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6. 08:04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다음날 둥근 해가 떴습니다.
아침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윗니 아랫니부터 치카치카합니다.
여희는 몸단장을 하는데 머리에 꿀을 바릅니다.
떡에다가 꿀을 바르는 게 아니고 머리에다가 말입니다.
여희의 머리는 무슨 꿀로 샴푸 합니까?
자기가 샴푸의 요정이나 된답니까? 나 원 참!!!
빈민 아동을 돕는 봉사활동에 참가한 어느 탈랜트는 목욕물로 생수를 부탁했다는데...
이렇게 용도가 다르게 쓰이면 위험물이 됩니다.
바로 태자를 즉시 보낼 비장의 무기인 셈이죠.
달콤한 꿀도 사람을 상하게 하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여희는 궁을 나서기 전에 오늘의 할 일을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도상훈련을 하듯, 분, 초 단위로 스케줄을 그립니다.
이제 출발하여 원림에 도착하니 태자가 미리 와 기다리고 있습니다.
둘만 안으로 들어가 열경루 쪽으로 걸어가며 여희가 힐끗 쳐다보니 열경루의 문이 반쯤 열려 있습니다.
그곳에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헌공과 여희뿐이라는 것을 변방을 떠돌던 태자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나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고 그 안에는 헌 왕과 저만 지금 들어가 있습니다.
열경루 앞에는 커다란 화단이 있고 그곳에는 아름다운 꽃들과 꿀을 따기 위해 몰려온 벌들이 많습니다.
여희는 태자를 끌고 그곳으로 향하여 나아가는데 벌들이 여희의 머리에 묻은 꿀을 먹기 위해 몰려듭니다.
아하~ 바로 여희가 노린 것이 이것입니다.
그녀는 늘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처럼 살아왔기에 자연의 현상에 매우 익숙합니다.
헌 왕은 눈을 부릅뜨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증거를 확실히 남기기 위해 특별히 CCTV까지 녹화합니다.
그리고 저 보고는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현장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까지 합니다.
그렇지요.
증거가 없으면 정치탄압이고 모함입니다.
그때 여희가 "어머나~" 하고 소리를 지르자 태자 신생이 "마마! 무슨 일이세요?" 하고 묻습니다.
"벌. 벌들이... 얼른 쫓아주세요. 내 머리에.."
태자는 아무 생각 없이 손으로 벌을 쫓습니다.
"이쪽에 도요."
반대편으로 돌아서며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마주 보게 되고 손을 올린 태자의 소맷자락에 가려
멀리서 보면 마치 태자가 여희를 끌어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말 극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태자는 여희의 머리에 달려드는 벌을 쫓아버리기 위해 손을 휘젓고
여희는 이쪽저쪽으로 돌아서니 마치 멀리서 바라보니 태자는 여희를 포옹하려고 하고 여희는 태자의 포옹을
피하려고 발버둥 치는 것처럼 보였고요.
정말 앙큼하면서도 용의주도합니다.
나중에 CCTV를 슬로 모션으로 돌려봐도 태자가 여희를 끌어안으려고 하고 여희는 빙빙 돌면서
태자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듯 보입니다.
여희를 지금까지 가까이서 지켜본 저는 확실히 압니다만,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여러분도 헌공처럼 오해를 했을 겁니다.
정말 유치한 방법이지만,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미리 선입견을 품고 보면 끌어안으려는 늑대와 피하려는 여우입니다.
원래 사랑놀이는 유치합니다.
우리에게도 옛날 영화에 나오는 "나 잡아 봐라~"라는 게임이 있잖아요.
엄앵란 신성일이가 푸른 초원에 나무 한 그루 서 있고 나무를 빙글빙글 돌면서 '나 잡아 보라!'라고 하던 게임 말입니다.
그냥 한 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저절로 잡히는데 왜 같은 속도, 같은 방향으로 따라 돕니까?
심증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비디오테이프까지 확보하니 헌공은 이제 더 묻고 따지고 할 필요도 없이 그 자리에서
요절을 내고 싶었지만, 꾹 참고 궁으로 급히 돌아온 왕은 태자를 당장 처형하라고 명령합니다.
여희는 얼른 헌 왕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합니다.
또 웁니다.
또.... 툭하면 웁니다.
"폐하! Oh~ No.
비록 태자가 소첩을 능멸한 죄는 천 번하고도 몇 번 더 큰 죄이나 절대로 태자를 죽여서는 아니 돼 옵니다.
백성이야 당연히 폐하의 애첩인 저를 희롱한 태자의 잘못을 이야기하겠지만 그다음은 당연히 몸을 지키지 못한 소첩을
비난할 것입니다.
한 번만.. Please"
정말 마음이 깊고 생각이 넓은 여인입니다.
이런 여인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큰 죄를 짓는 일일 것입니다.
명품 천사표 그대로입니다.
결국, 여희의 전략이 적중하여 헌공은 태자를 살려주나 그로 인해 여희에 대한 사랑은 깊어만 갑니다.
태자는 다시 변경으로 보내줍니다.
이제부터는 이름만 태자고 내부적으로 죽일 놈입니다.
