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열전 6 - 가을에 서리가 내리면 풀과 꽃이 스러지고

2010. 5. 28. 08:5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환관 조고가 지극정성으로 설득하자 호해도 이제 마음이 조금씩 움직입니다.

그렇게 조고가 반공갈에 애원하는 데 제까짓 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목석이지요.

그러나 사실은 조고가 호해를 황제의 자리에 올리려고 이렇게 집요하게 설득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호해의 교육을 맡아오며 호해의 성격을 알기에 얼굴마담으로 호해를 앞세워 자신의 영달을 누리기 위함이지요.

 

"황제의 장례도 아직....

그리고 승상의 동의도?"

네~ 그렇게 나와야지요.

이게 인간의 본심입니다.

사실은 호해도 먼저 나서서 조르고 싶었지만 내놓고 그럴 수는 없었지요.

 

원래 권력 앞에는 부모 자식도 없고 부부간도 없고 형제는 더군다나 쓸모없는 걸림돌이지요.

현재도 이 법칙은 계속되고 있지요.

바로 어떤 곳에도 호해가 정권을 잡고 형은 망명으로 목숨을 부지하다가 결국은 동생이 보낸 사람에게 독살당했잖아요.

 

"그 문제라면 걱정을 마세요. 승상의 문제는 책임지고 제가 깨끗하게 처리하겠습니다"라고 하며

이사에게 한걸음에 달려갑니다.

조고는 이사를 만나 짐짓 상의를 하는 척합니다.

"폐하께서 숨을 거두기 전에 맏아들 부소에게 편지를 썼고 그 편지는 옥새와 함께 공자 호해에게 있습니다.

이를 아는 사람은 우리 셋뿐입니다.

어찌할까요?

사실은 그 옥새와 편지는 조고가 가지고 있으면서 이미 칼자루가 호해에게 있다는 암시를 주고 승상을 떠보는 게지요.

 

이사는 버럭 화를 내며 조고의 말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꾸짖습니다.

사실 꾸짖는 척 하지만 마음을 떠보는 말입니다.

두 사람은 성동격서...

 

나이가 들어 세상을 살만큼 살았고 권력의 주위에서 맴돌던 사람은 본심을 늘 감추고

항상 상대의 속마음을 떠보는 게 일이지요.

"정신이 있는 거요? 신하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해 결정 낼 문제지."

짐짓 자기는 원칙주의자라고 알리는 겁니다.

 

조고는 이사의 말이 방금 전까지 예상이나 한 것처럼 들립니다.

"제가 비록 한때는 환관의 심부름꾼이었지만, 죽간에 잘못 기록된 글을 고치는 도필(刀筆)의 재주가 있어

궁에 들어와 일을 한 지 20여 년이 되어 궁에서 생긴 많은 사건, 사고를 보았습니다.

파직당한 승상이나 공신들은 2대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대부분 주살당하고..."

 

먼저 기선 제압을 위해 큰 거 한 방 터뜨리며 주살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습니다.

주살이라...

정말 끔찍하게 죽는 일이지요.

 

여기서 승상인 이사가 조고에게 "리얼리?"하고 물어보면 정말 쪼다입니다.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비록 지금은 승상일지라도 너는 물론 9족까지도 주살 당해!'라는 말입니다.

줄만 잘 서면 자식대까지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오,

아니면 승상은 물론, 그 자식과 9족이 모두 사라지는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라는 공갈입니다.

사실 역사를 놓고 보면 권력의 속성이 그랬습니다.

 

아니 죽어도 그냥 곱게 죽는 게 아니고 죄를 물어 불명예스럽게 죽인다는 주살이라는 단어를

한낱 환관 주제에 조고란 놈이 겁도 없이 승상을 상대로 사용합니다.

그러면 죽어서도 제삿밥도 못 얻어먹는다는 말이 아닙니까?

얼라리오? 이놈 보소...

많이 컸다는 말입니다.

 

"승상께서도 시황제 큰 아들인 부소의 성격을 아시잖아요.

