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7. 08:38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진나라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일이
바로 자객 형가가 황제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일일 것입니다.
진시황은 태자 단과 형가와 연관이 되는 자들은 모두 잡아들이자
나머지 졸개는 뿔뿔이 도망을 갑니다.
그러나 형가의 친구 고점리는 그리 도망갈 수 없지요.
만약 역사에서 사라졌다면 그저 그런 친구였다고 평가를 받겠지요.
고점리는 이름을 바꾸고 송자라는 마을에 머슴살이하며 신분을 숨기고 살았지만,
어느 날 주인집 마루에서 손님들이 축을 타는 소리를 듣고 "저 사람은 잘 탈 때도
있지만 오늘은 영 아니네~" 라고 중얼거렸는데 다른 하인이 이 소리를 듣고 주인에게
"저 녀석이 잘난 체를 해요"라고 고자질하는 바람에 주인은 "네가 그렇게 잘 타?
그럼 어디 한 번 축을 타 보거라." 하며 축을 건네주니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손님들이
모두 "오빠~" 하며 자지러지는 겁니다. 그 솜씨가 어디 가겠습니까?
그런데 이름을 바꾸며 자신을 숨겨야 하는 녀석이 왜 이런 바보같은 짓을 했을까요?
고점리는 "그래! 결심했어!"라고 손을 불끈 쥐고 조명발 받으면 죽여주는 자기의 멋진
공연복으로 갈아입고 자기의 명품 축을 들고 짠~ 하고 등장하여 축을 타고 거기에
노래까지 부르자 더욱 난리가 났습니다.
여기저기서 "오빠"를 외치며 울고불고 기절하는 여자가 생기고 사인을 받겠다고
밀치고 멀리서 조용히 눈물만 흘리는 사람들이 수만 명....
훈아 오빠보다 더 인기가 짱입니다.
아래 사진이 진시황이 잠들고 있는 무덤 꼭대기입니다.
무덤이 산입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에 서로 송자라고 이름을 바꾼 고점리를
모시겠다는 야간 업소가 줄을 섭니다.
이미 3년 스케줄이 벌써 찾다는 둥, 5년이라는 둥 말들이 많아지자
평소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황제로 남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지닌
진시황의 귀에도 들어갑니다.
사실 고점리는 다시 세상으로 나올 때 진시황의 귀에 축의 명인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어가라는 의미로 나타났으니까요.
진시황이 그를 부르자 청문회를 준비하던 팀에서 뒷조사를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가 바로 진시황이 자다가도 가끔 헛소리를 지껄이는
형가의 둘도 없는 친구라....
그래도 진시황은 그의 축 타는 솜씨를 아까워하여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눈을 멀게 했답니다.
"죄는 미워하되 솜씨는 미워하면 안 된다."라는 예술을 사랑하는 시황제입니다.
고점리는 비록 눈은 멀었지만 그의 솜씨는 자유당 때 그대로입니다.
시황제는 고점리의 축 타는 소리를 듣고 한 번도 칭찬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점리가 누구입니까?
형가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친구가 아닙니까?
고점리는 납덩어리를 축 안에 넣고 기회가 오기만 기다립니다.
마침내 시황제 곁에 가까이 앉게 되자 순간적으로 축을 들어 시황제를 내리쳤습니다.
그런데....
어찌 친구의 솜씨가 이리도 같을 수 있답니까?
그렇지요. 내리친 축은 보기 좋게 진시황을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나면 기다리는 게 있지요.
네 죽음뿐입니다.
고점리가 죽고 나서 진시황은 두 번 다시 제후국 출신을 가까이하지 않습니다.
비록 형가는 그의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고점리라는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노구천이라는 자가 형가가 시황제를 시해하려 하다 실패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답니다.
"아~ 그가 검술을 좋아했지만 칼을 제대로 다루는 법을 배우지 않은 것은
애석하기 짝이 없구나.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다. 예전에 내가 그를 꾸짖었으나
그는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을 테지...."
그러나 뜻을 세워 거사함에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 도 있는 일입니다.
일의 결과인 성공과 실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뜻을 세우느냐 세우지 못하느냐가
우리 인간에게는 정녕 필요한 일이 아닐까요?
사실 성공하면 더 좋습니다.
오늘 이야기로 형가 이야기는 모두 끝을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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