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바자르

2011. 5. 13. 00:33터키 여행기/터키여행

전차경기장인 히포드롬을 떠나 이번에도 걸어서 그랜드 바자르를 갑니다.

술탄 아흐메트지역은 유적이나 볼거리가 대부분 가까운 곳에 몰려 있어 둘러보기가 좋습니다.

세상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했습니까?

로마제국이 사라진 후에는 어디로 통했을까요?

바로 그랜드 바자르가 아니겠습니까?

 

그랜드 바자르의 입구만 20여 개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안의 골목은 얼마나 많을지 짐작이 되시죠?

동서양의 문물이 집결되고 이곳에서 거래가 이루어진 후 다시 왔던 길로 물건을 가득 싣고 떠나는 도착과 출발점...

바로 그랜드 바자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교역이란 어디 상품만 교통하는가요?

사상과 문명의 교통도 함께 이루어지잖아요.

 

드디어 왼편에 간판이 보입니다.

그랜드 바자르란 영어식 표기고 터키어로는 카파르 차르쉬(Kapari Carsi)라고 하며

그 의미는 지붕이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라 합니다.

 

1461년에 개장했다는 의미입니까?

역사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 일행은 누루오스만 게이트에서 헤어져 각각 둘러보고 나중에 다시 이곳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오! 정말 시장 내부에 지붕이 있어요.

재래시장이지만 예쁜 아치형 지붕이네요.

지금까지 12번의 지진, 9번의 대화재를 겪었으며 그때마다 다시 재건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합니다. 

 

예전 중국의 시안에서 출발한 대상들이 실크로드를 따라 장삿길에 오르다 보면 마지막 짐을 부리는 곳이

바로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가 아니었던가요?

이곳이 탐이나 오스만 제국의 젊은 오빠인 21살의 메흐메트 2세는 봄부터 그렇게 소쩍새를 울렸나 모르겠습니다.

비잔틴 제국이 천년도 넘게 번창한 이유가 바로 동서 교역의 중계지점인 이 시장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오스만 제국이 이 작은 이곳을 탐하여 손아귀에 넣고는 모든 교역을 관장하게 되며

시장의 규모를 키웠을 겝니다.

 

이곳은 중동을 포함한 이 근방에서는 가장 큰 시장으로 딱히 무엇을 사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냥 한 번 둘러보는 것으로도 좋은 곳입니다.

내부는 워낙 미로와 같아 격자모양의 골목이 거미줄 같이 영켜 있습니다.

 

그러나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아주 질서정연하게 바둑판 모양의 길이기에 입구에 적혀 있는 글자만 외우고 가면 아주 친절하게 알려 줍니다.

예전에 대상을 따라 시안에서 이곳으로 장사하러 왔던 덜수도 길을 잃지 않고 돌아갔다는데...

 

1455년 술탄 메흐메드 2세에 의해 원래부터 이곳에 있던 이치 베데스텐과 산달 베데스텐이라는

두 개의 시장을 중심으로 조성된 시장이라는군요.

그러니 원래부터 있던 시장을 합쳐 이 근처를 모두 시장으로 만들고 국가에서 국제무역을 관리하게 됩니다.

모든 물품은 반드시 이곳을 거쳐 나가게끔 해야 이스탄불의 경제가 핑핑 돌아가고 나라는 부자가 되지요.

 

그게 아니꼽다고 신 무역항로를 개발한다고 신대륙도 발견되었고

미국에는 원주민이 인도사람도 아닌데 인디언이 되는 불행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아닌가요?

그러니 이 그랜드 바자르는 그냥 시장의 의미가 아니라 한 나라의 부를 좌지우지 했던 것입니다.

 

시장에는 금은세공품, 가죽제품, 실크, 의류, 도자기, 각종 기념품 등등

없는 것 빼고는 다 파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 드나드는 사람만 25만 명이 넘는다 하네요.

 

이곳에 일하는 사람은 우리 일행을 보자 꼬레냐고 묻고는 월드컵 때 응원이었던 손뼉을 치며 대한민국을 소리칩니다.

한국인은 모두 '대한민국~'으로 통하는 곳...

바로 상술이 뛰어난 바자르의 상인들입니다.

 

그곳은 바로 그랜드 바자르입니다.

그러니 한국인이 뜨면 여기저기서 대한민국의 구호가 들리니 길 잃을 일이 없지요. 

 

그랜드 바자르는 세워진 햇수가 550년이 넘은 재래시장으로 골목만 60여 개가 넘고

가게 숫자가 6천여 개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게 숫자는 사람마다 다 달라요.