그가 천하를 잡으면 승상의 자리는 당연히 부소의 오른팔인 몽염의 자리고..."

 

조고는 이사의 아픈 곳을 알고 '쿡~'하고 찌릅니다.

이미 부소와 몽염의 관계는 천하가 아는 마치 죽고 못 사는 연인처럼 오해할 수 있는 사이입니다.

 

그래도 승상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합니다.

답답합니다.

아니 원리원칙주의자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혼자 '노'라고 하는 소신 있는 사람.....

TV광고에서는 소신 있고 용기 있는 사람으로 그리지만, 그런 사람은 흔히 사회생활에서는 왕따 당하지요.

선전광고에 마치 그게 소신 있고 기발한 발상을 하는 사람으로 이야기 하지만,

실상은 그 사람을 두 번 죽이는 무책임한 말입니다.

제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으신 분은 오늘 당장 조직이 결정한 일에 혼자 '노'라고 외쳐보세요.

 

이렇게 이사가 원론적인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방금 조고가 이야기했던 일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고

또 조고의 속마음과 호해의 마음을 떠보는 일이고 혹시 조고가 큰아들 부소와 내통해

승상인 자신의 속마음을 떠보는 게 아닌가 하여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그럼 안전하게 방어운전만 하시고 가시겠다는 말씀 이시오니까?

그렇게 해서 되겠수?

아무리 방어운전을 하고 다녀도 엄한 놈이 와서 받아버리는 데는 장사 없습니다."

 

"아! 글씨 안 한다니까~ 평민인 나를 폐하께서 거두어 주셨는데 나보고 죄를 지게 할 참이오?"

정말 공자님 가운데 토막 같은 말만 하고 계십니다.

천하의 충신이 났습니다 그려...

 

"성인이라 함은 융통성이 변화에 적응하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천하는 호해의 수중에 있는데 나는 호해를 몇 년간 가르쳐 그를 잘 압니다."

이 말은 자신을 과시하는 말이지요.

호해를 잘 안다는 말은 이미 호해와는 교감이 끝났다는 말입니다.

 

"가을에 서리가 내리면 풀과 꽃이 스러지고

봄에 눈이 녹아 물이 흐르면 만물이 방긋 소생하는 것은 필연의 이치입니다.

지난여름 얼마나 더웠습니까?

더운 여름이 지나면 전기요금이 할증이 되어 돌아오는데 그것도 모르고 에어컨만 24시간 틀다가 지금 와서

전기요금 폭탄이니 뭐니 하고 계십니까?

승상께서는 그 이치를 깨닫지 못한다면 바보 멍청이..."

 

조고가 놀고 자빠졌습니다.

아니 그런 자연의 이치는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내시 주제에 아주 시를 쓰고 자빠졌습니다.

 

이사는 다시 한번 더 떠보기 위해 잘못된 승계의 예를 들며

"아무리 그래도 내 어찌 모반에 가담할 수? 다른 조치가 있으면 모를까..."라며 조금은 가능성에

모반이나 다른 조치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여유를 보이며 움직이려는 뉘앙스를 보여줍니다.

작은 허점이나 틈을 보여주는 것은 상대로 하여금 더 깊은 속내를 도출하기 위함이지요.

 

조고는 이제 마지막 카드를 준비합니다.

평소 끔찍이도 자식을 아끼는 이사의 자식들을 들먹여 아비의 가장 아픈 곳을 찔러야 할 시간입니다.

그래서 자식이 웬수랍니다.

 

자식의 앞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세상 어느 부모나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에게 가장 아픈 아킬레스건은 바로 자식입니다.

그래서 가짜 스펙을 만들고 봉사활동을 했다는 거짓 증명서도 만들지요.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 한 자식의 가짜 증명서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승상이야 많은 부귀영화를 누렸으니 이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난 들 서러울 게 없지요.

인생의 단맛 쓴맛 모두 보았으니까요.

그러나 지금 승상의 자식은 이제 떠오르는 태양이며 꽃을 피우려고 하는 데....

