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1. 00:16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그 무렵 소진은 이미 조나라 왕을 설득하여 합종을 약속받았습니다.
그러나 진나라에서 막후공작으로 합종 약속을 깨뜨리지 않을까 걱정을 하여
적당한 인물을 골라 진나라로 보내기로 했고 그는 친구인 장의에게 사람을 보내
다른 사람인 척 불러오게 합니다.
소진은 혹시 동문수학할 때 라이벌인 장의가 진나라에 붙어 자신이 펼친
합종의 맹세를 깰까 봐 겁이 났던 겁니다.
사자는 장의를 만나 "그대는 지난날 소진과 동문수학한 사이가 아니오? 지금 소진은
잘 나가는 킹카인데 어찌 그를 찾아가 앞날에 대하여 대화를 하지 않는단 말이오?"
그 말을 들은 장의는 조나라로 가서 소진에게 만나 달라고 청을 넣습니다.
소진은 일부러 하인에게 며칠 동안 오도가도 못하게 붙들어 놓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 장의를 만난 소진은 그를 대청마루 아래에 앉게 하고는
마부나 하인들이나 먹는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을 주며 꾸짖습니다.
"자네처럼 재능있는 자가 이토록 차림새가 남루한걸 보니 딱하네...
내가 자네를 추천하여 당장 잘 나가는 직장을 마련해 줄 수 있으나 자네는 능력이 좀......"
그리고 장의를 돌려 보냅니다.
한 마디로 무안 주고 염장 질러 다른 소득을 얻기 위한 전략입니다.
장의는 자신이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이나 가 볼까 했던 마음이 창피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도무지
갈피를 잡기 힘이 듭니다.
쪽 팔린다고 이럴 때 사용하는 속된 표현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진이 있는 조나라를 손 볼 수 있는 나라가 진나라 밖에는 없다고 생각되어
진나라로 떠나자 소진은 가신을 시켜 많은 돈과 수레를 내어 장의를 따르도록 합니다.
가신은 장의의 가까이서 따르며 장의가 필요할 때 돈과 다른 편의를 제공하며
이유는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장의는 마침내 소진의 가신 도움 덕분에 진나라 혜문왕을 알현할 수 있었고
객경으로 대우해 줍니다.
혜문왕이라 하면 여불위 열전에도 나왔던 소양 왕의 아버지며 소양 왕의 아들이
바로 화양 부인만 좋아했던 안국군 효문 왕이지요.
여기서 화양 부인이라면 미모도 나이가 들면 시들어 사랑도 멀어진다는 꼬임에 빠져
아무 관계도 없는 쭉정이 자초 이인을 불러 양아들로 삼아 태자에 오르게 했던
인물인 바로 그 화양 부인입니다.
그 덕분에 자초 이인인 장양 왕이 왕위에 올랐고 여불위의 애첩 조희가 여불위와 함께 씨를 뿌려
이화 접목으로 태어난 장양 왕의 아들인 영정이 진시황이 된 것으로 잠시 진나라 영(嬴)씨 집안 족보 좀
떠들쳐 보았습니다.
그러니 장의는 나이로 치면 여불위의 할아버지 정도는 되는 나이입니다.
이제 장의는 진나라에 자리를 잡자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준 소진의 가신이
떠나겠다고 하니 장의는 깜짝 놀라 말합니다.
"그대의 도움으로 제가 큰 벼슬을 하게 되었고 이제부터 그대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되었는데 떠나신다니 무슨 연유입니까?"
가신이 답을 합니다.
"선생을 보살핀 사람은 제가 아니라 소진이십니다.
진나라의 권력을 휘두를 만한 사람은 선생 밖에는 없다 하시며 작은 일에 만족하여
큰 일을 도모하지 못할 것을 염려하였답니다.
그래서 짐짓 선생을 격분시켜 저를 보내 남몰래 선생을 도우라고 보내신 겁니다.
이제 선생이 등용되셨으니 저는 그만 돌아가 그동안의 일을 소진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소진께서 염려하시는 것은 진나라가 조나라를 쳐 합종의 맹약을
깨뜨릴까 염려하십니다."
"리얼리?" 장의가 깜짝 놀라며 말합니다.
그리고 긴 탄식을 하며 "아! 나는 역시 하수야.
이 또한 내가 배운 술책 중에 있는 예상문제였는데 미처 깨닫지 못했구나."
사실 시험문제가 대부분 족보에서 나오고 문제은행식이라 조금만 신경 쓰면 알 수 있습니다.
소진이 이렇게 한 이유는 서프라이즈 파티를 흉내 낸 드라마틱한 효과를 누리기 위함입니다.
극적인 감동을 주어 자신을 더 부각하는 그런 행동 말입니다.
이런 사연 때문에 소진과 장의가 활동했던 시기에는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분명 소진에는 미치지 못하오.
