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4. 09:45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오래지 않아 용마의 정기가 포사의 지극 정성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백복이라는
아이를 생산했지만, 그녀는 미색으로 일시적인 총애를 받고 교태로 사랑을 잠시 받을 수
있지만 그런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색쇄이애이(色衰而愛弛)라고 여불위가 화양 부인에게 했던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포사는 여불위에게 이 말을 직접 듣지 않았지만, 이미 그런 삶의 지혜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꽃이 아무리 아름답기로서니 열흘 넘기기가 어렵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그래서 그녀의 기술은 필요에 따라 조금씩 드러내고 유왕이 계속 자기 품에서 허덕이게
만드는데 이제 신제품 용이 탄생하였으니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입니다.
그녀는 유난히 웃는 모습이 아름다웠고 또 교육을 받는 중에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
자신의 최대 무기 중 하나가 살인미소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가능하면 웃음을 최대한 절제하며 적당한 시기에
뇌살적인 미소를 띠면 유왕은 환장합니다.
무기란 적재적소에 적당히 사용해야지 자주 사용하면 식상합니다.
보는 것마다 시시덕거리면 그러면 웃음이 헤픈 여자가 되고 말지요.
그러나 포사의 웃는 모습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며
그녀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우연히 어느 날 유왕과 포사가 거니는 중 한 궁녀가 비단옷을 입고 근처를 지나가다
두 사람을 보고 놀라 피한다고 하다가 매화나무 가시에 옷이 걸려 찢어지자
포사가 그 소리가 기분이 좋았는지 깔깔거리며 웃는 바람에 유왕은 명령을 내려
세상의 모든 비단을 사다가 포사 옆에서 찢으라고도 한 적이 있답니다.
이 바람에 나라의 곳간이 비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네요.
참말로 변태와도 같은 짓거리지만, 이렇게 두 사람은 세상을 사는 방법도 특이하기도
했는데 이런 일을 후세에는 천금매소(千金買笑)라고 한다지요?
고운 노래도 한두 번이라고...
포사도 나중에는 지겹게 생각되어 비단 찢는 일도 지겨워졌답니다.
그러니 웃을 일도 사라진 것이지요.
그러면 가장 불편한 사람이 바로 유왕 궁열입니다.
어느 날 포사는 유왕의 품에 안겨 교태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 비법은 코와 입으로 말을 하는데 바람 빠지는 비율이 정확히 3:7을 맞추어야 합니다.
공연히 오버하여 콧바람이 더 빠지다 보면 비염 환자냐고 김샌다는 말을 듣습니다.
"소첩이 입궁한 이후 폐하로부터 무한한 사랑과 은혜를 받았습니다.
땡큐~ 오 마이 캡틴!!!" 이 말을 하고는 갑자기 눈물을 흘립니다.
역시 여자의 눈물은 남자를 아프게 하는 큰 무기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미소가 아름다운 여인에게는 눈물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습니다.
웃음이 무기인 여자에게는 울음은 더 큰 무기가 된다는 사실을 포사는
이미 터득을 하고 있었더랬습니다.
유왕이 깜짝 놀라 용포의 소매로 얼른 눈물을 닦아주며 "사랑하는 그대여~ 무슨 일?
별을 따줄까? 아니면 달을 따줄까? 짐이 그대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리다."
보세요.
한 번 울어주니 유왕이 안절부절못하잖아요.
유왕 궁열은 포사 앞에만 서면 왜...
그래서 당시에 이런 노래가 주나라 장안에는 유행했다고 합니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 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드는데~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남자~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여자여 당신은 나의 여자여~"
곰의 허리에 호랑이 등을 지녔기에 용마의 정기를 타고났던 궁열일지라도 포사 앞에만 서면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며 눈은 젖어들고 작아지는지...
그놈의 사랑이 뭔지...
"소첩은 원래 시골에서 자라 세상 물정을 모릅니다.
더군다나 여기는 천하의 주인이신 천자께서 머무는 궁궐인데 제가 궁궐의 법도 또한
잘 알지 못하여 저의 말투나 행동이 왕후나 태자에게 몹시 불쾌감을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폐하의 은덕으로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번 폐하께서 춘정을 이기지 못하시고 대낮에 저를..." 하며 말끝을 흐립니다.
분명하게 끝내지 않은 말은 정확한 표현보다 때로는 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포사는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나폴레옹도 여자와 권력은 함께 나눌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물며 자식이 아비의 애첩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지요.
사실을 그렇지 않았지만 포사는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가니 유왕도 그리 생각이 듭니다.