만약 승상이 다른 결정을 하신다면 미처 피지도 못한 꽃을 꺾어버린다는 말씀인데...

뭐 저야 환관이니 자식도 없어 그런 문제에는 프리 하여 아주 홀가분합니다."

맞습니다.

세상에 자식 문제에 있어 환관만큼 자유로운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환장하겠습니다.

아주 염장 지르고 들어옵니다.

정말 내시는 자식 걱정이 없어 해피하겠습니다.

세상의 내시 여러분!

여러분은 정말 해피하시겠습니다.

 

자식을 미끼로 함께하면 모두가 편해집니다.

고무신만 거꾸로 신으면 모두가 행복하고 길은 탄탄대로를 달리는 겁니다.

 

이렇게 자기의 패를 슬쩍 내비치고 서로의 공통이익이 눈에 보이며 상하와 안팎이 합심하면 노 프러블럼...

나하고 손잡으면 당신과 당신의 자식들은 앞으로 해피할 것이고

만약...

거절하면 그 화가 자식에게까지 미쳐 안 해피할 거야...

"승상!!! 현명하게 처신하여 화를 복으로 바꿉시다. 오케이?"

 

아버지에게 자식이란 존재는 무엇이란 말인가?

佳人에게도 도대체 자식이 무엇이란 말인가?

여러분의 자식은 여러분에게 어떤 존재이십니까?

자식을 위해 화를 손쉽게 복으로 바꿀 수 있는 아주 쉽고 간단한 결정이 있는데 여러분은 어쩌시겠습니까?

지금 여러분께서 이사의 입장이라면 조고의 조건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렵니까?

 

이사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조고의 말이 맞습니다.

외지로 내몰린 진시황의 큰아들 부소가 제위에 오르면 그의 오른팔인 몽염을 재상으로 제수할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며 그를 그곳 험지라는 만리장성까지 보내는데 일조한 자기와 자식들은 물론이고 3족을.....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습니다.

 

틀림없이 그가 후계자가 되어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 그동안 겪은 고초와

그를 그런 험지로 내몬 사람에게 한풀이를 넘어 저주의 칼춤을 추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원래 음지에 살던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손 봐주고 싶은 곳이 많기는 하죠.

없이 살던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허겁지겁 가리지 않고 먹다가 체하는 것도 우리는 자주 보았잖아요.

 

이는 佳人이 아무리 부소에게 사실을 말해준다 해도 믿기 어려운 일이 아니겠어요?

그렇다고 이사는 자기 목숨과 자식의 안위를 놓고 딜을 할 수도 없고 말입니다.

요즈음 조직의 비리나 가족의 안위를 위해 쉽게 딜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아킬레스건은 인간에게는 최대한의 약점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이제는 자식을 놓고 도박할 아버지는 아무도 없습니다.

결국, 조고의 제안을 마지못해 반승낙하자 조고는 눈썹이 휘날리도록 잰걸음으로 호해에게 달려갑니다.

이게 이사의 패착 일지... 아니면 승기를 잡아 다시 도약할지...

 

조고가 호해에게 달려와 대뜸 한다는 말이...

"태자의 명령을 받들어 승상께 알렸습니다."

이놈 보게?

언제 내가 명령을?

지가 알아서 한다고 하고선..

 

세상에 꼭 이런 사람 있습니다.

우리도 이미 조고와 호해가 아까 나눈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데 마치 호해가 모사를 꾸미고

조고가 호해의 명령을 받아 이사에게 심부름만 다녀온 듯이 이야기를 전개해버립니다.

 

이 바닥 전문용어로 오리발 내밀고 보험 들어 놓는다고 하지요.

만약, 일이 잘못되면 자기는 순전히 호해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을 뿐

어쩔 수 없는 심부름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강압에 의한 자백은 법으로도 보호받고 주범과 종범의 형량도 차이 나는 게 일반적인 판례이지요.

 

세상이 그렇습니다.