이제 병아리인 제가 어찌 조나라를 칠 계획을 꾸밀 수 있겠소.
돌아가거든 저를 대신해 소진에게 전해주시오.
염려 붙들어 매고 그리고 땡큐라고...."
그리고 장의는 진나라의 재상이 되자 초나라 재상에게 격문을 써서 보냈습니다.
"지난날 그대와 술을 마셨을 때 내가 그대의 벽옥을 훔치지 않았는데도 그대는 내게
무지막지하게 떼거리로 달려들어 집단구타로 몰매를 때렸다.
집단 구타란 맞는 사람에게 더 큰 공포와 모멸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그대는 그대의 나라를 잘 지켜라.
나는 그대의 나라를 조만간 박살을 낼 것이다."
장의는 옛날에 맞은 것이 많이 아팠나 봅니다.
오기 하나는 아직 자유당 때 그대로입니다.
이제 장의도 초나라 재상을 그대라고 칭할 정도로 컸다는 말입니다.
벽옥 잃어버려 집단구타로 나라 잃어버리게 생겼습니다.
후세 사람들은 진나라의 위치가 나머지 6개국의 제일 왼편인 서쪽에 있어 서에서
동으로 이르는 장의의 횡적 연합을 연횡 책이라고 말한다 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합종연횡이라는 말은 이렇게 해서 생긴 말입니다.
진나라는 장의의 활약으로 말미암아 통일의 대업을 이룩하기 위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나갑니다.
이렇게 같은 스승 아래 배운 제자들도 서로 생각이 다른가 봅니다.
하긴 쌍둥이가 같은 선생 밑에서 배운다고 성적이 같고 생각이 같아질까요?
춘추시대에는 그나마 패권을 잡은 제후국들이 상대를 멸망시키기보다는 혼만 내고
공존하며 살아 갔지만 전국시대에 접어들면서 적자생존의 흐름으로 변하게 됩니다.
오월동주니 와신상담이라는 고사를 남긴 오나라와 월나라의 예에서 보듯 대를 이어 한쪽이
완전히 피박에 광박에 흔들고 재기불능 상태가 된 후에야 평화가 찾아옵니다.
물론 춘추시대에도 서로 전쟁을 했지만 도덕을 앞세워 나라를 완전히 없애는 일을
극히 드물어 그나마 후대가 조상의 제사는 지낼 수 있게는 하였지만
멸문지화를 만들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진나라는 먼 곳은 친하게 지내고 가까운 곳은 무력으로 공격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을
국가 기본 전략으로 삼아 서로 합종을 못하게 멀리 떨어진 나라는 서로 평화조약을 맺고
가까운 나라부터 공략을 함으로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마침내 진시황에 의해
천하를 제패하고 중원을 하나의 나라로 통일했습니다.
뭉치지 못하게 서로 떨어뜨리고 하나씩 복속시키는 전략이지요.
이때 소진과 장의 시대부터 합종연횡이 수시로 이루어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싹을 틔운
기운이 시황제 영정이 왕위에 오르며 여불위에서 이사로 이어지며 드디어 이사에 이르러
중원은 진나라 하나로 통일되며 중국 최초의 통일된 나라인 진나라가 탄생하게 되었다네요.
우리나라의 정치권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합종연횡이라도 잘하면 천하를 얻을 수 있으나 잘못하면 계파에 따른 줄 서기 뿐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어디가 유리할까 하며 기웃거리고 야합이나 할까 하며 눈치만 봅니다.
소신은 엿 바꾼 지 이미 오래되었고 지조는 물 건넌 지 오래입니다.
이들이 공부했다는 귀곡 선생은 귀곡자라고 하며 그의 문하로는 조진, 장의 외에도
손빈이나 방연 같은 대단히 유명한 인재가 공부했다고 합니다.
전국시대 위나라에서 태어난 그는 왕선이라고 불렸는데 본명은 왕후, 호는 현미자입니다.
일설에는 제나라라고도 하고 초나라라고도 하니...
종횡가의 시조로 도가와 병가에 정통했던 인물이라고 하네요.
출생에 관해서는 위나라 조가에서 태어났다고도 하고 업성이라고도 한답니다.
워낙 미스터리 한 인물로 그가 살았던 곳이 귀신이 사는 곳처럼 험하다고 하여
귀곡 선생으로 더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고 하네요.
당시 그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도덕보다는 승리와 이익을 위한 쟁취만이 앞서던 시대라
인의예지는 없고 권모술수를 앞세운 이익을 취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쳤다고 하네요.
귀곡 선생의 가르침의 큰 줄기는 우선 상대의 심리를 파악한 후
그의 신임을 얻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겁니다.
그런 다음 그의 약점을 알아내어 그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야 붙잡아 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조금은 어리석은 방법이지만, 당시의 시대상인 전국시대에서는 승리만이 선이었기에
통용되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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