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4. 10:53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그러던 중 드디어 하백이 장가간다는 날이 왔다고 연락이 오고 서문표도 하수로 나갔습니다.
삼로를 비롯하여 관리, 장로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구경꾼만 해도 수천 명에
이르렀는데 예전에는 세상을 살며 구경거리가 별로 없었기에 이런 일이 생기면
도시락을 싸들고 이웃 마을에서도 구경
오기도 했겠죠?
만약 제갈공명이 이 장면을 보았다면 어찌했을까요?
또 만두를 만들어 대신 제사 지내라고 했을까요?
그러나 오늘 벌어질 일은 제사가 아니라 하백에게 여자를 시집보내는 일이니까 만두는
필요 없을 듯하고 하백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 닮은 만두는 아니었을 테니까요.
잠시 후 대장 무당이 여러 제자를 이끌고 거들먹거리며 나타납니다.
이 마을 현령인 서문표보다 더 많은 수하를 거느리고 더 화려하게 등장합니다.
서문표가 말합니다.
"하백의 신붓감을 데려오시오. 얼마나 예쁜지 나도 한 번 보고 싶소!"
여러분도 사실 보고 싶으시지요?
사람들이 제물로 바쳐질 장막 안에 있는 처녀를 현령인 서문표 앞에 데리고 나오고
서문표는 처녀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고는 장로와 무당과
고을 노인들에게 큰소리로 말합니다.
"이런.. 쯪쯪~ 내가 하백을 잘 아는데 하백이 얼마나 눈이 높은 데
이렇게 못생긴 처녀를 보낸단 말이오!
만약 이 처녀를 보냈다가는 못난이를 보냈다고 오히려 하백의 노여움만 살 것이오.
대장 무당! 어디 한 번 처녀를 보세요.
무당께서는 이 정도의 여자에 만족하시겠습니까?
내가 보아도 영 아니올시다.
수고스럽지만 대장 무당께서 먼저 하수에 손수 들어가시어 하백을 만나 뵙고
'아름다운 처녀를 구해 훗날 다시 오겠습니다.'하고 먼저 정중히 여쭈어 보시고
하백이 예쁜 처녀를 구해오라고 하면 나중에 다시 제를 올리고 그때 처녀를
올리기로 하고 오늘은 미운 처녀도 좋다고 하면 이 처녀를 보내도록 합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그리고는 미리 지시한 대로 병졸들을 시켜 위의 사진 속의 부조에서 보듯이
대장 무당을 다짜고짜로 번쩍 들어 올려 강물 속으로 던져 버립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대장 무당은 묻고 따지고 할 시간도 없이
병졸들에게 붙잡혀 물속에 던져졌습니다.
대장 무당은 물론 다른 무당들도 너무 순간적으로 당한 일이라 영문을 모르고 당하고
말았는데 역시 서문표는 제갈공명과는 다르게 단순 무식한 방법을 택하였군요?
그런데 저런 사람들에게는 이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잠시 후 서문표는 공포에 질려 떨고 있는 남아있는 무당을 향하여 말합니다.
"먼저 강물에 들어가신 대장 무당께서 무슨 일이 있으신가 보다. 아마도 하백 하고 무척
가깝다 보니 서로 그동안 못다 나눈 말이 많아 이야기가 길어지는 모양이니 누가 지금 빨리
가서 대장 무당을 모셔 오너라!
왜 아니겠어?
일 년 만에 만났으니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의논하고 싶은 말도 많을 게야~" 하고는 병사를
시켜 이번에는 무당 중 제일 앞에 서 있는 인턴 무당을 강물 속으로 또 던져버립니다.
이러면 막가자는 거지요?
이렇게 일이 진행되면 나머지 무당들은 겁에 질려 사시나무 떨 듯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들지요.
조금 지나자 "이것 참 큰일이구나~ 두 사람이 모두 늦는구나?
