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공과 여희 이야기 9 - 꿈은 사라지고

2010. 9. 18. 08:21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여희는 통곡을 하며 해제를 끌어안고 술과 고기를 움켜쥐고 먹으려고 하며 소리칩니다.

사실 "원 샷 혀 봐~ "라고 해도 먹지 않을 쇼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정말 죽을 사람은 아들을 끌어안고 울고불고하지 않습니다.

 

"이제 소첩과 해제는 차리라 죽어 버리는 게 낮겠습니다.

정말 너무 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태자가 당연히 다음 왕위를 계승한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폐하와 저를 시해하려고 하다니.....

어차피 죽을 목숨 지금 죽는 게 차라리 편하옵니다."

 

어멈? 폐하라는 단어와 시해라는 단어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이 두 단어가 한꺼번에 나왔다면 더 이상의 단어는 없기에 이제 마지막 수순입니다.

 

여러 번 태자가 죽을죄를 지었으나 천사의 심장을 이식한 여희 때문에 살려두었는데 우찌 이런 일이....

이제 헌공도 여희가 말린다고 태자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우선 헌공은 태자의 스승을 먼저 처형합니다.

 

스승인 두원관은 미리 사람을 보내 태자에게 도망갈 것을 권유하나 태자는 사건의 진상을 CSI에 의뢰해 밝히는 것보다

부왕의 마음을 편케 하는 게 죽어주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립니다.

 

진실은 밝은 빛과 같아서 사람의 눈을 오히려 흐리게 합니다.

거짓은 반대로 아름다운 저녁노을처럼 화려하게 모든 것을 멋지게 만들어 줍니다.

헌공은 아름다운 미색에 빠져 진실을 보지 못하고 쾌락에 빠져 살아온 사람입니다.

 

세월이 흘러 결국 헌공은 병으로 세상을 뜨며 열한 살짜리 해제에게 왕위를 계승하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이제 여희가 꿈꾸었던 일이 현실화되었습니다.

아무기가 될 뻔한 해제는 어미인 여희에 의해 졸지에 용이 됩니다.

잘 키운 용 하나 열 이무기 부럽지 않습니다.

 

그러나 궁중에는 또다시 권력 다툼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 해제는 물론 여희와 소희도 모두 죽습니다.

여희는 눈을 감으며 자기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거침없이 마음껏 내달리던 초원을 떠올립니다.

그녀의 입에서는 "Green green grass of home~"을 읊조리며 서서히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원림에서의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도 생각해 봅니다.

여희는 궁궐보다는 넓은 들판을 사랑했고 늙은 영감탱이보다는 젊고 건장한 남자를 사랑했습니다. 

결국, 여희에 의해 어지러워졌던 진나라는 날로 쇠퇴하여 결국 역사 속의 한 나라로만 남게 됩니다. 

 

한 자밖에 되지 않는 여희의 가슴에 무엇을 품고 싶었을까요?

한 움큼밖에 되지 않는 가녀린 손으로 여희는 무엇을 움켜쥐려고 했을까요?

모든 꿈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다음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가 꿈꾼 세상....

모든 게 이루어지면 그다음은.....

 

여희의 이야기는 두고두고 훗날 미색을 탐하던 제왕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말로 오르내립니다.

중국의 신하들은 걸핏하면 이런 고사를 들먹이고 그래야 충신 소리를 듣습니다.

무슨 대법원 판례도 아니고 백과사전에 정의되는 이름도 아닌데 왜 여희를 들먹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희에게 잘못이 있다면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었고 자기가 낳은 아들을 왕의 자리에 올리고 싶었고

늙은 영감보다는 젊은 남자를 사랑한 죄가 죄라면 죄가 되겠네요.

 

헌 왕을 자기가 사랑해서 택한 남자인가요?

나라가 전쟁에서 패하며 볼모로 잡혀와 죽지 멋해 살았잖아요.

그리고 이곳이 아무리 좋아도 객지 아니겠습니까?

주변에 아무도 없는 객지에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조금 이상한 취미생활을 즐겼을 뿐인데 왜들 그러십니까?

 

사소의 점괘를 믿고 헌공이 여융이란 나라를 침공하지만 않았어도 여희는 자유부인이 되어 초원을 누비며

자기가 누리고 싶은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을 텐데 왜 후세 사람들은 툭하면 나쁜 여자로 몰아세웁니까?

여희는 진(晉) 나라 헌공이 여융을 정벌하고 전리품으로 데리고 온 피해자입니다. 

여희가 죽으며 제게 말했습니다.

자기는 나쁜 여자가 아니고 시대와 역사의 피해자라고...

 

여자가 팔자가 기구해 볼모로 잡혀와 한 남자의 사랑을 받게 되면, 그 남자를 사랑의 포로로 만들고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바치며 살았습니다.

자신의 삶을 너무나도 집요하게 사랑했고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 했을 뿐입니다.

자식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태자를 모함했고 만약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권력에 의해

자연히 아들과 자기자신은 주변에 도움 줄 사람 하나 없는 타국에서 사라져야 하는 게 권력의 본질이 아니겠습니까?

All or nothing라는 게 권력의 속성인 것을...

 

이상으로 헌 왕과 여희 이야기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