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0. 08:50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진나라 시황 때 왕전이라는 장수가 있었습니다.
사실 왕전이라는 장수야말로 중원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보다
우선으로 기록되어야 할 인물입니다.
그는 시황제와 함께 평생을 전쟁터를 누비며 진나라의 천하 통일에 큰 공을 세운
장수지만, 그러나 역사가 어디 그렇습니까?
한 번은 시황제는 왕전과 이신이라는 젊은 장수를 두고 물어봅니다.
"과인이 초나라를 치려고 하는데 그대들은 얼마만큼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오?"
이신은 "20만 명만 있으면 충분합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러나 왕전은 "적어도 60만 명의 군사는 되어야 가능합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똑같은 질문에 젊은 장수와 늙은 장수의 대답은 3배나 차이가 납니다.
시황제가 말합니다.
"왕 장군도 이제는 늙은 것 같구려. 그리도 소심해서야.....
이 장군은 젊고 과단성이 있고 용감하니 그의 말이 맞을 것이요."
사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최근에 나이 든 왕전이 눈에 거슬렸으며 인제 그만 후진을 위해
현직에서 물러났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참입니다.
아무리 진시황일지라도 자기보다 나이 많은 신하는 불편했거든요.
사실 싼 게 비지떡이라는데....
시황제는 이신에게 20만의 군사를 주어 초나라를 치게 하였습니다.
일이 이렇게 진행이 되면 시황제가 왕전에게 '짐을 위해 열심히 일한 그대 떠나라!'라는
말이고 그러면 떠나야지요.
그래서 눈치 빠른 왕전은 병을 핑계로 고향인 빈양으로 돌아가 은거를 합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그냥 세월만 지난 게 아닙니다.
그 의도를 알아채고 미리 행동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반전을 노린다느니 마지막 불꽃을 피운다고 불장난하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전투에 나갔던 이신은 처음에는 유리하게 전황이 전개되었으나 죽기 살기로 덤비는
초나라 군사의 3일 밤낮 추격에 그만 대패를 하고 달아납니다.
시황제는 이 전황을 브리핑받는 자리에서 열 엄청 받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니 얼굴색이 변하고 씩씩거리는 게, 혈압이 머리 끝까지 올라가더군요.
그냥 전쟁에서 패하는 일이란 산전수전 다 겪은 진시황에게는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 경우는 많이 다릅니다.
바로 왕전이라는 나이 든 장수를 물러나게 하기 위한 작전이 실패를 했다는 점입니다.
전쟁에 승패는 병가지 상사라는 말도 있지만 문제는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입니다.
시황제가 누굽니까?
자존심 하나는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하는 사람이 아닙니까?
그래서 시황제는 친히 말을 몰아 사과하기 위해 빈양의 왕전을 만나러 갑니다.
어쩝니까?
창피하고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그리하지 못합니다.
"과인이 사실은 젊은 사람을 키우기 위해 싼 맛에 이신을 썼소. 그러나 결과적으로
장군의 말을 듣지 않고 결국 새파란 신참 장군 이신의 말 만 듣고
진나라 군사의 이름을 욕되게 했소.
지금 초나라 군사가 사기 탱천 하여 진나라를 향하여 진군하고 있다고 전통이 왔소.
비록 장군이 병중이라고 하나 어찌 차마 과인을 버릴 수 있겠소?"
자존심이 상하지만 국가의 운명이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흔들립니다.
젠장 늙었니, 소심하니, 감각이 예전만 못하니 하며 비웃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과인을 버리지 말아 달라고? 물론 아프다고 핑계는 댔지만
아프지도 않으니 옷 입고 따라나서라고요?
여기서 "헬렐레~"하고 바로 버선발로 따라나서면 쪼다가 되지요.
"노신은 이제 병들고 늙고 지쳐 머리마저 어지럽습니다.
그러니 폐하께서 다른 현명한 장수를 찾아보시지요."
이 말은 한 번 빼 보는 말입니다.
왕전도 성질은 아직 자유당 때 그대로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시 황제가 한 번 더 머리를 숙여 달라는 말이기도 하고요.
어쩝니까?
초나라 군사들이 자꾸 가까이 들이밀고 온다는데요.
꿇으라면 꿇어야지요.
그래서 하라는 대로 합니다.
시황제라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별수 없습니다.
"그러지 마시오. 장군! 두 번 다시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내! 분명히 두 번이라고 못을 박습니다.
만약 여기서 더 빼면 시황제도 성질 나옵니다.
'너 죽고 나 살자.'라고 하면 왕전만 죽습니다.
왕전만 죽겠습니까? 사돈의 팔촌까지 가문이 사라지지요.
"만약 폐하께서 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60만 명이 아니면 안 됩니다."
그렇게 나와야지요.
황제가 여기까지 와서 사과하는데 예의가 아닙니다.
"오 케이~ 장군 생각대로 그리하리다."
더러워도 시간이 다급하니 시황제도 즉답을 합니다.
처음부터 60만으로 깨끗하게 끝낼 일을 이렇게 아끼다가 20만을 더 쓰고
해결해야 할 일이 우리가 살아가는 도중에 정말 많습니다.
머리가 어지럽고 아프다고 병을 핑계 댄 노 장군이 언제 아팠느냐고
60만 대군을 끌고 앞장섭니다.
시황제도 몸소 패상까지 나와 "굿 럭!" 하며 행운을 빌어 줍니다.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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