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열전 5 - 기극비란 봉소서(枳 棘 非 鸞 鳳 所 捿)

2010. 5. 20. 12:5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시황제 35년 10월 드디어 진나라의 운명을 뒤바꿀 시간이 다가옵니다.

황제는 순행을 위하여 중국 동쪽 끝에 있는 회계를 돌아 바닷길로 북쪽 낭야에

도착했는데 진시황은 늘 순행을 자주 다녔다 합니다.

이 땅이 모두 내 땅임을 확인하고 싶었을 것일까요?

 

 

시황제의 순행 모습을 상상한다면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그림의  모습이지 싶습니다.

땅부자가 자기 땅을 돌아보며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듯

시황제도 아마 그런 기분이었을까요?

평소 그는 지방 순행을 즐겨했던 이유가 직접 눈으로 봐야하는 성격이었나 봅니다.

 

 

무위지치(無爲之治)...

황제는 덕이 높아 가만히 있어도 천하가 저절로 다스려진다는 말을 이사가

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현장에서 옳고 그름을 밝혀

빠떼루와 상을 번갈아 주었나 봅니다.

이런 순행에 늘 승상인 이사와 심부름꾼 출신의 조고라는 환관인 

중거부령이 옥새를 가지고 순행에 따라갑니다.

 

시황제에게는 아들이 겸손하게 겨우 20여 명 밖에 없었는데 맏아들 부소는

바른말을 자주 하다 미움을 받고 멀리 변방으로 밀려나 변경을 지키는 몽염을 도와

일을 하고 있었고 막내인 호해를 총애해 언제나 막내만 수행 길에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그해 7월 사구라는 곳에 이르자 시황제의 병이 점점 위중해져 맏아들 부소에게 보낼

편지를 보내 빨리 함양으로 돌아와 내 시신을 장사 지내라고 쓰고 조고에게

옥새를 찍어 보내라고 시황제는 명을 합니다.

죽음을 직감한 시황제는 그래도 맏아들 부소를 불러 권력을 이양하려고 생각했을 겁니다.

당시 시황제는 수은에 중독되었다고도 합니다.

 

그는 수은 마니아였다고 알려졌다네요.

수은이란 상온에서는 액체상태로 존재하는 유일한 광물질이지요?

수은은 고대부터 신비한 물질로 인식해 불로장생의 상징으로 알려진 물질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그의 무덤 안은 수은으로 가득 차 아직까지 발굴하지 못하고 그 주변에

많은 석류나무를 심었지만, 그 지방 사람은 절대로 석류를 먹지 않는다 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글은 그때 편지가 아니고 시황제가 동남동녀를

보냈다는 곳에 세운 이정표입니다.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출발했던 바로 그 장소라고 알려진 곳이죠.

천하의 시황제가 어처구니없게 황당한 삶을 꿈꾸다가 천하의 사기꾼

서복에게 완벽하게 당했던 곳이죠.

 

"저 멀리 바다 건너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주(瀛州)의 삼신산에는 신선이 사는데

제가 몸소 동남동녀를 데리고 가 모셔오고자 합니다."

지금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스미싱이라는 범죄의 시작은

바로 위의 말이 그 시작이었을 듯합니다.

 

서복은 정말 자기가 신선을 만나고 온 사람처럼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거짓말을 합니다.

멍청한 진시황은 기뻐하며 동남동녀 수천을 뽑아 그에게 주며 신선을 모셔오도록 했답니다.

서복은 아마도 이런 아이들을 거느리고 그곳으로 간 후 정말 신선 같은 생활을 했을 겁니다.

우리나라 제주도 서귀포라는 지명이 서복이 돌아간 포구라고 해 붙인 지명이라죠?

 

 

진시황이 처음부터 이렇게 멍청했을까요?

그것은 아닐 겁니다.

아마도 자객 형가에게 호되게 살해위협을 당하며 곤룡포에 오줌까지 지리며 혼이 난 후로부터

자꾸 먼산만 바라보며 가끔 이상한 행동과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지 싶습니다.

그랬기에 죽음이 두렵고 영원 불사의 허황된 꿈에 빠졌지 싶습니다.

 

여기가 바로 서복이 동남동녀를 데리고 떠났던 곳에 세운 비석입니다.

요즈음 세상을 어지럽히는 보이스 피싱...

뭐 시황제도 당할 수 있는 게 보이스 피싱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佳人같은 어리숙한 민초야 오죽하겠어요.

 

 

시황제를 상대로 멋진 사기행각을 벌렸던 사람을 한번 보고 갈까요?

위의 동상이 바로 시황제를 상대로 사기를 친 서복입니다.

생긴 것은 아주 멀쩡하게 생겼죠?