이래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생긴 겁니다.
앞으로는 유왕 궁열도 포사하기 나름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 박자 쉬고 말을 이어갑니다.
"저는 폐하가 원하신다면 애니 타임 오 케이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달려간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었는데 그날 태자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이닥쳐 아무 옷도
걸지지 않은 제게 달기 같은 년이라고 심한 욕설을 퍼붓지 않았습니까?
만일 이런 감정이 계속된다면 폐하가 돌아가시면 저와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하며 생산한
사랑의 씨앗인 백복의 앞날은... 흑흑흑..."
이번에는 생략법과 눈물을 함께 보이며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생략법은 모두 끝까지 말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어디까지나 위에 한 포사의 말은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판단입니다.
유왕의 판단을 흐리게 할 목적으로 지어낸 거짓말이 분명 아닙니다.
태자와의 사이가 이미 틀어졌기에 유왕이 죽고 난 후 포사와 아들 백복의 운명은
이미 알 수 있잖아요.
"차라리 우리 모자를 지금 내쳐버리시면 오히려 폐하는 걱정 하나를 덜게 되시고
우리 모자는 편안한 여생을.."
내치지 못함을 알고 있기에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러나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가끔 이런 말을 하여 정말로 쫓겨난 사람들도 많습니다.
포사 정도의 강력한 무기를 지닌 여인만이 이런 말을 하시기 바랍니다.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유왕은 원하는 답을 바로 그 자리서 내려줍니다.
"사랑하는 나의 여인이여~ Don't worry~ 짐이 지금 조정 중신들을 소집해 조서를 내려
그대는 왕후, 그리고 백복을 태자로 세울 것이오? 오 케이?"
포사는 듣고 싶었던 답이 나오자 밝은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특별 서비스 들어갑니다.
포사는 유왕과 거사를 치른 후 바이칼 호수보다 더 깊고 맑은 눈으로 요염하게 웃어주니
유왕은 그만 정신이 혼미해지며 바로 명을 내립니다.
"조정 대신들을 모두 들라하라!"
그리고 명을 내리니 누구 한 사람 "Why?"라고 묻는 자가 없었습니다.
물어본다면 대역죄가 되고 그날로 목숨을 내놓아야 하니까요.
빠떼루에 레드카드까지 한꺼번에 받은 전임 태자 의구는 왜 자기가 태자의 자리에서 쫓겨나
목숨을 구걸하며 외할아버지에게 몸을 의탁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듭니다만
세상일이란 게 정의로운 일을 했다고 칭찬만 받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외조부의 나라인 신나라로 신나지 않지만 몸을 피신해버립니다.
뇌살적인 웃음을 본 뒤 유왕은 그 후로 다시 웃는 포사를 볼 수 없어 속이 타서 물어봅니다.
포사는 "웃음이란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가짜로 웃음을 짓는다면 그건 폐하를 속이는 일입니다."
"아니? 내가 천하를 호령하는데 그대를 웃게 할 능력 하나 없단 말인가?" 하며 포사를 웃게 할
사람들을 현상금 천냥을 걸고 모집해 여러 가지 일을 하나 그 역시 오히려
포사를 짜증만 나게 만듭니다.
웃기지도 못하는 코미디언을 볼 때는 정말 안쓰럽습니다.
이때 꾀돌이 괵석보가 유왕에게 속삭입니다.
"폐하! 봉화대를 이용하세요. 봉화에 불을 붙이면 주변 제후국의 모든 군주와 병사들이
허둥지둥 몰려오고 여산 아래 모인 병사들에게 민방위 훈련 연습이었다고 하면
허탈해 몰려갈 것입니다.
이런 웃기지도 않는 모습을 왕후께서 보신다면 틀림없이 웃으실 겁니다."
그렇습니다.
제후국의 군마가 몰려오고 허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모두 허망하게 생각하여 황당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광경이 웃길 수도 있겠습니다.
당시에는 군주국인 주나라에서 긴급사태가 생기면 봉화를 올렸고 그 봉화가 올라가면
제후국에서는무조건 군사를 지체 없이 이끌고 군주국을 돕기 위해 출병해야만 하는 룰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후국은 주나라를 건국할 때 강태공이나 왕족 등 공신에게 봉토를 주어 나누어
다스리도록 했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자연발생적인 나라가 아니었기에 끈끈함이 있었습니다.
물론, 세월이 지나며 처음처럼 그런 끈적이는 관계는 점차 사라지며 제후국 간의 다툼도 생기고
전쟁으로 나라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지만요.
다음에 봉화 사건을 구경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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