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8. 09:00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춘추전국시대 진(晉) 나라의 헌공(獻公)이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오늘부터 헌공과 그의 여자인 여희와 소희 자매와의 이야기를 하렵니다.
헌공은 이웃나라인 여융을 침공하기로 하고 국가 공인 점술가인
부채도사 사소(史蘇)에게 점을 칩니다.
옛날에는 이런 점술가가 나라의 녹을 받아가며 중요한 일에 막강한 결정권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 사람들은 자신이 결정한 일에
과연 확신을 갖고 있었을까요?
그러나 사소는 점괘가 좋지 않다고 헌공에게 토벌 계획을 연기하거나 포기할 것을
진언했지만 헌공은 "인생? 까이꺼 뭐 있어?" 하며 그의 말을 무시하고 토벌에 나섭니다.
헌공은 사소의 말을 사소하게 생각해 무시할 일을 왜 점을 치게 하고 망신을 줍니까?
성격도 정말....
새공이 아니고 헌공이라 그렇습니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상사가 꼭 있습니다.
회의하자고 바쁜 사람 모이라고 하고 혼자 원 맨 쇼로 일관하다가 의견을
제시하면 묵살하고 무안이나 주고 그리고 자신의 의견대로 회의를 끝내지요.
그러니 미리 회의장에 들어오기 전에 결정을 혼자 속으로 내려놓고
바쁜 사람 모이라고 하고는 왜 회의 흉내를 냅니다.
이럴 때는 회의가 회의감만 들곤 하더군요.
사실 그렇게 회의를 통해 결정을 내려야 잘못되었을 경우 빠져나가는
최선의 방편이기는 하지요.
잘되면 자기의 의견대로 했기에 잘되었고요.
그러나 전쟁에 나갔던 헌공은 사소의 점괘와는 반대로 여융을 공략하여
큰 승리를 거두었다는 소문이 궁에 도착합니다.
게다가 여융의 아름다운 미녀인 여희와 그녀의 동생인 소희를 세트로
함께 상납받아 흐뭇한 기분으로 돌아옵니다.
사소는 헌공이 대승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왠지 기분이 영 좋지 않습니다.
틀림없이 헌공이 돌아오면 사소에게 "따식~ 뭐가 점괘가 나쁘다는 거냐?" 하며
핀잔을 줄 게 뻔하거든요.
그런데 국가 공인 지정 점술가인 사소는 전쟁의 승패도 알지 못하고 자기가
틀려 망신당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면서 왜 녹봉을 받아 국가 재정을
축내며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답니까?
그래서 사소는자신의 오판을 만회하기 위해 요한 슈트라우스 1세에게 특별히
부탁해 오스트리아 장군인 라데츠키 대신 헌공을 위한 특별 곡인 헌공 행진곡을
부탁해 승리 환영식에 비엔나 필을 특별히 초청해 연주하며 눈치를 살핍니다.
헌공은 승리를 축하하는 연회에서 출병을 제지한 사소에게 술 한 잔을 특별히 내리면서
안주는 주지 않고 손가락만 빨고 있으라고 무안을 주며 사소가 틀렸음을 강조합니다.
정말 밴댕이 소갈딱지 같습니다.
정말 사소한 일에 사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군요.
틀림없이 사소는 그날 집에 돌아와 더 좋은 안주로 술을 마시며 소갈딱지가
밴댕이 같은 헌공을 욕하며 대취하여 뻗었을 겁니다.
그러나 연회 자리에서 사소는 주위에 있던 사람에게 헌공이 여희와 소희 자매와
함께 온 것이 불길하다고 합니다.
그날 승전 축하 연회가 끝난 후 이극이라는 대신이 사소를 슬그머니 불러
어째서 승전했는데도 불길하다고 하느냐고 물어봅니다.
사소는 "하나라의 걸왕은 유시를 정벌하고 매희라는 미녀를 상납받았고 은나라 주가
유소를 정벌하고 달기라는 미녀를 선물 받아 데리고 왔지만 두 나라는
모두 미녀들 때문에 멸망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군인 헌공은 대형마트에서 1+1 행사에서 테이프로 묶어 팔 듯
한 명도 아니고 세트로 두 명씩이나 데리고 왔으며 더군다나 헌공은 두 여자를
매희나 달기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니..." 라며 말끝을 흐립니다.
아니 사소는 그 먼 옛날 매희와 달기를 보기나 했답니까?
그리고 걸왕이나 주왕이 매희나 달기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보기나 하고 비교를 한답니까?
그리고 매희나 달기가 이 소리를 들었다면 얼마나 섭섭하다고 했겠습니까?
여자에 빠진 왕 이야기만 나오면 자기 이름이 오르내린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함께 온 여희는 여융에서는 미스 여융 진에 오르내릴 정도였고 특히나
그녀는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지형을 닮아 무척 아름다울 뿐 아니라 성품 또한 넓은 광야를
거침없이 달리듯 활달하고 피부는 흰 구름처럼 맑고 희어
정말 누가 보아도 군계일학이었답니다.
제가 보니 정말 잘생겼습니다.
잘 생긴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늘 초원을 거침없이 달린 야생마처럼 군살이라고는
전혀 없는 날렵하고 미끈한 몸에 하얀 피부에 눈은 초원의 파란 하늘을 모두
담아놓은 듯, 보는 사람이 저절로 그녀의 눈 속으로 빠져들어 갈 것 같습니다.
자세히 살피던 저도 여희의 눈에 빠질 뻔했으니까요.
게다가 유목민족의 거친 환경이 그녀를 강한 승부욕을 불러일으키게 하여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미와 지혜로움까지 갖추었습니다.
동생 소희도 언니인 여희에 비해 미모면 미모, 야성미면 야성미 등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미녀로 그야말로 100년 안에 이런 아름다운 자매는 여융 땅에서는
다시 태어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내일...
'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 여인 열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헌공과 여희 이야기 3 - 원림 하나 지어주세요. (0) | 2010.08.26 |
---|---|
헌공과 여희 이야기 2 - 이국적인 여희 (0) | 2010.08.23 |
너무 잘 생겨서 죄송합니다. (0) | 2010.08.16 |
포사 이야기 5 - 여산 봉화 (0) | 2009.09.26 |
포사 이야기 4 - 일소천금(一笑千金) (0) | 2009.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