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2. 08:48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쟁터로 떠나는 노장군은 망령이 들었나 떠나기에 앞서 시황제에게 전쟁을
끝내고 돌아오면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저택과 전답을 갖고 싶다고 손가락을 걸으랍니다.
"노 프러블럼! 걱정 말고 댕겨오슈. 우찌 그런 일을 걱정하슈,
가라! 그리고 초나라군을 빠셔 버려라"
그러나 왕전이 멍청한 이런 부탁을 하는 이면에는 다른 뜻이 숨어 있습니다.
늙었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을 오래 살아 흐름을 읽고 있다는 말입니다.
사실 왕전과 그 아들은 이미 벼슬을 하며 호의호식하고 있고
돈 문제라는 누구도 부럽지 않습니다.
또 왕전이 태클 들어갑니다.
"폐하의 장수 중에 공이 있어도 봉후에 오른 자가 없습니다.
지금 폐하께서 제게 관심을 보이시니
이때를 빌려 제 청을 하오니 들어주십시오.
저도 은퇴자금이 필요하고 자식들에게 유산이라도
남겨주어야 애비 잘 만났다는 말이라도 듣지 않겠습니까?"
잠깐! 여기서 시황제의 인재 등용의 법칙이 나옵니다.
그러니 단물만 뽑고 뱉어버린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진나라의 주식 일부를 달라는 말인 듯 하지만 아주 고단수 전략입니다.
이럴 때는 웃는 게 상책입니다.
속 좁게 화를 내면 시황제는 옹졸한 사람이 됩니다.
일단 겉으로 크게 웃지만 속으로는 웃는 게 아닙니다.
'아~ 저 녀석이 나의 아픈 곳을 찌르는구나. 그래도 지금 칼자루는 저 녀석이 쥐고 있다.'
왕전은 함곡관에 도착한 뒤에도 무려 다섯 번이나 사람을 보내 시황제에게 청을 넣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가신마저 짜증이 날 지경이라 묻습니다.
저도 짜증스러운데 가신이야 오죽했겠습니까?
"왜 장군께서는 그리도 재물에 집착하십니까?
지금 가진 곳으로도 후손들까지 하인들을 거느리고
외제 승용차를 요일별로 바꿔 타고 탱자 탱자 하며 살 수 있는데.....
넘 심한 것 아녀?"
왕전이 한 수 지도합니다.
"못난 사람...
그래서 자네가 하수라는 게야. 폐하는 성질이 더럽고 남을 믿지 못하는 의심병 환자야
그런데 지금 진나라 군사를 모두 내게 맡겼다. 내가 재물이나 탐을 내고 다른 역모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모자라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심어 주어야 그놈이 안심을 할게 아닌감?"
시황제가 아무리 대단한 황제라도 없을 때는 욕을 해도 됩니다.
역시 경륜이 물씬 묻어나는 잔머리의 대가답습니다.
원래 군주란 전쟁이 나면, 우선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군사를 맡기나 장수가 군사를
이끌고 자기의 손에서 벗어나면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이 생기다가 시간이 지나면
의심하게 되고 그러다 누가 옆에서 부추기라도 하면 군사를 이끌고 위화도 회군처럼
말머리를 돌릴까 걱정하게 됩니다.
그런 진시황의 의심병을 고치는 방법은 바로 권력보다 돈이 좋다고 칭얼거리는 일이지요.
드디어 진나라 군사들이 초나라 군사들과 대치상태에 들어갑니다.
왕전은 공격은 하지 않고 성 안에 들어앉아 꼼짝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비의 입장인 초나라가 불안해집니다.
몇 번 왕전의 군대가 있는 성을 건드려 보아도 시큰둥합니다.
매일 군사들에게 목욕이나 하고 충분한 음식을 주며 컴퓨터 오락이나 하라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자 왕전이 묻습니다.
"요즈음 애들이 뭐하고 노냐?"
"컴퓨터 오락도 싫증이 난다고 말타기도 하고 줄 넘기에 축구와 족구를 합니다."
"그래? 이제 출전을 해도 되겠구나..."
초나라도 기다리는 게 지겨워 군사를 동쪽으로 이동시킵니다.
그러자 왕전은 전군을 몰아 초나라 군대를 급습하여 박살을 내고 맙니다.
여세를 몰아 파죽지세로 도읍을 점령하고 초나라 넘버 원이라는 부추를 사로잡고
여기는 진나라 땅이라고 말뚝을 박아 버립니다.
구글 지도도 바꾸라고 합니다.
이어서 남쪽의 백월이라는 나라도 정복하자 아들인 왕분과 이신은
연나라와 제나라를 접수합니다.
시황제 26년 드디어 진나라는 천하를 평정하고 중원을 모두 그의 나와바리로 만들어
버리고 진시황은 역사에 중국 중원을 통일한 인물로 기네스북에 공인되어 있지만,
말로만 빠셔 버려라고 했고 말 타고 황사 먼지를 마시며 죽을 둥 살 둥 고생하며 전장을 누비며
모든 지역을 접수하고 나와바리로 만든 사람들은 왕전과 그 아들 외에 여러 장수와 군졸들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매정하게도 진시황만 폼 잡을 수 있게 기록합니다.
세상의 일이란 이렇습니다.
힘 있는 자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힘있는 자를 안심시켜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은 그자보다 약간 모자란다
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너무 잘난 체하다가 부러지면 나만 바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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