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19. 10:08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예양(豫讓)은 진나라 사람으로 자신을 아껴주고 신임하는 지백이라는 사람을 섬깁니다.
그러나 지백이 지 빽만 믿고 조양자를 치자 조양자는 한나라와 위나라와 연합하여 지백을
오히려 역습하여 지백이 다스리던 나라의 땅을 빼앗고 그 땅을 셋으로 나누어 갖습니다.
고스톱 판에서 상대의 패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뿔 고 잘못하면 이렇게 박살 납니다.
조양자는 자기를 친 지백을 몹시도 증오하여 지백의 두개골에 옻칠하여
그릇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정말 성격 참 난해합니다.
지백을 모시던 예양은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이 됩니다.
어찌합니까?
튀어야지요.
그래서 산속으로 도망가며 멋진 말을 합니다.
"싸나이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하여 예쁘게 꾸미고 서비스로 절개까지 지킨다."
(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사위지기자사 여위열기자용)
그런데 예양은 남자인데 왜 앞에 것만 하지 여자일까지 신경 쓴답니까? 나 원 참...
정말 여유롭습니다.
산속으로 도망가며 어찌 이런 멋진 말을 생각했으며 여자일까지 챙길까요?
좋습니다.
혼탁한 세상에 멋진 말을 남겼으니 그냥 넘어갑니다.
'지백은 나를 알아주었다. 내 기어코 목숨을 바쳐 지백의 원수를 갚으리라.
그렇게 해야만 내 영혼이 그에게 부끄럽지 않다.'
멋진 놈입니다.
흔치 않은 사나이죠.
그때부터 호적을 바꾸고 이름마저 개명신청을 법원에 하고 심지어는
페이스오프까지 하고 싶었으나...
좌우지간 죄인으로 가장하여 궁에 들어가 화장실벽을 바르는 일을 하며 기회를 엿봅니다.
그는 항상 비수를 몸에 지니고 다니며 조양자를 죽일 기회만 노렸습니다.
조양자는 화장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가위에 눌리는 증상이 있어
이상히 여겨 벽을 칠하는 자를 잡아 심문해 보니 가슴에 비수를 품고 있는 예양입니다.
중국사람들은 참 이상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칼을 품에 지닌 사람이 화장실 벽을 칠했는데 이리도 잘 압니까?
나는 이런 중국인이 존경스럽습니다.
조양자의 가신들이 예양을 죽이려 하자 조양자가 말합니다.
"그는 현인이다. 지백은 이미 죽었고 그 자손들도 모두 죽었는데 한 때 지백을 모셨다고
그를 위해 원수를 갚겠다고 그러니 참말로 의인이다.
내가 조심하면 될 일이니 그냥 두어라."
그러고는 예양을 놓아 주었습니다.
그러나 집념의 사나이 예양은 이번에는 온몸에 옻칠하고 문둥이로 가장합니다.
숯을 삼켜 목소리까지 바꿔 변신합니다.
만약 Face off 기술이 당시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그때는 왜 중국에서 못했을까요?
중국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
그리고 거리를 떠돌며 걸식을 하며 기회를 기다립니다.
그의 부인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답니다.
그런데 마누라도 알아보지 못하는 예양을 친구가 알아봅니다.
정말 신통방통합니다.
"자네 예양이 아닌가?"
"그렇다네"
"자네의 재능이라면 차라리 조양자에 의탁을 하고 그가 자네를 귀하게 쓸 때
그때를 이용하여 자네의 뜻을 펼치는 게 더 수월하지 않겠나?
왜 하필 몸을 망쳐가며 그 짓을......"
"이미 그에게 의탁을 한다면 새로운 주인이 되고 그러면 두 명의 주인을 섬기는 모양이니
그렇게 한다면 훗날 신하 된 자가 두 사람을 섬겨 두 마음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부끄러워 그리는 못하네."
복수를 해도 정당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얼마 후 조양자가 외출을 하려는 데 그가 지나갈 다리 밑에 예양이 숨어 기다렸습니다.
조양자가 탄 말이 다리에 이르자 참 이상합니다.
이번에는 말이 놀라 뛰어오릅니다.
조양자는 "이는 분명히 예양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혹시나 하고
다리 밑은 수색하니 역시나 입니다.
대단한 조양자에 이번에는 놀라운 중국 말(馬)의 능력입니다.
예양을 향해 조양자가 말합니다.
"너는 지백을 섬기기 전에 범 씨와 중항씨를 섬기지 않았느냐?
그런데 지백이 그들을 모두 죽였는데 너는 그들의 복수는 하지 않고 지백을 모셨으며
지백도 이미 죽었는데 어찌 나만 가지고 난리냐?"
"나는 그들을 섬겼지만 그들은 나를 보통 사람으로 대했다.
그러나 지백은 나를 국사로 대했기에 나도 그에게 국사로 보답하려는 것이다."
"아~ 그대여... 너의 뜻은 이미 다 이루었다.
나 또한 너에게 관대했으나 더 이상은 놓아줄 수 없다."
그리하고는 주위의 호위병에게 그를 둘러싸라고 합니다.
예양이 죽기 전에 한 마디는 또 해야겠죠?
"이미 당신은 지난번에 나를 놓아주어 그대의 이름은 드높도다.
오늘 나는 죽어 마땅하다.
그러나 그대의 빈 옷이라도 찔러 뜻을 이룬다면 여한이 없겠으나
그것은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조양자는 예양의 의로움에 반해 자신의 옷을 그에게 건네니 예양은 칼을 뽑아
세 번을 뛰어올라 찌르고 "이것으로 나는 지백에게 보답하게 되었구나!" 하며
그 칼로 자신을 찔러 자결을 하니 그 말을 들은 조나라의 모든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사위지기자사 여위열기자용)...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을 위하여 원수의 옷이라도 찌르고 목숨을 버린 예양.....
어찌 보면 답답한 사람이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시던 사람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요즈음에는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볼 말입니다.
'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 사마천의 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객 열전 - 형가 1 (0) | 2010.07.01 |
---|---|
자객 열전 - 섭정 (0) | 2010.06.26 |
자객 열전 - 전제 (0) | 2010.06.12 |
자객 열전 - 조말 (0) | 2010.06.08 |
이사 열전 9 -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0) | 2010.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