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객 열전 - 섭정

2010. 6. 26. 09:32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섭정이라는 인물은 사람을 죽이고 어머니와 누이와 함께 제나라로 숨어들어

백정노릇을 하며 지낸 사람입니다.

엄증자라고 하는 사람이 한나라 예후를 모시다가 재상인 협루와 원수지간이 되어

도망을 가게 되었고 협루에게 복수를 해 줄 사람을 찾던 중 섭정이란 사람을 알게되어

그의 집을 여러차례 드나들며 눈도장을 찍어 놓습니다.

 

그후 하루는 주연을 마련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섭정의 모친의 만수무강을 축원한다며

많은 황금을 내어 놓습니다.

 

섭정이 "이게 뭐유?"하고 묻자 "보면 모르슈? 황금이유~"라고 대답을 합니다.

"비록 내가 백정질을 하고 살지만 먹고 사는 문제는 걱정 없슈~" 라고 섭정이 말하자

엄정자는 주위를 물리고 "나는 원수를 갚기 위해 돌아 다니고 있소.

그런데 당신이 의협심이 대단하다고 들었소.

내가 황금을 드리는 것은 어머니를 잘 모시라는 뜻이오.

그래서 당신과 친해지려는 뜻일 뿐 달리 무슨 뜻이 있겠소?'

단지 친해질려고 한다네요...

그런데 원수 갚는다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있다고 하는 사람은 정치인 뿐이죠.

 

"제가 시정잡배보다도 못한 백정질을 하는 것은 어머님을 봉양하기 위함이오.

어머니가 살아 계시는 동안 제 몸을 다른 사람을 위해 바칠 수 없습니다."

하며 끝내 받지를 않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까지 치른 뒤 상복을 벗습니다.

 

"나는 천한 백정이다. 그런데 제후국의 벼슬을 하던 엄중자가 천리가 멀다않고 나를 찾아왔다.

내가 좀 심하게 그를 대했다.

그러나 그는 나 같은 천한 사람을 알아 주었다.

예전에는 어머니가 계셨지만 지금은 자유로운 몸이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하리라." 하고 엄증자를 찾아갑니다.

 

"나 이제 프리하게 되었소. 아직도 할 일이 있다면 나를 쓰시오! 가격이 조금 쎄지만..."

"나의 원수는 한나라 재상 협루요. 경비가 삼엄하여 아직.....

내가 수레와 많은 사람을 붙여드리리다."

"오! 노~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갑니다.

나는 푸로요, 소나 돼지를 잡을 때도 혼자만 했소.

그러니 혼자 하리다." 하고는 단신으로 칼만 지니고 길을 떠납니다.

 

한나라 재상인 협루는 자신의 제삿날인지도 모르고 마침 관부에 앉아 있는데 그 주위에

무기를 든 호위병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섭정은 다짜고짜로 계단으로 올라가 지금까지 짐승들을 상대로 갈고 닦은 솜씨로

단 칼에 끝냅니다.

주위에 있던 무리들이 달려들자 몇 사람을 멋지게 처리하고 스스로 자신의 얼굴 가죽을

벗기고 눈을 도려내고  배를 갈라 창자를 꺼낸 뒤 죽습니다.

역시 직업은 속이기 어렵습니다.

그냥 죽지 왜 백정이 짐승을 죽이 듯 죽습니까?

자기가 소 돼지와 같은 짐승입니까? 나 원 참....

 

그런데 이렇게 죽어 버리니 신원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자살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수법입니다.

바로 섭정은 자기를 숨기기 위해 그리 한 것입니다.

한나라에서 그의 시신을 거두어 저자거리에 내놓고 신원파악에 들어갑니다.

신고 포상금이 무려 천금이나 되었지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섭정의 누이 섭영은 "내 동생이 틀림없다." 라고 생각하고 가서 보니 '빙고!' 역시 동생입니다.

섭영이 시신 앞에서 "이 사람은 섭정이오." 하며 통곡을 하자 지나가던 사람이

"이 사람은 재상을 살해한 큰 죄인으로 폐하께서 천금을 걸고 신원파악을 하고 있는데

어찌 일부러 찾아와 동생이라고 하는거요?"

 

"알지요, 알고 말고요. 그러나 동생이 곤궁한 가운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백정일을 한 것은

어머니를 모시고 시집가지 않은 누이를 위함이었소.

이제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나 또한 남편을 얻었습니다.

남자는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 그런 천한 일을 하는 동생에게 엄증자가 친히 찾아와 사귀기를 청하고

많은 은혜를 베풀었습니다. 

동생은 내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훼손하여 남들이 알아 볼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내 어찌 어질고 장한 동생의 이름을 알리지 않으리요?"

 

그리하고는 하늘을 우러러 크게 세 번을 울부짖고 그 동안 옆에서 동생의 칼 솜씨를 보고

배운대로 자결을 합니다.

이 소문이 퍼지자 주변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섭정만 훌륭한 게 아니라 그 누이도 장하다.

누이도 천리 먼 길을 달려와 자기의 죽음도 두려워 하지 않고 시신의 신분을 밝히고 함께 죽었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 날 것이라고 섭정이 알았더라면 섭정은 엄중자의 요구에

"노!"라고 했을 것이다.

엄중자도 이런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있어 의로운 자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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