원래 사기꾼의 기본은 아주 멀쩡하게 월등한 외모를 지닐수록 우수한 실적을 올린다 합니다.

 

인간은 바로 어제까지도 계획했던 일이 틀어지는 것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인가 봅니다.

그러나 여기 영생불사의 황당한 꿈을 꾼 한 사내가 있답니다.

순간의 앞일도 예측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가 신과 맞짱 뜨려고 영원히 죽지 않는

꿈을 꾼 발칙한 사내 말입니다.

천하를 통일하고 세상을 호령해도 결국, 인간은 그런 어리석은 존재인가 봅니다.

 

시황제는 죽어가면서 큰아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썼겠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그곳의 군권은 몽염에게 맡기고 속히 돌아와 함양에서 내 유해를 맞이하여

 장례를 치르라!'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유해를 맞이하고 장례를 치른 후 대권을 이어받으라는 말입니다.

옴마? 佳人이 마치 그 편지를 읽어본 것처럼 이야기하죠?

 

 

그러나 진시황은 편지를 사신에게 넘겨주기도 전에 뭐가 그리도 바쁜지 50이라는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데 수없는 전장을 누비고 자객인 형가에게 살해당할 위험에서도 곤룡포에

오줌까지 지리며 모진 목숨 살아남았는데 마지막 들이마신

단순한 숨조차 다 내뱉지 못하고 갑니다.

불로장생을 꿈꾼 천하를 통일한 영정은 50살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젊은 나이지만, 사실은 당시로는 평균수명이 짧았기에 제법 오랜 산 셈이겠네요.

 

어찌 인간의 목숨이란 이렇게 허망한가요?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많은 선남선녀를 동쪽으로 보내고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원이나마 통일했는데... 에고 에고~~ 마지막 숨은 다 내뱉지도 못하고 가다니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진황구선입해처(秦皇求仙入海处)라는 곳은 

바로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동남동녀를 보낸 곳이죠.

중국의 친황다오는 진시황의 이름을 따 만든 도시입니다.

그대.... 100년은커녕 50년밖에 못 살면서 1.000년을 살 것처럼 하셨나요?

 

결국, 옥새와 편지는 조고의 손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옥새란 바로 통장의 비밀번호며 사인이나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비밀번호를 알면 그 통장의 돈은 바로 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옥새를 가지고 있다는 말은 통장과 비밀번호는 물론 금고열쇠까지 모두 갖고 있다는 말이죠.

그러니 진나라 모든 재산이 내 것이 되는 겁니다.

 

이사는 황제가 객사했고 아직 후사도 세우지 못해 혼란을 우려해 최측근 몇 명을 제외하고

황제의 죽음을 외부에 일체 알리지 않습니다.

만약,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나라는 혼란에 빠지고 여기저기에서 권력에 눈먼 무리가

천하를 자기 품에 안아보겠다고 난리법석을 부릴 게 자명한 사실입니다.라고

우리는 쉽게 생각할 수 있으니 조고가 누굽니까?

자신이 천하를 손아귀에 움켜쥐려고 했던 행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시황제의 시신은 냉동차인 온량거에 안치하고 모든 일 처리와 식사까지도

시황제가 예전에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고 함양으로 향합니다.

혼란을 막기 위한 이사의 행동은 무척 사려 깊은 행동이죠.

그렇다면...

지금의 냉동차의 원조는 바로 시황제의 시신을 옮겼다는 온량거가 아니겠어요?

 

시황제는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검사를 통한 친자확인 검사가 필요했고 볼모로

조나라에서 지냈던 아버지 자초인 장양 왕과 여불위의 애첩인 조희 사이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아버지일지도 모르는 여불위에게 자초가 스카우트되어 여불위 덕분에 진나라의 왕이 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천하를 호령하다가 자객의 비수를 맞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한 세상을 살아왔지만 집을 떠나 머나먼 객지에서 죽었고 온량거라는 마차에 실려 미리

만들어 놓은 영원의 안식처인 진시황릉인 수은의 바다 위에 잠들었습니다.

 

기극비란 봉소서(枳棘非鸞鳳所捿)라는 말이 있습니다.

'탱자나무와 가시덤불 속은 봉황이 살 곳이 못 된다'라는 말입니다.

 

그는 봉황이라고 생각했고 주위의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했지만 佳人이 보니 딱 참새입니다.

봉황이 어찌 가시덤불 같은 수은의 바다 위에 영원한 잠에 빠져 있답니까?

도굴을 겁내 그의 무덤은 수은으로 채웠고 무덤을 중심으로 사방에 흙으로 빚은 병마를 숨겨두어

사후세계의 패권을 움켜쥐려 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아주 깊은 지하까지 파고 들어갔다. 그들은 청동으로 바닥을 깔고 그 위에

시황의 관을 안치했다. 그들은 궁전, 누각, 집무실의 본을 만들고 멋진 그릇, 값진 석재,

진귀한 물건들로 묘 내부를 가득 채웠다.

