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10. 22:34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한비가 쓴 세난 편을 보면 현실에서도 매우 적절한 사례들입니다.
그러나 다른 면을 본다면 너무 완벽하게만 결과를 얻으려고 생각이 깊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생각으로 세상을 살면서 사람을 대한다면 너무 피곤하고 힘이 들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자신의 소신도 펴지 못하고 눈치나 살피다 세월 다 지나가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많은 재산을 가진 부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비가 내려 담장이 무너지자 아들이 말했습니다.
"담을 고쳐 다시 쌓지 않으면 도둑을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웃집 사람도 똑같은 말은 했습니다.
밤이 되어 정말 도둑을 맞자 부자는 자기 아들은 의심하지 않았으나
이웃집 사람은 의심하게 됩니다.
같은 말을 해도 아들은 총명하고 앞일을 예단하는데
이웃은 도둑이 되는 게 세상 이치입니다
아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어려운 것입니다.
옛날 미자하라는 사람이 위나라 군주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위나라 법에는 군주 몰래 군주의 수레를 타면 다리를 자르는 월형이라는 벌이 있었습니다.
한 번은 미자하의 어머니가 병이 나서 군왕의 수레를 타고 나가자 군왕은
"얼마나 효성스러운가! 어머니 병환을 염려하여 월형도 감내하다니"라고
칭찬하며 말했답니다.
또 어느 날 미자하는 과수원을 거닐던 중 복숭아를 따서 한 입 베어 먹었는데
맛이 기막히게 좋자 먹던 복숭아를 무심코 군왕에게 그대로 건넸습니다.
군왕은 "참으로 나를 깊이 생각해 주는구나 얼마나 맛이 좋았으면 자기가
입에 대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내게 바치다니"라고 칭찬을 했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미자하에 대한 군왕의 사랑이 식고 미자하가
죄를 짓자 군왕은 이렇게 말했답니다.
"미자하는 지난날 나를 속이고 내 수레를 탔으며 자기가 먹던 복숭아를 버릇없이
내게 주었다. 군왕을 얼마나 우습게 알고 건방 떨었단 말인가!"
사람이 미워지면 옛날에 칭찬을 했던 일까지 모두 캐내어 한꺼번에 당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간언을 하는 신하는 군주의 마음을 살피고 나서 해야 합니다.
이 말을 여도지죄(餘桃之罪)라고 하며 먹다 남은 복숭아를 드린 죄라는 말로
같은 일이라도 총애를 받을 때는 상관없으나 나중에는 죄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요?
사랑할 때는 연인의 단점까지도 매력적인데 싫어지면 장점마저도 미워지지요.
주위의 사람이 단점이 많이 보인다면 그 사람에게 사랑이 식었다는 증거입니다.
용이라는 동물은 길을 잘 들이면 그의 등에도 올라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목에는 길이가 한자나 되는 거꾸로 난 역린이라는 비늘이 있어
그것을 건드리는 자는 반드시 죽인다고 합니다.
군주에게도 역린이 있어 그것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한비도 한나라와 진나라의 전쟁 속에서 한나라의 사신으로 진나라에 갔으나
오히려 그의 출중한 능력 때문에 진나라에서 붙잡혀 주살을 당합니다.
같은 스승 아래 공부를 했던 한비와 이사...
이사는 늘 한비에 대해 뒤쳐졌기에 열등감을 가지고 살았지요.
그러나 한비는 이사의 모함으로 옥에 갇혔으며 결국 자살하며 생을 마감합니다.
이사가 한비에게 했던 모함은 자신이 당했던 다른 나라 출신은
중용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사는 그런 일이 자신에게 생기자 태산불사토양 하해불택세류
(泰山不辭土壤 河海不擇細流)라는 말로 빠져나갔지요.
나중에 진시황이 한비의 재능을 알아채고 그를 찾았을 때는 이미 옥에서 숨을 거둔 후였습니다.
한비는 세난 편을 지었건만 그 자신의 화는 면하지 못했으니 이게 슬플 뿐입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어찌 완벽한 삶만 살아갈 수만 있겠습니까?
우리 같은 민초는 100점짜리 인생보다 조금 모자라는 듯한 80점짜리 인생도 좋은 데 말입니다.
아니... 많이 모자라는 60점짜리 인생도 괜찮습니다.
佳人에게는 역린 같은 것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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