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3. 08:53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여융이라는 나라는 중원에서 오랑캐라고 부르는 서융의 한 부족으로 지금 서안 인근의 여산에
모여 살고 있었는데 한족과는 생김새나 모습이 달라 헌공은 여희를 처음 보는 순간 그만 혼을
빼앗길 정도로 이국적인 모습의 여자였고 서융은 중동계와 동양계의 혼혈로 외모도 다르고
흰 피부에 키도 훤칠하여 쭉쭉 빵빵 그 자체입니다.
원래 혼혈이 이국적으로 생소하게 생겼고 늘씬하기에 사람의 눈을 끌기는 하지요.
제가 보아도 멋진 여자라는 생각이 드는데 헌공이라고 별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한족에 식상한 헌공은 이국적인 그녀에게서 뿜어 나오는 야릇한 매력에 빠져버린 겁니다.
당나라 때 양귀비가 이란계의 혈통이 흐르는 안녹산에 필이 꽂혀 당태종보다 더 좋아했다지요?
헌공은 승리 축하연을 아무리 적당히 끝내려고 해도 왜 이렇게 지루합니까?
새로 장만한 가라오케 기계를 부숴버리던지 해야지 마이크만 잡으면 저놈들은 밤을
새우려고 하면서 악다구니 쓰며 노래 부르는 신하들이 미워 죽겠습니다.
전쟁은 헌공이 치르고 왔는데 그동안 궁전 안에만 무위도식하며 지내다가 승리 축하연이라고
잔치를 벌였더니 저 놈들이 마치 자기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듯 더 발광을 합니다.
그래도 헌공은 진(晉) 나라의 C E O가 아닙니까?
전쟁으로 육신이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고 서둘러 끝내고 즉시 그녀의 침소로 발걸음을 돌려
와 보니 이미 그녀는 몸단장을 마치고 헌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침소에는 황금색 휘장이 드리워지고 황촛불에 아른거리는 그녀는 속이 훤히 비치는 옷을
입고 있는데 마치 그 옷은 잠자리 날개처럼 망사로 만든...
젠장 차라리 입지나 말지....
아닙니다.
그건 헌공이 모르는 생각입니다.
확실히 보여주면 금방 식상합니다.
다 여희의 마케팅 전략이지요.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그런 모습이 보는 사람의 애간장을 더 녹이는 겁니다.
마치 이슬을 흠뻑 머금은 백일홍 같기도 하고 울 밑에 수줍은 듯 서있는 봉선화 같기도
하고 함초롬히 이슬을 머문 배꽃인 듯하고 담장 너머로 고개를 들어 부끄러운 듯 발그스레한 얼굴로
넘겨다 보는 능소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옆모습을 보면 마치 물을 흠뻑 머금은 물 위에 떠 있는 한 송이 연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봉긋 솟은 가슴에서 잘록한 허리선을 그대로 보여주어 예전에 맨날 중국 여인들만 보던
헌공은 오늘 마치 새공이 된 듯 침만 꿀꺽 삼킵니다.
그 침 삼키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헌공 자신은 물론 옆에 있던 저도 깜짝 놀랍니다.
헌공은 적이 많음은 두려워하나 여자 많음은 전혀 두려움이 없는 여성에게만 용맹한 사람으로
여느 중국 여인들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서구적인 미모에 순간 넋을 잃고 맙니다.
제가 옆에서 툭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그대로 돌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통은 인간을 생각하게 하고, 사고는 인간을 현명하게 만듭니다.
지혜는 인생을 견딜만한 것으로 만든다는데 방탕한 권력은 사람을 짐승으로 만듭니다.
짐승 중에도 늑대라고 아시는 분은 모두 아십니다.
여희의 이국적인 모습은 헌공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희만 있는 게 아니라 동생 소희도 함께 그 자리에 있으니 헌공의 눈은
좌우로 정신없이 왔다 갔다 어지럽기까지 합니다.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가 마치 신형 마차 바퀴 굴러가는 소리처럼 크게 들립니다.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젠장 왜 숨은 자꾸 가빠옵니까?
중국집에 가면 한국인들은 누구나 고민을 합니다.
짬뽕을 먹을까?
아니면 자장면을 먹을까?
그래서 우리에게는 국적불명의 요리인 짬짜면이라는 세기의 발명품이 있습니다.
이렇게 고민하지 않고 한꺼번에 모두 맛보는 한국인...
정말 대단합니다.
슬기로운 사람의 눈은 머릿속에 있고 느낌은 가슴속에 있어야 하는데 전혀 슬기롭지 못한
헌공의 눈은 좌우로 움직이며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하고 느낌은 마음으로만 느껴야 하는데
품어 보고 만져 보아야만 알 것 같습니다.
전쟁에 승리했으니 승자가 싹쓸이하는 게 전혀 이상한 일만은 아니겟쮸?
Abba도 그랬잖우~
The Winner takes it all 이라고요~
내일 또...
'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 여인 열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헌공과 여희 이야기 4 - 이게 꿈일까요? (0) | 2010.09.02 |
---|---|
헌공과 여희 이야기 3 - 원림 하나 지어주세요. (0) | 2010.08.26 |
헌공과 여희 이야기 1 - 여희와 소희의 등장 (0) | 2010.08.18 |
너무 잘 생겨서 죄송합니다. (0) | 2010.08.16 |
포사 이야기 5 - 여산 봉화 (0) | 2009.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