인간의 목숨은 누구나 소중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연 모든 사람의 목숨이 똑같이 소중하게 생각될까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