하백께서 무당의 말에 찬성을 하지 않는 모양이구나.
다시 사람을 보내거라!" 하니 자동으로 또 한 명의 무당이 강물 속으로 던져집니다.
한참이 지나자 "아무래도 여자 무당들만 보내니 남자인 하백에게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것 같소. 아니면 여자 무당이 하백과 정분이 나 그냥 눌러사는 모양이오.
그러니 이번에는 남자인 삼로께서 수고를 좀 해주시오!
이럴 때에는 역시 마을의 어르신인 삼로들이 적임자이지요.
아니 그렇겠습니까?"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몸부림치는 삼로들을
강물 속으로 집어던져 버립니다.
역시 병사들이 어제 밤새도록 훈련했던 대로 일사불란하게 사람들을
강물에 제대로 던져버립니다.
오늘 업현마을 경사 났습니다.
하백을 만나기 위해 무당에 삼로들까지 모두 하수로 들어갑니다.
이를 보던 장로와 아전들은 모두 두려워하는데, 서문표는 제를 올리듯 몸을 굽혀
하수를 향해 꽤 오랫동안 서 있었습니다.
이윽고 서문표가 돌아보며 말합니다.
"대장 무당도, 제자도, 삼로도 나오지 않으니 어찌하겠소?
그대들이 모두 한꺼번에 들어가 보시는 게 어떻겠소?"
이게 정말로 막가자는 말이지요.
말을 끝낸 서문표가 그들에게 다가가니 모두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구경하던 제가 보니 어찌나 세게 머리를 박았는지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얼굴은 까맣게 질려 있습니다.
"빨리 들어가 보시겠소?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려 볼까요?
오늘은 하백이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이니 그만 돌아갑시다.
무당들만이 아니라 삼로까지 모두 한꺼번에 만났으니 정말 그동안 참고 지내며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겠소?
누구든지 하백의 연락을 받거든 나에게 즉시 알려 주시오!"
그 후로 업현에서는 하백에게 장가를 보낸다고는 말을 꺼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답니다.
누가 이런 사람이 다스리는 곳에서 하백을 장가보낸다고 하겠습니까?
서문표는 이렇게 단순 무식하게 일을 끝내지는 않았습니다.
백성을 모아 업현에 열두 개의 물길을 내고 하수의 물을 끌어들여 논에 대었습니다.
그러자 현 안에 있는 논 중 물이 닿지 않은 논이 없게 되었답니다.
완벽한 수리시설을 한 게지요.
하백이 장가 들 처녀를 보내지 않는다고 화가 나 업현을 물로 덮어버리려고 홍수를 일으켜도
오히려 열 두 개의 물길 때문에 업현에 골고루 물만 공급해주는 꼴이 되었겠네요.
위의 사진을 보시면 이런 수리시설로 우리는 도강언 만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미 중국은 이빙 부자가 만들었다는 도강언 말고도 이곳 업성에도 있었고
사진에서 보시듯 그물로 표시한 곳은 모두 치수시설을 한 곳입니다.
물의 중요성은 어느 나라나 소홀하게 다룰 수 없는 일이었지요.
서문표는 이빙 부자보다는 200여 년이나 앞선 인물이라고 하네요.
아마도 이빙이 서문표 이야기를 배워 도강언에다가 수리시설을 했나 봅니다.
더군다나 중국이란 나라는 많은 인구가 있어 먹고사는 문제는 국가의 존망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비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사는 어느 곳이나 관리란 국민을 편하게 살도록 해주어야
하지만, 많은 관리들은 예나 지금이나 저들이 편케 살려고 민초의 등골을 빼는 일에
앞장을 서서 작당이나 하지요.
사람은 모두가 잘살기 위해 조금은 고생하자고 해도 번거롭고 힘이 든다고 하여서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서문표는 말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완성된 것을 즐길 줄은 알아도 일을 도모할 줄 모른다.
