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16. 08:25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형가는 드디어 반어기의 머리가 포장된 화려하게 장식된 함을 들고 진무양은 진나라에
선물할 땅이 표시된구글 지도를 들고 차례로 시황이 거처하는 어전 계단에 이르렀습니다.
긴장감이 돕니다.
이럴 때는 음악마저 긴장을 부추기기도 하더군요.
그러자 인상이 연나라에서 가장 더럽다는 진무양이 황제가 보이자
벌벌 떨고 오줌까지 지립니다.
사람이란 생긴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역시 소인은 동네에서만 똥개처럼 짖었나 봅니다.
주위에 있던 진나라의 대신들이 이상히 여기자 형가는 진무양을 돌아보며
웃음을 날리고 얼른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앞으로 나아가 사과를 합니다.
"북쪽 오랑캐 출신의 비천한 놈이라 천자를 뵌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어머 어마한 곳은 처음 오는 촌놈이라 그러하오니 용서하여 주셔서
사신으로 온 저희들이 끝까지 예를 다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진시황이 형가에게 "저 녀석이 든 지도를 가져오너라!"라고 하자 형가가
지도를 가져다 진시황에게 다가가 펼쳐 보입니다.
그런데 그 지도 속에는 바로 명품 비수가 숨겨져 있었던 겁니다.
형가는 재빨리 비수를 잡고 왼손으로 시황의 소매를 잡고 지금까지 여러 번
연습한 대로 오른손으로 왕의 가슴을 향하여 찔렀습니다.
그래도 진시황은 전장을 누비며 몸을 만들어 온 역전의 용사입니다.
재빨리 피하며 잡힌 소매를 뿌리치자 칼은 그의 몸을 빗겨 나가고
비싸다고 소문이 자자한 곤룡포의 소매만 찢어버립니다.
만약 여기서 진시황이 제대로 칼침이라도 맞았다면 역사를 새롭게 써야 합니다.
형가는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젠장! 어제부터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머릿속으로 충분히 연습했는데..."
진시황은 자신이 차고 있던 칼을 뽑으려고 하자 급한 나머지 칼이 나오기를 거부합니다.
원래 평소에는 쉬운 일도 급한 마음에 하려면 잘 되지는 않지요.
그리고 칼집이 너무 단단하게 만들어져 쉽게 뽑히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나중에 이 칼을 만든 장인은 그 칼에 맞아 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형가가 비수를 들고 피해버린 왕을 쫓아가자 왕은 기둥을 붙잡고 술레 잡이 하자고 합니다.
아까는 진무양이 오금이 저려 오줌을 지렸지만 이번에는 진시황이 지릴 차례입니다.
그래도 워낙 곤룡포가 방수가 잘되어 외부로 나타나지 않아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저도 알고 진시황 자신도 압니다.
뭘?
진시황이 오즘 지린 것을요.
"이놈 이리 오너라 그리고 나의 칼을 받아라~" 형가가 궁궐이 떠날 듯이 소리를 지릅니다.
이 궁궐이 생기고 난 후 진시황을 향하여 이놈이라고 소리친 최초의 사람이 형가입니다.
기네스 북에도 올랐을 겁니다.
진시황도 기가 죽지 않고 소리를 지릅니다.
"너라면 칼을 들고 덤비는데 이리 오라고 한다고 냉큼 나서겠느냐? 웃기고 자빠졌네~~"라고
하고 싶었으니 사실을 이미 얼굴은 사색이 되었고 온몸에 소름이 돋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기둥만 잡고 소변을 질질 싸며 뱅뱅 돕니다.
워낙 급작스러운 일이라 주위에 있던 신하들도 발만 구르고 "어떡해~ 어쩌지~"만
연발하지 누구 하나 선뜻 나서는 자가 없습니다.
진나라의 경비 규범에 따르면 전상에 오를 때는 누구도 무기를 지닐 수 없고 또한 무기를 든
호위병들도 전상 아래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진시황의 명령 없이는 전상으로 오를 수 없습니다.
얼마나 진시황이 식겁했으면 호위병을 부를 생각도 못했을까요.
이제부터 쫓는 형가와 쫓기는 진시황만 전상에서 놀고 있습니다.
신하들도 어찌해보려고 달려들지만 비수를 든 형가에게 가까이 다가서지 못합니다.
이때 왕의 주치의인 하무저가 급한 김에 들고 있던 약주머니를 던졌지만
자기가 박찬호나 된다고 합니까?
비록 주심의 볼 판정을 받았지만 그래도 하우저는 이 일로 나중에 큰 상을 받기는 했지요.
세상에 약 주머니를 던지고 나중에 큰 상을 받은 경우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두 사람은 계속 어전의 기둥을 붙잡고 돕니다
좌로도 돌고 우로도 돕니다.
좌로 도는 척 하다가 우로 돌고 좌우지간 돌고 또 돕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술레잡기하듯이 말입니다.
이때 신하 한 사람이 진시황에게 사인을 보냅니다.
"폐하 칼을 등으로 돌려 지고 뽑으십시오!"
그래도 병법은 몰라도 어떻게 하면 긴 칼을 뽑을 수 있는지 알기는 아는 신하입니다.
진시황이 칼을 뽑자 이번에는 형세가 180도 바뀝니다.
이게 바로 긴 칼이 작은 칼을 제압한다는 말입니다.
아번에는 쫓는 자는 왕이요, 쫓기는 자는 형가로 바뀌었습니다.
또 돕니다.
좌우지간 돌다보니 여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돌아버리겠습니다.
구경하던 저도 돌아버리겠습니다.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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