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31. 07:52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이제부터 조고의 활약이 시작됩니다.
어느 날 2세 황제가 조고를 불러 한마디 합니다.
"사람이 산다는 일은 마치 살짝 열린 문틈으로 여섯 마리 말이 끄는 마차가
홱~ 하고 지나가는 것을 보는 것처럼 짧은 순간인 듯싶소."
옴마야!
나이도 어린 호해가 산전수전 다 겪은 군자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 말하기를...
"비록 짧은 세월이지만 이제 황제가 되었으니 종묘사직을 보존하고 만백성을
즐겁고 편안하게 하며 천수를 누리고 싶소,
어찌하면 그리할 수 있겠소?"
흐미~ 그래도 황제라고 제법 성군 다운 말을 합니다. 그려....
그러나 물어보는 대상이 틀렸습니다.
조고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비록 사구에서 짜고 친 고스톱으로 황제를 만들었지만,
아직 황제 주위에는 황제의 20여 명의 형제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고
선왕이 임명한 꼰대들이 자리하고 있어 맨날 "라떼는 말이야~"하며 떠들고 있고...
조고가 비록 황제의 지근거리인 제일 가까이 있다 해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기회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죠?
"사구의 일을 여러 공자나 대신들이 의심합니다.
폐하께서 즉위하시자 불만을 품고 투덜거리기만 하고 역모의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몽염은 뒤탈 없이 깨끗하게 보냈지만, 아직 그의 동생이 군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는 화약을 등어리에 지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주위에 기회주의자들이 있는데 어찌 폐하께서는 꿈같은 선정과 종묘사직을 언급하며
백성이 두루 편하기를 바라십니까?
꿈도 야무지고 택도 없는 말씀입니다."
요 녀석의 이야기는 우리는 한배를 탔다.
그러니까 내가 입만 벙끗하면 비밀이 천하에 알려져 세상이 바뀔 수도 있다.
우선 주변 교통정리부터 하여 보낼 사람은 빨리 보내자 뭐 이런 말이지요.
총살로 하는 공포정치는 요즈음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세 황제가 묻습니다. "그럼 How?"
사실 조고는 위에 언급한 무리를 싹쓸이해야 명실상부하게 황제보다
더 큰 힘을 갖는다는 것을 압니다.
어린 황제 하나는 언제든지 요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지금까지
곁에서 지켜보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우선 법을 강화하고 엄격하게 정해야 합니다.
죄를 지으면 그 일족까지 연좌하여 벌하십시오.
성경에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사건만 터지면 라떼를 운운하며 시황제께서는
어쩌고 저쩌고 하며 묻고 따지는 선제가 임명한 꼰대 신하들을 물갈이하시고 형제들을
멀리 하시고 새로운 뉴 페이스로 바꾸시면 베개를 높이 베고 하루하루가 '오! 해피 데이'랍니다.
아시겠습니까?"
이 말은 바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연좌제를 도입하면 엮어 걸리지 않는 사람이 없기에
눈엣가시 같은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보낼 수 있고 그런 힘을
조고 자신에 주면 깨끗하게 정리하겠다는 말이죠.
한 마디로 천하를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힘을 달라는 겁니다.
드디어 황제의 명이 떨어집니다.
"가라! 당장 가라!
법을 고쳐라!
만약 거부하면 황제의 이름으로 모두 부숴버려라!
그리고 현수 네가 하고 싶은 데로 하라!"
아~ 죄송합니다.
현수가 아니고 조고였는데 2세 황제 호혜가 한국 영화에 심취해 그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호혜의 입에서 한국 영화 대사가 튀어나와버렸습니다.
다시 고쳐 쓰겠습니다.
누구는 "현수 너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했지만,
호해는 "조고 너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자 신하와 공자들이 죄를 지으면 무조건 조고에게 옵니다.
죄를 짓지 않으면 죄를 만들어서도 데리고 옵니다.
그래도 죄를 만들 수 없다면 주변 인물과 엮으면 어느 누구도 조고의 그물을 빠져나갈 수 없지요.
10년 전 지은 작은 죄도 부풀리면 커지고 타임머신을 태우면 며칠 전 일이 됩니다.
그리고 조고 앞에 오기만 오면 모두 죄인이 되어 죽습니다.
그날부터 진나라는 조고가 법이고 조고의 나라입니다.
그야말로 저승사자입니다.
조고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는 언제나 피비린내가 진동합니다.