지금 일에 동원된 사람들은 힘이 들어 나를 원망하겠지만,
훗날 그들의 자손들은 나의 뜻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후손이 조금은 편케 살아가게 하려면 우리가 조금은 고생하며 살아야 하지요.
내가 이득을 취하고자 후손에게 짐을 떠넘기는 정책은 가장 하책입니다.
하책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사실은 전혀 안 하는 것만도 못한 계책이지요.
지금 우리나라의 지도자 중 자신의 인기만을 위해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우를 범하고 있는 사람이 있지요.
무조건 퍼주기 정책으로 그 뒷감당은 오직 후손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지요?
황하를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다스린다.
치수란 지금 당장 좋아지는 일이 아니라 후대에 빛을 발하는 일입니다.
그 후 현의 모든 사람이 수리시설을 이용하여 부유하게 되었고 서문표의 이름은
후세까지 오랜 기간 어진 사람으로 전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를 모신 사당이 아직도 임장현에 남아있고 그의 치적이 남아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도 하백에 관한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하백은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외할아버지이지요.
주몽의 어머니인 유화부인이 여동생과 함께 압록강 가에서 놀다가 북부여 왕인
해모수의 꾐에 빠져서 남자와 여자 사이에 가까이하면 자연적으로 생기는 사고를 치자
아버지 하백이 유화부인을 태백산 남쪽에 있다는 우발수로 쫓아내고 유화부인은
그곳에서 동부여의 왕 금와의 아내가 되었지요.
그러나 금와가 유화부인과 해모수 사이에 있었다는 사건 사고를 알고 기분이 몹시 나빠
유화부인을 방에 가두었다는데 방 안에서 유화부인이 알을 하나 낳았답니다.
왕은 그 알을 길거리에다 내다 버렸다는데 짐승들조차 먹지 않고 오히려 돌보아 줌으로
괴이하게 생각하여 다시 유화부인에게 돌려주었는데 유화부인이 따뜻하게 알을 보살피니
그 알에서 한 아이가 껍질을 깨고 나오니 이 아이가 바로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이라고 한다지요.
그런데 정말 이상합니다.
옛날에는 알에서도 가끔 사람이 태어났는데 요즈음에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 환경이 오염되어 그럴까요?
어디 서문표라는 멋진 사내의 사진을 한번 보고 갈까요?
이런 사내라면 우리 마음속에 남겨두는 일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자...
어때요?
헉!!! 죄송합니다.
기술적인 문제로 잠시 사진이 바뀌었네요.
중동으로부터 연결하는 것도 아니고 위성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았나요?
어쩐지 흐리게 나오더라니...
아마추어의 이야기라 가끔 이런 착오가 있나 봅니다.
이런 멋진 사내의 이야기가 바로 이곳 촌구석인 업성에 남아 있습니다.
업성 박물관에 가면 그의 일대기를 환영(幻影)으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해두었더군요.
이곳 임장현의 기록으로 당시 서문표의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하니
기록의 위대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입니다.
그 후 현의 모든 사람이 수리시설을 이용하여 부유하게 되었고 서문표의 이름은 후세까지
오랜 기간 어진 사람으로 전해졌다고 합니다.
네.. 서문표가 바로 이 동네 현령으로 일한 바로 그런 마을이 업성이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행을 하다 보니 우연히 예전에 읽었던 그런 이야기 속의 고장을 방문하게 되네요.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라 오히려 더 반갑습니다.
우연히 찾은 이런 작은 시골 마을이 佳人이 읽었던 역사 속에 회자한 곳이라니 횡재한 기분입니다.
어디 좋은 풍광만 멋지다 하시겠어요?
이런 이야기 속으로의 여행도 멋지지 않나요?
비록, 올 때는 모르고 왔지만, 갈 때는 알고 가야겠습니다.
왜?
여기까지 시간도 투자하고 금쪽같은 내 돈도 들여왔는데 본전이라도 뽑아야 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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