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0. 09:25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이제 세기의 암살사건인 진시황 살해사건인 이 드라마틱한 장면도 막을 내려야만 합니다.
비수를 든 형가와 긴 칼을 든 진시황이 자신의 나와바리인 진나라의 함양 궁전에서
기둥을 사이에 두고 싸움을 하게 되면 결과는 뻔합니다.
그러니 공사판에 갑과 을의 처지가 완전히 반대로 바뀐 셈입니다.
을의 처지에서 갑이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환장하게 좋습니다.
이제 기둥을 사이에 두고 그만 돕시다. 어지러워요.
너무 돌리면 나중에 재연하는 배우도 돌아버리니까요.
진시황도 칼깨나 쓰는 사람입니다.
그가 애비 잘 만나 왕이 되었지만 어디 그게 영정 자신의 문제입니까?
여불위가 어쩌고저쩌고 했지만 그래도 자라면서 무예도 배우고 했잖아요,
그는 긴 칼을 휘둘러 형가의 왼쪽 다리를 칩니다.
슬쩍 빗맞듯이 쳤는데도 왕에게 진상된 칼이라 역시 잘 베어집니다.
단칼에 형가는 고꾸라집니다.
이제부터 기둥을 빙글빙글 돌 필요도 없습니다.
원래 진시황은 칼 욕심이 많은 사람이지요.
옛날 춘추시대 오나라의 합려가 간장이라는 도검의 장인에게 칼을 만들라고
명을 하여 명검 수천 자루를 만들었지요.
그 칼이 뭍혀 있다는 호구산으로 칼 찾는다고 온 산을 뒤집어 놓은 적도 있습니다.
호랑이가 나타나 줄행랑을 친 이야기도 남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이 호구산에서 합려가 간장이 만든 칼로 시험했다는 바위인 시검석입니다.
단칼에 바위가 이렇게 쩍 갈라졌답니다. 젠장....
저도 믿지 않고 여러분도 믿지 못하지만 중국사람은 믿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넘어갑니다.
그래도 형가는 멈추지 않습니다.
뭐 이렇게 된 지경에 이르러 잘못을 빈다고 용서받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만약, 후세에 사람이 볼 때 엎드려 자비를 빌었다고 하면 얼마나 쪽팔리는 일입니까?
쓰러진 상태에서도 아직 그에게 한 줄기 희망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비수를 던지는 일입니다.
짧은 비수가 긴 칼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던지는 일이지요.
그렇게 던진 비수는 허공을 가르며 날아갑니다.
진시황에게는 마지막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그는 얼른 날아오는 비수를 기둥 뒤로 피해버리고 비수는 구리로 만들 기둥에
부딪히고 힘없이 쨍그랑 하며 바닥에 떨어집니다.
비수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형가의 꿈도 함께 바닥에 떨어져 버립니다.
진작 비수 던지기 연습이라도 충분히 했더라면 하는 것은 후회의 장탄식과 함께
희망마저 사라집니다.
이제 마지막 수습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진시황은 완전 무장해제당한 형가를 향하여 칼춤을 춥니다.
이건 원맨쇼나 다름없습니다.
아까 오줌을 지리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기세 등등합니다.
어린애 팔목 비틀기보다 더 쉽습니다.
제가 옆에서 자세히 세어보니 형가의 몸에는 무려 여덟 군데나
진시황의 칼날이 순식간에 지나갔군요.
이렇게 칼을 쥔 자와 아무것도 쥐지 못한 자가 다릅니다.
거사가 실패했음을 깨달은 형가는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기둥에 기대앉아 웃으며 말합니다.
사실 이럴 때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뭐 달리 할 말도 표정도 없습니다.
그래도 입은 아직 진시황의 칼날이 스치지 않았습니다.
"일이 실패한 것은 천추의 한으로 가슴에 품고 가겠다.
아까와는 다르게 진시황과 야자 틉니다.
존댓말로 한다고 달라질 게 없고 역사 또한 바뀌지도 않습니다.
형가 정도 되면 그 정도는 다 압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너를 사로잡아 협박하여 우리에게 빼앗아 간 땅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아 연나라 태자 단에 보답하려는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내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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