저도 일일이 다니며 세어보지 않고 말만 듣고 그럽니다.

 

어떤 곳은 상가 가운데로 기둥을 세워 놓았습니다.

아마도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나라이기에 안전을 위한 방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느끼하게 생긴 튀르키에...

그러나 무척 친절합니다.

저 사내는 예쁜 동양 여자만 보면 말 몇 마리면 되겠느냐고 농을 건넵니다.

아마도 옛날에는 이곳에서 사람도 팔고 샀다는 데, 말이나 낙타와 교환도 했던 모양이네요.

 

그냥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원래 시장구경은 물건을 사지 않아도 돌아다니며 볼 만 하지 않겠어요?

더군다나 우리 눈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은 곳이잖아요.

 

구역별로 골동품을 파는 곳도 있습니다.

그랜드 바자르 안에는 7개의 분수, 하나의 우물, 12개의 작은 사원이 있습니다.

그러니 장사하다 말고 스피커에서 "알라는 세상에 유일한 신이다~"라고 하면 얼른 메카방향으로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겠지요.

 

가게에서 파는 물건이 우리가 쉽게 접하는 것이지만, 색깔과 문양이 달라 이국적이잖아요.

그래서 더 눈길이 가고 카메라를 들이대게 되나 봅니다.

 

조명에 의해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한때는 노예를 사고팔았던 어두운 과거도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없는 게 없는 시장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사람을 사며 말과 물물교환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시장 골목 중 사거리에는 가운데 음수대가 있습니다.

가게에 일하는 사람은 아예 물병을 들고 물을 따라갑니다.

 

터키는 물이 귀한 나라입니다.

더군다나 이슬람을 믿는 국가 대부분은 물이 귀한 나라이기에 물을 중요하게 여기겠지요.

이동하며 목축을 업으로 하던 돌궐족의 후예인 튀르크 족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이렇게 식수대를 만들어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는 것도 세상에 태어나 또 하나의 선업을 쌓는 일이 아닐까요?

 

실크로드의 종착역이며 시발역인 그랜드 바자르는 그냥 시장이 아닙니다.

역사가 숨 쉬고 이야기가 있는 곳입니다.

비잔틴 제국을 살찌웠고 오스만 제국을 부유하게 하였습니다.

이 시장의 의미는 그냥 물물교역만 아니라 역사와 동서양이 문물이 함께 녹아있는 용광로가 아닐까요? 

 

佳人이 이곳에서 꼭 사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 오면 사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무엇이냐고요?

바로 마술 램프와 플라잉 카펫이라는 나는 양탄자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다녀도 없다가 마지막 시장 밖에 허름한 가게를 발견하고 들어갔습니다.

 

물어보았지요.

주인이 하는 말이 마지막 한 장 남은 플라잉 카펫인 나는 양탄자를 조금 전에 아라비아 왕자에게 팔았다는 겁니다.

이제는 이 많은 양탄자 중에 제가 찾는 양탄자가 없답니다.

 

이제 佳人의 꿈이 하나 사라졌습니다.

늘 佳人은 이렇게 남보다 언제나 한발 늦게 세상을 알아갑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꿈 하나가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특별히 주문해도 안 되느냐 물었습니다.

이제 그런 양탄자를 만드는 기술자의 맥이 끊어졌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린 시절 어떤 꿈을 꾸셨습니까?

 

이제 오늘은 일정이 이것으로 끝납니다.

저녁은 터키의 유명한 케밥으로 첫 식사를 합니다.

 

케밥이란 도우너 케밥처럼 불에다 둥글게 고기를 빙글빙글 돌려가며 얇게 저며 빵 안에 넣어 먹는 것만

케밥이라고 알았는데 그것은 케밥의 한 종류이고

케밥이란 의미는 불에 구운 음식이라는 말로 뭐든지 불에 굽기만 하면 케밥이라고 한다네요.

그러니 고등어구이도 고등어 케밥이요, 닭고기구이도 닭고기 케밥이 됩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닭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구운 쉬쉬 케밥이라고 합니다.

유목민족이라 이렇게 꼬챙이에 꿰어 야외에서 불에다 구워 먹은 게 터키 전통 음식이 되어버렸나 보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배낭여행을 하다 여행사 단체여행을 따라가니 장단점이 각각 있더군요.

편합니다.

잘 먹습니다.

좋은 곳에서 잠을 잡니다.

물론, 자유여행에서도 돈을 많이 가져가면 해결되지만, 대체로 자유여행자는 그렇지 못하지요.

그러나 내가 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고 더 오래 모습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