12명의 공자가 함양 저잣거리에서 죽임을 당하고 10명의 공주는
두현에서 기둥에 묶여 창으로 찔려 죽는 책형을 당합니다.
물론 재산은 모두 국고로 환수되며 일부는 당연히 조고의 집으로 갑니다.
공자 중에 이름이 高라는 얼치기가 있었습니다.
달아나자니 잡혀서 죽을 것 같고, 있자니 불안하고...
그래서 고는 동생인 2세 황제에게 이 메일을 보냅니다.
"아버님이 계실 때 궁에 들어가면 맛난 음식을 주시고 나올 때는 좋은 옷과
귀한 말도 내어 주셨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 따라 마땅히 죽어야 했는데 못한 것은 불충이고 불효입니다.
이제 선제를 따라가렵니다.
부디 시신을 거두어 선왕이 계신 여산에 묻어 주십시오.
부디 제 식솔들을 가엽게 여겨 주십시오"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는 친구 아닌가요?
高는 못 먹어도 高를 외쳐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사방에서 목을 향해 죄어오는 칼날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실 당시의 시대상은 주나라까지는 왕이 죽으면 그의 가신이나 집안의 사람까지도
따라 순장을 당하는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아버지를 따라 죽는 일이
미덕으로도 생각되었겠네요.
이 이야기는 '나는 죽는다. 그러나 내 식솔들은 봐주라.'입니다.
자신의 목숨과 가족의 목숨을 거래하자는 말입니다.
이 바닥 전문용어로 꼬리 자르기라고 합니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 이런 거래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려 조직과
가족의 안위를 보존하려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죠?
그게 가족의 비리를 감싸기 위해 또는 조직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딜을 하지요.
고는 그야말로 순수한 마음으로 가족을 보호하려고 목숨을 두고 거래했지만,
더러움을 덮기 위한 거래는 추한 거래죠.
우리 민족은 죽은 자에게는 아주 후하게 감싸는 인정 많은 아름다운 민족입니다.
그러다 보니 너도나도 탈세나 뇌물 문제나 여자 문제만 터지면 목숨을 두고 거래하지요.
죽어도 모두 명명백백히 밝힌다면 자살하려는 사람도 줄지 않겠어요?
이 편지가 올라오자 황제는 흡족하여 조고를 부릅니다.
"?"
"!"
두 사람의 대화는 간단합니다.
이 말을 다시 풀어쓰면 "어때 됐지?"라고 물으니
조고가 "신하 된 자가 죽음을 걱정하면 어찌 역모를 꾀할 수 있겠습니까? 됐습니다!"입니다.
편지 내용대로 죽어도 좋다고 허락하고 10만 전을 주어 진나라 국민장으로 치르도록 합니다.
졸지에 국가와 민족을 위한 거룩한 죽음이 되고 맙니다.
진나라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위인전기에 오르고
국립묘지에 묻고 1주일 동안 음주가무를 금지하고 애도기간으로 정했습니다.
법령이 날로 엄격해지고 처형은 점점 가혹해지고...
아방궁을 짓고 황제만 다니는 치도(馳道)를 닦는데 폭이 70m에 달하고 쇠망치로
땅을 내리쳐 단단하게 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니 세금을 올려야 합니다.
예전의 중국은 이렇게 부실공사 없이 잘 만들었는데 요즈음은 왜 짝퉁에 쓰레기 같은
제품을 만들어 세계에 웃음거리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중국 제품이 부실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 수입업자가 저렴한 가격에
사자고 하니 부실하게 만들어 보내는 겁니다.
제대로 만든 제품은 이익이 적기 때문에 우리에게 오지도 않습니다.
세금이 올라가니 돈만 더 내는 게 아니라 부역도 해야 합니다.
불평하면 흉노족들이 넘나드는 만리장성을 쌓는 곳으로 또 보냅니다.
그곳에 가면 죽어서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런 곳입니다.
선왕으로부터 인수받은 아방궁을 짓는데 문은 모두 특제 자석으로 만들어
무기를 소지하고 몰래 들어 오다가는 문에 철퍼덕하며 달라붙습니다.
훗날 항우가 이곳에 와 불을 지르니 석 달도 넘게 탔다고 합니다.
정말 제대로 만든 아방궁이 아닌가요?
이제 조고의 전성시대가 극에 달했습니다.
사물이 번창하면 이제 그 끝이 다가왔다는 의미입니다.
내일은 조고의 또 다른 면을 보렵니다.
내일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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