기술자들은 도굴을 위해 침입자가 나타나면 석궁이 저절로 발사되도록 장치했고

무덤이 훼손되면 중국의 황하 양자강 심지어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까지 수은이 흐르고

순환되도록 장치했다.

반짝이는 진주로 성좌(星座)를 설치하고 금과 은으로 새를 만들고 옥을 쪼아 소나무를 만들었다.

마차는 바닥에 진열했다. 등불은 고래기름을 연료로 사용하여 영원히 탈 수 있게 하였다."

 

사마천이 기록한 진시황릉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물론,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사마천은 진시황이 죽은 지 100년도

지나지 않아 살았던 사람으로 어느 정도는 믿음이 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진시황이여 일어나라!

어찌 수은의 바다 위에 누워있는가?

 

 

조고는 황제가 큰아들 부소에게 내린 옥새와 편지를 쥐고 흔들며 비밀리에

공자 호해에게 말합니다.

흔들면 따블입니다.

옥새와 편지를 두 번 흔들면 따따블이죠?

"폐하께서 승하하시며 큰아들 부소에게만 편지를 남겼지만,

후계자에 대한 언급은 없으셨습니다."

옴마나~ 진나라 국민 여러분~ 후계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답니다.

 

"만약 장자인 부소가 황제의 자리에 등극하면 호해공자께서는 낙동강 오리 알이 될

것이고 낙동강 오리알이라도 둥둥 떠내려가다 어딘가 둥지를 틀고

살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부소는 그동안의 고초를 생각해 낙동강 오리알을 모두 걷어들여 화끈하게 달군

프라이팬 위에 냉큼 올릴 것입니다.

 

그렇다면 피바람이 황궁에 몰아칠 것이고 호해공자까지도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일입니다." 라며 운을 뗍니다.

 

이 말은 호해의 결심을 촉구하려는 공갈에 자기가 호해를 황제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회유성의 말이고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잖아요.

그러니 고무신 거꾸로 신으면 생각대로 된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호해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야 형님이 황위를 물려받는 일은 당연한 일.

제가 무슨 일을 도모하겠습니까? 순리대로 처리해야죠."

 

어쭈구리? 이렇게 호해가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조고가 곤란해집니다.

이게 벽창호입니까?

멍청한 녀석입니까?

밥을 숟가락으로 뜬 채로 입에 넣어준다는 데 싫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도 다 소설입니다.

사마천이 쓴 소설이란 말입니다.

두 사람만의 대화를 어찌 옆에서 듣고 그대로 받아 적은 것처럼 쓸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나 우선은 그렇다고 하며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고가 알아듣게 유도를 해야 합니다.

조고는 태어나서 지금처럼 정성을 다해 사람을 설득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佳人도 조고의 입이 바짝 마르고 숨소리마저

거칠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지금 천하의 대권은 공자와 저와 그리고 승상인 이사의 손에 달렸습니다.

신하를 거느릴 거냐 아니면 남의 신하가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의 시간입니다 "

조고의 말솜씨가 제법이죠?

 

평생을 허리 구부리며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허리 펴고 살 거냐 묻습니다.

허리를 구부리고 사는 게 아니라 꽂꽂하게 편 상태로 무덤 안에 들어가 누워있겠지요.

 

 

그러니 허리를 펴고 무덤 안에 들어가 누워 있을 거야 아니면 허리 펴고 천하를 호령하며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그 선택의 버튼은 따식아 바로 너에게 있고

이사와 내가 버튼을 준비했다...

뭐 이런 말입니다.

 

공자 호해가 말합니다.

"형을 제치고 아우가 올라가는 일은 아비에게는 불효고 순리를 거스르는 일이며,

남의 힘을 빌리는 것은 무능한 짓입니다. 나 안 해!"

조고는 속에서 열불이 납니다.

 

공자 호혜가 공자님 가운데 토막 같은 말만 합니다.

공자도 밤에는 공자가 아니고 사랑이 뭔지 아는 로맨티시스트라는 데....

 

그리고 또 탕왕과 무왕에서부터 옛날 왕들이 선왕을 죽이기까지 하며 왕권을 움켜쥔 일을

장황하게 설명하며 호해의 마음을 돌리려고 합니다.

원래 이렇게 누구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고사를 인용하는 게

가장 설득력이 있고 성공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머뭇거리면 후회할 거라고 은근히 공갈까지 덧붙입니다.

 

내일은 어떻게 호해가 조고의 말에 따르냐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이제 조고의 전성시대가 열리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