아비의 애첩을 희롱한 자식이 과연 자식으로 행세하겠습니까?
얼척없는 소리지요.
어느 날 잠을 자던 여희가 비명을 지릅니다.
"여희 무슨 일 이우?"
"소첩이 방금 꿈을 꾸었는데 태자의 친모 제강이 흰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제게 다가와
'무서워 무서워~' 하여 놀라서 깨어났습니다."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입니까?
자다 말고...
정말 자다가도 생 쇼를 하는 여자입니다.
죽은 태자의 친모가 여희 꿈에 나타났다면 이건 보통이 아닙니다.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여도 귀신을 불러올 여자가 여희입니다.
여희는 이미 세상을 통달하고 귀신과 소통하는 경지에 올랐습니다.
태자의 모친인 제강의 머리 풀어헤친 모습과 흰 옷을 입은 모습은 딱 귀신 콘셉트 아닙니까?
"걱정하지 마시오."
하며 여희를 꼭 안아 줍니다.
그러고 다시 잠이 들락 말락 할 즈음 또 여희가 소리칩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
"이번에는 '너무 추워, 추워서 못 살겠어~' 합니다."
젠장...
또 안아주어야 합니다.
이제 잠자기는 다 글렀습니다.
그러나 남녀 사이에 스킨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많이 하면 할수록 세상은 아름답고 찬란함 밤이 됩니다.
날이 밝자 헌공은 사람을 보내 태자 신생에게 어머니인 제강의 제사를 잘 모시라고 명을 내립니다.
태자는 기쁜 마음에 모친에 대한 제사를 성대하게 지내고 남은 음식을 싸 모친의 제사를
특별히 잘 모시게 음으로 양으로 신경 써준 여희가 있는 궁으로 보냅니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헌공에게 여희는 태자가 보낸 제사 음식이라고 내어 놓습니다.
헌공이 손을 내밀어 제사 음식을 덥석 집어 먹으려는데 여희가 급히 제지합니다.
"폐하~ 아무리 아들이 보낸 음식일지라도 궁 밖에서 들여온 음식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혹시?"
하며 음식 하나를 집어 마당에 있는 개에게 던져주자 개가 어찌 되었겠습니까?
네~ 맞습니다.
음식을 먹고 바로 그 자리에서 벌렁 자빠져 거품을 입에 물고 경련을 일으키다가 바로 죽어 버립니다.
왜 저 개는 그곳에서 얼쩡거리다가 죽게 되는지....
살아있는 주위의 모든 사람이 죽은 개를 바라보며 모두 놀라 자빠집니다.
헌공이 놀란 가슴에 이번에는 술잔을 들어마시려고 합니다.
또 여희가 제지합니다.
"폐하! 술도 한 번 검사를 한 후...." 하며 주위를 둘러봅니다.
이번에는 술을 한 잔 따라 아래에 있던 호위병과 눈이 마주치자 그 녀석에게 내리며 마시라고 합니다.
개에게 술을 마시게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호위는 방금 멀쩡한 개가 벌렁 자빠져 죽는 광경을 본 지라 자기도 벌렁 자빠져 개처럼 죽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바로 자기가 조금 전에 게거품 물고 죽은 개의 데자뷔 현상처럼 느껴집니다.
왜 하필 오늘 근무를 바꾸어 제일 앞줄에 섰단 말입니까?
정말 재수 없는 녀석입니다.
그리고 먼 산만 바로 보고 있을 것이지 왜 여희와 눈이 마주쳐서.....
먹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먹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왕명입니다.
먹어도 죽고 먹지 않아도 죽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아들아! 지난밤 꿈자리가 심란하는구나. 오늘 근무 중 절대로 눈알 굴리지 말고 먼 산만 쳐다보거라.
그리고 근무가 끝나면 스탠드 바에 들려 누가 술을 그냥 권하더라도 절대로 받아 마시면 안 된다.
그리고 여자가 꼬리를 치더라도 절대로 눈을 마주 치면 않된다. 알았지?"
정말 어머니 말씀대로 공짜로 주는 술인데 받아먹고 싶지 않습니다.
근무 중 음주행위인데 그래도 어쩝니까?
공연히 예쁘다고 소문난 여희의 모습을 근무 중에도 힐끗거리며 쳐다보다 그만 눈이 마주쳤습니다.
헌공이 내려다 보고 "어여~ 원 샷!"을 외치는데요.
이때는 당연히 먹고 죽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립묘지라도 가지요.
안 먹는다고 버텨봐야 강제로 먹게 되고 개죽음합니다.
옆에 서있는 동료가 "빨리 마셔~"라고 재촉합니다.
혹시 쟤가 안 마시면 술잔이 자기에게로 돌아올 수 있잖아요.
결국, 폼 나는 황금 잔으로 된 임금 전용 술잔으로 원 샷 하고 역시 개처럼 벌러덩 자빠져 똑같은 자세로 죽어버립니다.
세상에 이렇게 황당하게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라리 이럴 때는 뎅기열에 걸려 병원에 입원이라도 했다면 살 수 있을 텐데....
내일은 여희의 마지막을 함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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