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카프 궁전의 보석관

2011. 5. 18. 00:20터키 여행기/터키여행

 

화무십일홍이라 했습니까?

일찍 핀 꽃이 일찍 시든다 했습니까?

여기 천 년의 비잔틴 제국을 말발굽으로 짓밟고 세운 새로운 나라 오스만 제국은

400년을 이곳 톱 카프 궁전에서 좋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먼저 핀 꽃이 시들게 되고 그 씨앗으로 다시 새로운 꽃이 피어

또 다른 세상을 만드나 봅니다. 

 

 

테오도시우스 성벽

동로마 제국인 비잔틴 제국을 천 년의 제국으로 만든 성벽이 아닐까요?

톱 카프 제4 정원에서 내려다본 성벽 너머로 보스포루스 해협이 보이고

저 멀리 보스포루스 제1 대교가 보입니다.

1.600여 년 전 겨우 7살에 황제가 된 테오도시우스 2세(401-450)의 섭정

안테미우스에 의해 새로운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방어하기 위해

도시 외곽을 삥 둘러 쌓아올린 성벽이 바로 지금 보이는 성벽입니다.

 

 

옛날에는 술탄을 알현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기다리며 애원했지만,

지금은 티켓 한 장 끊으면 들어옵니다.

주변국 사신이 이곳에 들어온다는 일 자체가 개인은 물론 가문의 영광이요,

조국의 명예가 걸린 큰일이었습니다.

용안이라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술탄의 목소리만 들어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술탄이 어깨라도 두드려주면 세상을 얻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귀중한 보석이라도 바쳐 받아만 주어도 이곳에 온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제 그 옴파로스 중에도 핵심인 내정에 들어왔으니 두리번거리며 둘러보겠습니다.

 

 

지복의 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대부분 들어갑니다.

그 이유는 바로 보석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많은 관광객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건물로 'ㄱ' 자로 되어 있습니다.

 

 

바로 궁전의 하이라이트인 보석관입니다.

구경한다고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보석관 창문에 새들이 앉지 못하게 나무에 못을 박아 올려놓았지만,

새가 어디 사람만 못한가요?

이렇게 비웃듯 앉아 놉니다.

 

 

그런 말 하는 저요?

물론 쳐다보지도 않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 다 보고 나왔습니다.

佳人이 속물 같다고요?

왜 이러십니까? 메뉴판도 못 봅니까?

제 것을 제가 잠시 보고 온 느낌입니다.

보석관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고 제4관까지 있습니다.

 

 

많은 사람... 아니 여성분은 아마도 톱 카프 궁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보석관입니다.

14개국에서 때리지 말아 달라고 보낸 보석이 진열돼 있습니다.

어디 그것뿐이겠습니까?

정복하고 뺏어온 것도 많을 겁니다.

그 많은 보석 중 그것도 아주 일부만 이곳에 전시했다는군요.

 

 

그래서 늘 이곳은 줄을 서 기다려야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佳人의 눈에는 그냥 유리요 돌이요 구리로만 보입니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황금 잔입니다.

 

 

역시 다이아몬드가 박힌 황금 촛대입니다.

 

 

이 많은 보석 중에 압권은 바로 다이아몬드입니다.

특히 주변에 49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86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보석관 중 제4관에 보관)

이 보석의 이름이 스푼 메이커 다이아몬드(Spoon maker's Diamond)라 합니다.

그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17세기경 가난한 사람이 이 유리처럼 생긴 다이아몬드를 주웠답니다.

그 사람은 숟가락 만드는 사람과 나무 숟가락으로 바꾸고 숟가락 만드는 사람은

보석상에게 은전 10냥과 교환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하네요.

 

 

에메랄드와 루비로 장식된 요람입니다.

술탄의 자식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이런 요람에서 자랍니다.

일반인과 비교를 거부합니다.

 

 

에메랄드가 박힌 단검

 

 

유럽에서 보낸 다이아몬드가 박힌 훈장이랍니다.

뭐 잘한 게 있다고 훈장까지 보냅니까?

 

 

뭔지도 모르는 값나가는 황금 코끼리 상입니다.

 

 

페르시아에서 그만 두들겨 패라고 보낸 다이아몬드가 박힌 훈장.

오스만 제국이 외국으로부터 상납받은 보석을 아주 일부만 바꿔가며 전시한다 합니다.

지금은 일반인에게 공개하지만, 예전에는 외국 고위층에게만 보여주었다나요.

그런데 눈으로만 보고 사진 촬영이 금지되고 사진첩을 사서 보라고 하네요.

그냥 입장료 받아 눈으로만 보여주고 약 올리고 사진첩 팔아 또 돈 벌고...

 

물론 안으로 들어가면 관리가 째려보고 있습니다. 찍나 안 찍나...

만약 찍다가 걸리면 3진 아웃이라는군요?

그러면 여러 명이 돌아가며 2번씩만 찍어 나중에 조합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냥 사진에 나온 것만 사진으로 다시 찍으면 됩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다이아몬드 86캐럿짜리를 다시 한번 보고 갑니다.

워낙 이곳을 찾는 사람의 대부분이 이 다이아몬드를 보기 위함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 건너편에 성물관이 있습니다.

성물은 性物이 아니고 聖物입니다.

그런데 여기 있는 성물이 진품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러나 이곳이 이슬람 세계에서는 신성한 장소라 여겨 온종일 코란을 암송하고 있습니다.

라이브로 말입니다.

 

 

마호메트가 남겼다는 발 모양입니다.

 

 

마호메트의 치아와 머리카락이라는군요.

 

 

마호메트가 사용했다는 칼이라는군요.

다른 손에는 코란을 들었을까요?

 

 

메카 카바신전의 기둥이라고 합니다.

기둥을 뽑아오기라도 했나요?

그러면 기둥뿌리 뽑으면 어찌 되나요?

아니면 그냥 기둥 장식의 일부를 떼어왔나 모르겠습니다.

 

 

모세의 지팡이라고 합니다.

 

 

세례 요한의 손과 머리 터번 등이라고 하네요.

 

이스탄불의 시작은 BC657년이라고 합니다.

그 이전은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지만, 그리스의 비지스라는 사람이 새로운 식민지를 찾던 중

델포이 신전에서 '장님들이 사는 반대편에 도시를 건설하라'라는 신탁을 받고 길을 떠나

이곳 보스포루스 해협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그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건너편에 사는 칼케톤 사람이 천연 항구나 다름없는 골든 혼을 알아보지

못하기에 눈뜬장님이라 생각하고 신탁대로 지금 톱 카프 궁전이 있는 이곳에 도시를 세우고

자신의 이름인 비지스를 따라 비잔티움이라 정했다 합니다.

 

신탁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꼭 답을 먼저 보고 문제를 역으로 풀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들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얼마나 많은 보석을 움켜쥐어야 사람은 행복해질까요?

얼마나 많은 영토를 차지해야 술탄이라는 지위가 빛이 날까요?

술탄이기에 보석이 많을까요, 보석이 많으니까 술탄인가요.

그래..

지금 보석은 남아 있지만, 그 보석을 움켜쥐었던 술탄은 흙이 되어

세상의 거름이 되었습니다.

한줄기 바람결 같은 세월을 살며 뭬가 그렇게 갖고 싶은 게 많고 그리운 게 많을까요?

인간의 삶은 참 덧없는 것이라지만, 그래도 돌아서면 또 그리운 게 있고

갖고 싶은 게 많습니다.

佳人... 우짜면 좋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