이런 모사꾼은 순간적으로 상황을 바꾸고 남에게 뒤집어 씌우는 데 이력이 난 놈입니다.

이런 놈은 남이 뇌물을 받으면 부정한 청탁의 돈이라고 핏대를 올려가며 페이스북에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글을 올지만,

 자기가 부정한 돈을 받으면 순수한 정치자금이라고 우기잖아요.

정치란 원애 더러운 일이기에 정치자금이란 순수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혼자 깨끗하게 민초를 위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려고 평생을 노력하며 살았다고 큰소리치지만,

뒷구멍으로 식구와 형제를 통해 엄청나게 받아먹었다는 말이지요.

사과상자로도 받고 골프 백으로도 받았습니다.

그냥 탁자 위에 놓고 가면 직접 받지 않았으니 만난 일조차 없다고 우기지요.

 

그런데 쭉정이들은 그의 말만 믿고 그가 무슨 위대한 인물이나 되는 듯

생각조차 없는 멍청한 추종자가 되기를 스스로 원합니다.

그리고 국립학교에 갔다 오면 마치 피해자인양 코스프레를 하곤 합니다.

뇌물 먹은 그 일이 갑자기 정치적 탄압으로 바뀌는 겁니다.

 

"그래서 승상은?" 하고 호해가 조고에게 불쾌하지만 물어봅니다.

지금 가장 알고 싶은 게 바로 이사의 의중입니다.

"당연히 어찌 공자인 호해의 그 명령을 따르지 않겠느냐고 하시며...."

 

헐!!!

조고는 순전히 호해의 심부름만 했고 완전히 호해가 처음부터 각본에 감독에 주연까지 하며

일을 꾸미고 다 한 천하의 모사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이 여기까지 진척되면 이제부터는 빼도 박도 못합니다.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기에 정말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마지막 서류 위조 작업만 남았습니다.

직인도 위조해 잘라 붙이는데 옥새도 있는데 뭐가 걸리겠습니까?

뭐 사실 위조도 아닙니다.

옥새를 찍으면 바로 법인 세상인데 그게 왜 위조입니까?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거룩한 일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진시황이 죽어 자빠졌는데 왜 위조입니까?

지폐 인쇄기만 있으면 찍으면 돈이 아닙니까?

먼저 정부에서 찍었던 지폐 인쇄기를 다음 정부에서 사용하여 돈을 찍으면 그게 위조지폐입니까?

 

더군다나 황제가 죽었다는 사실을 외부로 알리지도 않았는데.....

일차적으로 제위를 막내인 호해에게 선양하는 조서를 꾸밉니다.

이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순간입니다.

이런 사실을 아래 사진에 보이는 화피아오(华表 : 화표) 승로반 위에 냉큼 올라가 앉아있는 허우((犼 : 후)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아들 부소에게 보내는 편지를 씁니다.

"짐은 지금 천하를 순행하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얼어 죽을~ 죽은 시체가 무슨 짐이고 건강을 다져야?)

 

그렇습니다.

죽은 시체가 건강을 다지는 일은 시황제로 끝내야 합니다.

더는 시체가 건강을 다져 세상을 움직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시황제가 강시입니까?

 

"너는 몽염과 수십만의 군사를 거느리고도 세운 공이 뭐냐?

그곳에서 놀며 즐기고 주색잡기에만 골몰하여 군사비만 축내고..."

 

그때 권력자의 3대 엔터테인먼트는 여자, 술 그리고 사냥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수시로 짐을 비방하는 글이나 올리고...

그래서 You're fired!!!

 

그러면 너는 밤낮으로 짐을 원망할 거지?

그래서 좋은 칼을 하나 선물하련다.

칼의 의미는 알겠지?

 

옆에서 함께 글을 읽는 몽염도 파이어고 그 자리는 비장인 왕리에게 넘겨라!"

오늘 부소 진영에 불이 났습니까?

여기저기 파이어가 만발합니다.

 

그리고 편지에 끝~이라고 쓰고는 옥새를 팡팡 찍어 특급 인편으로 보냅니다.

