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공과 여희 이야기 7 - 소녀를 지켜주시와요...

2010. 9. 14. 00:02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드디어 태자인 신생이 궁으로 돌아오고 여희는 성대한 연회를 베풀어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는데 사실 신생의 나이가 여희보다 열 살이나 많습니다. 

자식의 나이가 어머니보다 10살이나 더....

중국에서는 이런 게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양귀비도 아들이라고 현종한테 소개한 안녹산이 나이가 더 많았으니까요. 

 

그리고 연회가 끝날 무렵 여희는 신생에게 속삭입니다.

"그간 고생이 많으셨지요?

제대로 쉬지도 못하시고. 내일은 저와 함께 전장의 여독도 푸실겸 원림이나 거닐면서

꽃구경도 하시고 쉬세요. 네?"

신생은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즉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여희가 바로 들이댑니다.

 

"꽃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음악을 들어보세요.

태자께서 전장을 누비시던 분이라 제가 특별히 차이코프스키의 장엄 서곡 1812로

준비를 해 놓으라고 지시할게요.

나폴레옹이 60만 대군을 이끌고 모스크바를 침공했다가 러시아가 식량과 거처를

모두 불살라 버리는 초토화 작전에  말려 참패를 하고 겨우 2만 명의 패잔병을 이끌고

파리로 돌아간 전쟁을 상상하며 들으면 실감이 나실 겁니다.

 

이 노래에 사용된 큰 북소리는 초연 당시 대포를 사용했다고 하니 더 현장감이....

태자께서는 전장을 누비는 영웅이시니까 제가 태자의 취향에 맞게

전쟁 음악으로 특별히 준비했답니다."

젠장! 이렇게까지 배려를 했다는데 태자가 가지 않으면 정말 싸가지없는 나쁜 놈이 됩니다.

 

신생은 껄쩍찌근했지만 모처럼 어린 계모지만 아버지 애첩의 부탁이라 거절을 못 합니다.

만약 거절했다면 저는 글을 쓸 자료가 없어집니다.

남자란 여자의 미혹을 단호하게 거부하여야 하는데....

 

그날 밤...

헌 왕이 자고 있는데 누가 흐느끼고 울고 있는 소리가 들려 눈을 뜹니다.

여희입니다.

가냘픈 어깨를 들먹이며 우는 모습도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미치겠습니다.

예쁜 여자는 울어도 예쁩니다.

미운 여자는 웃어도 밉습니다.

그런데 미운 여자는 울면 더 밉습니다.

어찌하면 좋답니까?

 

그러나 애첩인 여희가 흐느끼는 게 헌 왕의 가슴이 미어집니다.

"왜 또? 무슨 일?" 하고 묻자 기다리기라도 했듯이 흐느낌이 금방 시일야방성대곡으로

바뀌며 마치 황하의 물이 굽이쳐 협곡을 돌아 거침없이 쏟아지듯 말입니다.

 

 

"폐하! 소첩을 지켜 주시어요.

오늘 폐하와 함께 태자의 위로연을 열어주고 저는 따로 태자를 불러 술상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태자가 그런 사람인지 정말 몰랐습니다."

그리고 또 웁니다.

답답합니다.

 

이유를 말하지 않고 운다는 것은 이제 결정타를 날린다는 말입니다.

헌 왕은 미치고 환장하겠습니다.

이미 태자와 여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은 암시하는 의미이니까요.

그러니 더 궁금하지요.

"여희! 그대의 슬픔은 나의 아픔... 그대의 눈물 한 방울은 나의 눈물 한 대접...

무슨 일인지 나에게 말하시오!"

사내가 여자에게 미치면 이렇게 됩니다.

 

"오늘 낮에 태자가 소첩에게 술을 따르며 묻더군요.

폐하께서는 이미 나이도 많으신데 어찌 폐하께 의탁하시냐고 그러면서 저를

폐하가 아주 즐겁게 해 주시냐고요.

제가 나이도 어리고 예쁜 것은 세상이 다 알지만,

어찌 제게 그런 말을 물어볼 수 있습니까?

그리고 궁녀들이 밖으로 나가자 저를 그만...."

 

요런 요망하고 앙큼한 것...

여러분 여희를 어찌해야 합니까?

만약 제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저도 여희의 말을 그대로 믿을 뻔했습니다.

 

이거 태자가 순식간에 있지도 않았던 일로 죽일 놈이 되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모함을 당해 죽은 원귀가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습니다. 

 

"그래서?"

헌 왕은 궁금합니다.

어디까지 태자가 진도를 나갔는지...

어디 헌 왕만 궁금하겠어요?

저나 여러분도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는지 궁금하죠?

 

원래 헌 왕과도 같은 사내가 제일 궁금해하는 게 진도가 어디까지 갔는지입니다.

"제가 몸을 급히 빼지만 않았더라면 소첩은 그만 태자의 건장한 몸에 눌려 몸을

버렸고 저는 폐하를 위해 몸을 지키지 못한 죄 때문에 자결했을지도 모릅니다."

 

오호라! 자결이라는 극단적인 단어가 나왔습니다.

이게 사내에게는 사랑의 불을 지르고 복수의 화신으로 변하게 하는 묘약이지요.

 

 

"이놈의 자식을 당장!"

"폐하! 폐하의 눈으로 확인도 하지 않고 일을 그르치시려고 하십니까?

내일 태자가 저와 함께 원림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저는 한 시라도 폐하 곁은 떠날 수 없다고 말을 했지만 만약 가지 않으면 자기와 아버지 중

누가 더 오래 살겠느냐고 하며 자기가 다음에 왕의 자리에 오르면 저보고 어찌 살 수 있겠느냐고....

내일 폐하께서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신 후에 일을 처리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정말 현명한 여인입니다.

심증과 물증을 정확히 구별하시라는 말입니다.

심증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오히려 되치기를 당하면 비난을 위한 비난이고

거짓말장이에 바보 되기 딱입니다.

 

"알겠소! 내일 직접 숨어서 짐이 확인을 해 보리다.

그리고 만약 사실이면 당장 요절을 내리다."

 

저도 내일 헌 왕과 함께 숨어서 지켜보겠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어쩌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