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공과 여희 이야기 3 - 원림 하나 지어주세요.

2010. 8. 26. 00:53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여희는 헌공의 시선이 이미 자기에게 꽂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소첩 폐하가

오시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라고 하는데 목소리는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 맑습니다.

헌공의 눈도 빠지려고 했는데.....

아니? 여희의 눈까지?

 

그럼 제대로 눈이 붙어 있는 사람은 저와 여러분밖에는 없습니다.

이미 헌공은 포로로 잡아온 여희의 포로가 되고 말았습니다.

잡은 자와 잡힌 자...

이렇게 순간적으로 바뀔 수도 있답니다.

 

젠장 불공평하고 환장하게도 왜 예쁜 여자가 목소리까지 아름답답니까?

헌공은 여희와 서희를 양쪽에 앉히고 궁녀들의 시중을 들어가며 술잔을 기울이는데

눈치가 없는 궁녀들은 왜 빨리 자리를 뜨지 않는지....

귀신은 어디 있어 왜 저 궁녀들은 귀신도 잡아가지 않는지...

귀신들이 총파업이라도 하고 있답니까?

지난여름 더위에 탈진이라도 했답니까?

아니면, 국회에서 다수의 힘으로 귀신완박이라도 했단 말인가요?

 

궁녀들의 노래하는 목소리 하며 춤을 추는 모습은 마치 선무당이 날뛰는 것 같습니다.

헌공은 궁녀들을 파악~  쎄려 뿌렸으면 좋겠습니다.

 

여희가 내는 목소리는 천상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들리고 손가락을 들어 움직이면

선녀의 춤사위보다 더 우아한데...

누가 저 무희를 교육했으며 뽑아다가 여기서 날뛰라고 했는지

내일 모조리 잘라버리고 싶습니다.

헌공이 손짓으로 물렀거라고 하자 이제야 잡것들이 쪼르르 물러나며

그래도 방문을 꼭 닫아 줍니다.

이제 방안에는 헌공과 여희, 그리고 저하고 셋만 남았습니다.

 

헌공은 여희의 동생 소희도 함께 오늘밤을 지내고 싶었으나 스스로 일어나가기에

아쉽지만, 후일을 기다려야지요.

이제부터 저는 검열의 담장 위에서 글을 써야 하기에 아주 순화된 표현으로만 쓰겠습니다.

심화학습은 각자가 알아서 하셔야겠습니다.

 

여희를 반짝 들어 올려 침대로 올라간 헌공은 운우의 정을 나눕니다.

통상 옛글에는 운우의 정이라고 표현합니다만 저는 운우가

구름과 비라는 것 외에는 알지 못합니다.

구름과 비가 왜 자주 언급이 되고 그 둘 사이에 무슨 정을 나누는지 알지 못합니다.

 

여희의 야성미는 헌공을 피곤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정욕의 화신으로 만들어 줍니다.

전쟁터를 누비며 산전수전 다 겪은 헌공이라 무쇠로 만든 칼과 화살은 막을 수 있지만,

무기도 없이 맨몸인 육탄으로 덤비는 나긋나긋한 여자는 막을 수 없습니다.

이래서 여자는 때에 따라 창칼보다도 더 무서운 무기가 됩니다.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길 수 있습니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헌공은 이날 이후로 다른 여자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왜 또 만리장성이 나오는지도 모릅니다.

남녀 간의 사랑과 만리장성은 무슨 관계가 있나요?

사랑하면 만리장성이 저절로 쌓아지나요?

아니면 만리장성을 쌓으면 저절로 사랑이 이루어지나요.

헌공의 눈에는 다른 후궁들의 모습이 빗자루에 비단옷을 걸친 듯 보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제 눈에는 다른 궁녀 모두가 예뻐 보이는데....

 

 

그 후로 헌공은 한 시도 여희 곁을 떠나지 못하고 지내는데 어느 날 여희가

매우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헌공은 깜짝놀라 "무슨 일이냐?"라고 물어봅니다. 

여희는 잔뜩 교태를 부리며 답합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후 폐하의 은혜로 하루하루를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원래 저는 어려서부터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고 푸른 풀밭에서 흰 구름을 벗 삼아

새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놀고 지냈습니다. 

 

그렇기에 이곳은 너무 답답합니다.

저는 자유로운 영혼이라 이곳은....." 하며 말끝을 흐립니다.

말끝을 흐리는 것은 모두 말하는 것보다 더 강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여희가 자라고 살던 곳은 유목민의 고장이라 천막생활에 늘 들판을 달리며 자연을 벗 삼아

야생마와 같이 자유롭게 지냈던 터라 이곳 궁궐의 답답한 생활은 그녀를 숨이 막히게 하지요.

 

헌공이 여희의 말을 들어보니 이해가 갑니다.

"걱정 마시오. 내가 커다란 원림을 하나 지어 그곳에 그림 같은 초원을 만들고 꽃을 심어

새들이 지저귀게 할 것이며 흰 구름도 몰고 올 것이며 정자도 하나 지어 주리다.

그러면 답답한 마음도 없어질 것이오" 

사실 헌공에게는 원림 하나 짓는다는 일이 그리 힘든 일도 아니지요.

 

그러나 여희가 이런 부탁을 하는 은밀한 이유를 헌 왕은 모릅니다.

여융 부족은 유목생활을 하고 살기 때문에 남녀가 들판에서 사랑을 자주 나눕니다.

여희는 궁에 들어온 이후로 예전에 즐기던 그런 자유로운 일을 하지 못해 헌 왕과의 잠자리에

불만을 느끼고 있어 야성적인 그때의 생활이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여희는 그 느낌 아니까.

그러니 야생마를 지금까지 답답한 곳에 붙들어 매 놓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내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