옥새만 있으면 옆집 강아지 뽀들이가 글을 쓰고 도장만 찍으면 황제의 명령이 아닙니까?

 

편지를 받은 부소는 골방으로 들어가 울면서 날이 시퍼렇게 잘 선 칼을 만지작거립니다.

'아빠가 왜 이런 좋은 칼을 보냈을까?' 하며 만지작거렸다면 바보죠.

 

몽염이 달려 들어와 칼 장난을 하지 못하게 하며 말합니다.

그리고 "난 그리 안할껴? 편지 한 장의 진위도 파악하지 않고 왜 죽습니까? 멍청이처럼..."

그런데 칼과 편지를 가져온 저승사자가 옆에 서서 "빨리빨리"를 외칩니다.

 

성품이 어진 부소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내린 명인 데 어찌 다시 이 아버지의 편지가 사실인겨? 하고

편지와 칼을 KBS 진품명품코너에 묻습니까?

그리고 칼을 들어 하늘은 바라보며 단숨에 목숨을 끊어버립니다.

 

몽염은 "난 안 할껴!"를 외치며 발버둥을 쳤지만, 우선 옥에 갇혀버립니다.

대세가 기울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되는 일이 없지요.

 

가장 큰 문제인 큰아들의 교통정리 상황이 정리되자 함양으로 돌아온 3인방은

그제야 시황제의 승하를 세상에 알리고 막내 태자인 호해를 진나라의 2세 황제로 세웁니다.

이때까지는 세 사람이 모두 윈윈하는지 알았지요.

 

세 사람이 모이면 꼭 2+1이 되는 게 인간의 법칙입니다.

기쁨은 함께할수록 커지고 슬픔은 함께 나눌수록 작아진다고 했습니까?

그러나 권력의 세상에서는 자꾸 잘라버려 줄일수록 남은 사람에게 좋습니다.

원래 권력과 여자는 함께 나누는 게 아니라고 나폴레옹도 일갈했잖아요.

 

그 후 조고는 낭중랑이라는 벼슬에 올라 황제 곁에서 하고자 하면 모든 일이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세상일이 "생각대로 하면 되고~"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무위지치라는 좋은 말은 이사가 진시황에게 했는데 그 열매는 조고가 따 먹고 있습니다

그 꿈을 이룬 자가 바로 환관 조고입니다.

죽간에 잘못 쓴 글이나 고치는 도필의 재주로 궁에 들어와 청운의 푸른 꿈을 꾸며 자신의 소중이를

자르는 아픔을 겪으며 환관이 된 조고가 아니겠어요?

 

비록 사내로 태어나 사내구실을 하지 못했지만,

사내보다 더 사내다운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죠.

조고에게 부족한 것이라고는 딱 신체적인 한 가지밖에 없지만, 그가 가진 것은 천하 모두입니다.

지금도 권력에 눈치 보며 환관처럼 권력의 단맛에 빠진 사람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잖아요.

 

황제가 아니면서 황제처럼 할 수 있고....

아니 황제보다 더 거들먹거릴 수 있고....

어느 누구도 황제의 용안을 보기 위하여는 조고를 거치지 않으면 뵐 수도 없고....

황제의 말은 조고의 입을 통하여만 전달되어 나오고....

그러면 호해는 내전 안에서만 황제고 천하에 알려진 황제는 바로 환관인 조고입니다.

 

중국 최초로 통일국가를 이루었다는 진나라에서 진시황이 죽자

통일 천하를 주무르는 황제는 정녕 누구입니까?

이 얼마나 코미디 같은 일이 생겼습니까?

 

이를 우리는 죽 쒀서 개 주었다고 하나요?

그렇다면 죽이 천하통일이고 개는 조고가 분명합니다.

정말 잘난 개 같은 조고가 아닙니까?

 

그럼 다음에는 그 잘난 조고가 무슨 일을 하며 거들먹거렸나 구경하렵니다.

물론, 전혀 궁금하지 않으시겠지만요.

내일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