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공과 여희 이야기 5 - 나 잡아 봐라~

2010. 9. 7. 09:43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양오는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가 준비를 끝내니 여희가 하녀를 대동하고 웃으며 나타납니다.

멀리서 보아도 보입니다.

여희는 키가 무척 커 하녀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니까요.

잠자리 날개처럼 속이 훤히 비치는 옷을 입고 나타난 여희가 양오에게 말합니다.

 

영오 눈에는 마치 선녀가 환생하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합니다.

양오에게 가까이 다가와 "여기에 다른 사람들이 없으니 나와 함께 산책이나 하시지요?

나는 이런 곳이 좋아요. 숲이 우거지가 새가 지저귀고 꽃이 만발한 이런 곳이 정말 좋아요."

양오는 헌공의 애첩이 함께 산책하자는 말에 싫어도 해야 할 판인데 평소 지근거리에서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져 지냈으니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원림을 걸으며 꽃도 봅니다.

물고기도 보고요.

오늘은 날씨마저 환장하게 좋습니다.

그리고 하녀와 함께 울창한 숲도 거닐며 천하일색인 미녀와 함께...

이렇게 하녀를 거느리고 여희와 함께 원림을 산책하니 마치 양오는

자신이 헌공처럼 왕이 된 기분입니다.

드디어 열경루라는 지붕이 낭창 한 누각에 도착합니다.

 

여희가 고개를 돌려 하녀에게 말합니다.

"나는 여기서 쉬고 있을 터이니 너희는 궁으로 돌아가 주안상을 마련해 이리로 가져오너라."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입니까?

 

이런 것 준비해 오려면 아마도 시간이 오래 걸릴걸요?

미리 이곳에 올 때 준비하여 오면 되는데 왜 지금 가서 준비해 오라는 겁니까?

정말 왜 그러는 겁니까?

그런 말을 하고 난 여희도 멋쩍은지 저를 보고 싱긋 웃는군요.

아주 유치 찬란합니다.

 

하녀들이 물러가자 여희는 "양오! 이곳보다는 난 숲이 더 좋아요.

우리 숲 속으로 조금 더 걸으면서..."

나는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리고 만약 하녀들이 일찍 돌아와도 숲 속으로는 오지 않을 테니...

지금부터 이 넓은 원림 안에는 두 사람과 저뿐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들어갈까요?

그냥 저만 따라갔다가 나올게요.

 

여희는 양오를 데리고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예전 우리나라 영화에 자주 나왔던 단골 레퍼토리 "나 잡아 봐라~"라고 하는

유치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더 유치한 일을 합니다.

여희는 갑자기 주저앉으며 발을 삐었다고 "아얏~"하고 소리칩니다.

뭐 유치해도 어떻습니까?

고전 드라마가 원래 유치하긴 유치하죠.

더빙 자체도 유치하잖아요.

 

우리나라 옛날 영화에 늘 나오는 클래식한 놀이인 엄앵란과 신성일이가 주로 했던

"나 잡아 봐라~" 하고 노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양오가 얼른 그녀를 부축합니다.

알면서도 속아주는 지혜...

때로는 평생에 남을 큰 추억을 만들기도 하지요?

여희가 미소를 보내며 혹시 사람들 눈에 띌 수 있으니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자고 합니다. 

정말 유치한 짓입니다.

부끄러운지 아셔야죠.

 

이런 생각은 독자들의 잘못된 생각입니다.

두 사람에게는 전혀 유치하지 않습니다.

멋진 추억은 좋은 각본에서만 나온다는 편견을 버리셔야 합니다.

이렇게 유치한 일이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제 양오도 확신을 합니다.

양오의 억센 팔로 여희를 냉큼 들어 올리자 여희도 양오의 목을 감싸 안으니 여희에게서

풍기는 농익은 여자의 향기에 양오는 순간 현기증에 어찔합니다.

더군다나 여희의 육신은 마치 젤리처럼 부드럽고 복원력이 뛰어난

고탄력 고무공처럼 탱글탱글합니다.

 

워낙 유목민의 여인이라 거친 들판을 거침없이 달리며 살아왔기에

중국 여인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퍽퍽한 양계장 닭고기 살과는 전혀 다릅니다.

마음대로 뛰놀며 자란 토종닭이 그래서 더 비싼 겁니다.

 

양오는 정신이 혼미해지고 여희를 안아본 것에 목숨을 걸어도 좋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듭니다.

여인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내란 정말 행복한 사내입니다.

이미 가슴속에는 활화산에서 쏟아지는 용암처럼 뜨거운 것이 솟아오릅니다.

이 순간만큼은 주군인 헌 왕의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또 생각이 난들 이미 자신을 통제하는 이성은 외출한 지 오래고

머릿속에는 온통 아수라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 지경에 이르면 양오의 머리에는 주군를 지근거리에 모시며 주군을 위해 목숨마저도

내놓겠다는 처음 결심은 봄눈 녹듯 사라지며 이성이란 상추쌈에 싸먹어버렸고

감정과 격하게 양오의 이성을 포옹한 상태에 빠져버린 겁니다.

 

양오는 여희를 숲 속 잔디 위에 눕히고 격정적인 몸놀림으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 만들기에 들어갑니다.

물론 여희의 완벽한 미모에도 흥분되었지만 이렇게 주군의 여자와 함께 그것도 평생 처음으로

숲 속 잔디에서 뒹굴며 즐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아~ 주군의 여자라...

양오에게는 정말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특별한 경험입니다.

 

마침 이곳 원림에는 베토벤이 대기하다 지휘봉을 들고 직접 운명 교향곡을 연주하니

주위의 모든 나무가 일순간 악기가 되어 합주하는 듯합니다.

광풍 같은 운명 교향곡이 끝나갈 무렵 이번에는 주위의 꽃들이 모두 일어나

베토벤 교향곡 9번 D 단조 작품 125 합창 4악장에 나오는 'Song of joy'를 합창합니다.

정말 음악이 함께하는 삶이란 아름다운 겁니다.

순전히 느낌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베토벤이 'Have a good time!' 하며 사라지고 모니카 마틴이 다가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그저 스쳐 가는 바람이냐고 'Es war doch alles nur ein traum'을 노래합니다.

네... 맞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맞습니다.

이게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어야지 둘이 죽고 못 산다고 한다면 둘 다 죽습니다.

 

양오는 양오대로 즐거웠지만 여희도 여희대로 헌공보다 훨씬 건장한 새공이나 다름없는

사내와 즐겼으니 두 사람 모두가 해피한 일입니다.

음악이란 이렇게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묘약입니다.

 

이제 두 사람은 한 배를 탄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여희는 헌 왕의 심복 중 첫째인 양오를 내 사람으로 만들었고 양오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인생 최고의 경험을 여희로부터 얻었습니다.

이런 것을 Win Win이라고 하더군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