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 생겨서 죄송합니다.

2010. 8. 16. 08:42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고구려 제12대 중천왕 때 이야기입니다.

248년 왕위에 오르자 그해 10월에 왕후 연 씨를 맞아 장가를 갑니다.

 

중천왕에게는 관나부인이라는 후궁이 있었는데 속된 말로 쭉쭉빵빵입니다.

그런데 몸매만 늘씬한 게 아니고 얼굴이 희고 고와 양귀비가 언니라고 하며 부러워할 정도입니다.

검은 머리카락은 구척을 넘어 왕은 그녀를 매우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나부인은 자신의 미모에 자기가 빠져버렸습니다.

 

왕은 그녀를 소후로 삼으려고 했고 왕후는 그녀가 왕의 귀여움을 독차지할까 봐 걱정이 되어

왕에게 "제가 듣기에 위나라에는 긴 머리카락을 천금을 주고도 산다고 합니다.

그러니 위나라에 머리카락이 긴 관나 부인을 진상하면 그들이 매우 기뻐하며

두 나라의 사이가 더 돈독해질 것입니다.

우짤껴?"

 

왕은 왕후가 말하는 의도를 알고 침묵으로 대신합니다.

관나 부인이 이 이야기를 듣고 자신에게 해가 미칠까 봐 전전긍긍하며 오히려 역공에 들어갑니다.

"왕후는 늘 저만 미워합니다. 잘 생기고 게다가 몸매까지 죽여주는 것이 죄라면 저는 죄인이 맞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촌닭 같은 계집이 왜 여기에 있느냐?' 하며

'돌아가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하여 주겠다."라고 합니다.

폐하께서는 이렇게 잘 생기고 말 잘하고 폐하께 아양 떠는 촌닭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나 원 참!"

그리고 폐하가 계시지 않은 기회를 이용하여 저를 해칠 것 같습니다. 어찌하오리까?"

 

그 후 왕은 사냥을 마치고 궁에 돌아와 보니 관나 부인이 가죽 주머니를 들고 울면서 왕께 엎드려 고합니다.

"왕후가 저를 여기에 담아 바다에 버리려고 합니다. 제가 서시보다 더 잘생겼지만 어떻게 서시처럼 가죽에

싸서 버릴 수 있겠습니까? 폐하께서 저를 집으로 돌아가게 하여 주십시오.무서워 못 살겠습니다.

저야 평생 폐하를 모시고 싶습니다만, 이제 폐하를 더 이상 모시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왕은 그녀가 거짓으로 고하는 것을 압니다.

"네가 정녕 서시보다 더 잘생겼다고 생각하느냐? 바다에 들어가고 싶은 게야?

그럼 꿈이 come true 되게 하여 주마!

 

그리고 물속에 들어가서 서시와 미모경쟁을 하고 네가 서시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면

다시 뭍으로 올라오고 그렇지 못하면 그냥 물 속 용궁에서 살도록 하라!" 하고는

람을 시켜 그녀를 정말로 가죽에 싸서 바다에 던져버렸습니다.

젠장! 그냥 한 번 잘난 체하려고 했던 말이 씨가 되었습니다.

 

이게 뭡니까?

아무리 잘생겨도 마음이 곱지 못해 그냥 가버렸습니다.

잘 생긴 게 죄가 됩니까?

가인박명이라고 했습니까?

사람이 예쁘다고 그 미모만 생각하고 마음을 삐뚜르 쓰면 아주 빨리 갑니다.

 

저도 오늘 머리를 짧게 깎아야 하겠습니다.

늘 외모 때문에 불안합니다.

가죽에 싸여 버려질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