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11. 15:13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이렇게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는 도중 시간은 많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형가는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보는 사람 열불 나게 도대체 떠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옆에서 지켜보니 지금의 생활을 느긋하게 즐기며 행복해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속으로 "으음~ 세상 살아가는 맛이 바로 이런 맛이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이 생활이 꿈은 아니겠지?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정말 좋겠다...."라고 하는 듯 말입니다.
그 사이 진나라 장수 왕전은 조나라까지 먹어버리고 이제 연나라 턱밑까지 치고 올라옵니다.
태자 단이 겁먹은 얼굴로 "형가야~ Why~ "하고 보채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얼굴 인상 쓰며 언성 높이고 하면 안 됩니다.
만약 그랬다가는 "나 안 해~" 하면 부도납니다.
처음부터 사람 물색하고 설득하고 투자하고....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무슨 일이 있든지 간에 형가를 설득하고 구슬려 보내야 합니다.
형가가 말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말씀드릴 참이었습니다." 꼭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습니다.
뭐 괜찮습니다.
형가도 그랬으니까요.
"지금 제가 진나라로 건너가도 신을 믿어줄 만한 증거도 없고 왕을 만날 수도 없습니다.
지금 진나라는 많은 포상금을 걸고 지금 여기 숨어지내는 번어기라는 장수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니 번 장군의 머리와 연나리의 옥토를 뚝 떼어 바친다면 진나라 왕이 기뻐하며 저를 만나줄 것입니다.
그리된다면 태자가 원하시는 일을 처리할 수 있겠습니다."
왜 형가는 놀고먹고 즐기다가 미리 하지 않고 재촉하자 지금에 와서야 이런 말을 합니까?
그리고 이런 조건이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여린 태자 단은 차마 번어기를 죽일 수 없습니다.
그러자 형가가 번어기를 맨투맨으로 만납니다.
"진나라 보스가 자네를 괴롭히고 부모, 친척을 모두 죽이고 자네에게 현상금까지 걸고 찾는 걸 알지?
그리고 자네를 찾겠다고 여기까지 쳐들어 올 텐데 그래 어쩔껴?" 라고 합니다.
번어기는 하늘을 쳐다보며 장탄식을 합니다.
그러나 답은 하늘에는 없고 형가의 손안에 있습니다.
아니 자기의 마음속에 답이 있습니다.
사람은 세상의 이치를 모두 하늘이나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자신의 손바닥 안에 길이 있는 데 말입니다.
"나도 모르겠소, 어쩌면 좋겠소?"
번어기는 정말 머리가 나빠 몰라서 묻습니까? 형가를 떠보는 겁니까?
"지금까지 자네를 도와준 연나라의 걱정을 덜고 그대 원수를 갚을 수 있다면 어쩔껴?"
구체적으로 들어갑니다.
정말 머리 나쁜 번어기 "그래 그게 무엇입니까?" 하고 반색을 하며 또 묻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머리 나쁜 사람에게 돌려서 말하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무의미하기에 바로 들어가야 합니다.
"네 목..."
이 대목에서 '내 목이 어때서? 뭐가 묻었수?' 라고 묻는다면 머리가 나쁜 게 아니고 바보입니다.
"자네 목을 들고 우선 진나라 왕을 만나 타이밍을 노려 왼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고 오른손으로 그의 가슴을
찌를 겁니다. (오른손잡이의 전형적인 살해방법이지요)
그러면 당신의 원수도 갚고 연나라의 수치도 씻을 수 있으니 장군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러니 너는 목을 내놓고 그 목을 들고 내가 진시황을 만나 사고를 치겠다는 말입니다.
어떻긴...
결론을 이미 내놓고 왜 물어 보슈?
그리고는 목을 찔러 그 자리에서 자결하며 "당신이 원한 게 바로 이거였수?" 합니다.
번어기는 바보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해가 조금 부족했더랬습니다.
누구나 경황이 없이 대뜸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잠시 헷갈리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요.
태자 단이 번어기가 자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 울어보아야 상황 끝~~
이제 번어기의 목은 진시황에게 특급택배를 위한 냉동이나 염장 포장절차만 남았습니다.
내일 계속하렵니다.
'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 사마천의 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객 열전 - 형가 5 (0) | 2010.07.16 |
---|---|
자객 열전 - 형가 4 (0) | 2010.07.13 |
자객 열전 - 형가 2 (0) | 2010.07.08 |
자객 열전 - 형가 1 (0) | 2010.07.01 |
자객 열전 - 섭정 (0) | 2010.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