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8. 08:54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태자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온 전광은 자기가 10년만 젊었어도 하면서 형가를 찾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용기마저 줄어듭니다.
그리고 다녀온 이야기를 전하며 "네가 한 번 가 볼껴?"하고 물으니
형가가 "Why not~." 하며 승낙합니다.
형가에게 모든 말을 마친 전광은 마지막으로 태자가 전광에 한 말인
"발설 금지가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태자를 만나면 '전광은 이미 죽었다.
비밀은 영원히 묻혔다.' 라고 전해주시오."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확인시키기 위해 자신의 목을 찔러 정말 죽어 버립니다.
왜 이 사람들은 툭하면 자결을 한데요? 참 나 원!
자결하면서 자신이 들었던 태자의 말이 영원히 세상에서 사라졌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형가는 지금까지 자신을 챙겨주었던 전광이 죽자 더는 그곳에 머물 수도 없습니다.
드디어 길을 떠나 태자에게 갑니다.
태자를 만나 "전광은 죽었고 비밀은 이미 영원히 묻혔습니다.
그러나 전광이 왜 죽었을까요?'라고 하자 태자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내가 발설 금지했다고 한 이유는 큰일을 도모함이었는데 전광 선생은
죽음으로써 비밀을 지키셨지만, 어찌 그게 내 본심이었겠소?
자살 권유는 절대로 아니었소."
그럼 자살 권유가 아니라 자살 방조 정도는 되는 겁니까?
그렇지요...
자살하라는 말은 일절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발설금지'라는 네 마디만 했습니다.
그러니 전광이 자결한 문제는 법적이나 도덕적으로 자기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다는 말이겠지요.
사실은 자살을 교사한 일이지만....
형가 또한 이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자살 방조죄에 해당이 됩니다.
그런데 세상은 참 이상도 합니다. 전광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죽어 버렸는데
왜 이 이야기가 저도 알고 여러분도 알고 역사서로, 소설로, 드라마로
세계인이 다 아는 겁니까?
에고~ 에고~~ 전광은 바보처럼 애꿎은 목숨만 버렸습니다.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이야기를 혼자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다는
바보 같은 생각으로 자결하다니요.
자리를 다시 정리하고 앉자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이미 천하의 대세는 진나라에 기울었소.
그들의 야욕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하오.
(젠장 배고프다는 히딩크가 여기에 또 있습니다.)
이미 주위의 여러 나라는 진나라에 합병되었고 나머지 나라들도 눈치를 보며
연합을 꺼리고 있소.
진나라가 스스로 함께하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빼앗은 땅을 돌려주면
좋은 데 그것은 돼지가 사서삼경을 읽는 것과 같은 일이오.
마지막 희망은 진나라의 시황제를 죽이는 일이오.
그가 죽으면 밖에 나가 있는 장군들과 안에 있는 사람이 혼란이 생기고 서로서로
의심할 때 나머지 제후국들이 연합하면 다시 원위치가 가능하지 않겠소?"
이 이야기는 "형가야~ 네가 시황제를 죽이고 너도 죽어주었으면 좋겠다.
어떻겠니?"라는 말입니다.
그래도 한 번은 뺍니다. 그래야 더 좋은 조건이 들어 옵니다.
자꾸 빼면 아예 빼버리니까, 적당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가야 합니다.
아~ 이미 천기누설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해도 죽지만, 안 하겠다고 해도 죽습니다.
"그리하지요."
이제 딜이 성사되었습니다.
그를 상경이란 자리에 제수하고 좋은 거처에 머무르게 하고는 태자가
매일 방문하고(혹시 튈까 봐?) 진귀한 오리지널 중화요리로 대접합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난생처음 먹고 보는 것들입니다.
이런 세상도 있나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형가가 원하기만 하면 보석과 금으로 태를 두른 수레....
그리고 미녀까지 덤으로 크크크크...
태자 단은 가진 게 돈밖에는 없는 데 뭐 어떻습니까? 자신을 위해 죽어 주겠다는데...
그리고 거사를 치르고 나면 형가가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버려 자결할 텐데
그에게 주어졌던 벼슬이며 금은보화가 죽는 형가가
모두 가져가는 것도 아닌 데 어떻습니까?
사실 우리의 삶이 형가와 같습니다.
지금 아무리 많은 재산과 권력을 누린다 한들 잠시 빌려 쓰는 일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게 마치 천 년 만 년을 누리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정말 어리석은 일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내 육신마저도 내 것이 아니고 흙으로 돌려주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잠시 빌려 왔던 얕은 지식마저도 내 것이 아닌데 자기가 더 잘났다고
매스컴에서 떠드는 논객이라는 불쌍한 군상이 있습니다.
내일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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