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더듬이 한비 - 1

2010. 4. 9. 22:46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중국 전국시대 막바지에 한나라의 귀족 출신인 한비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말을 더듬어 유세에는 서툴렀지만, 저술에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전해집니다.

사람마다 그렇지요?

정상인일지라도 글은 조리 있게 잘 쓰지만, 말은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요.

 

훗날 진나라의 진시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한 이사라는 사람과 함께 순자를 섬겼는데

이사는 늘 자신이 한비보다 못하다고 스스로 인정을 했었지만, 그러나 성공적인 삶은

이사의 몫이었습니다.

어디 세상일이 능력대로 이루어집니까?

 

한비의 사상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니 스승인 순자의 성악설에 기초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군주의 권력을 절대화하고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해 신하와 백성을

통제하는 것만이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기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점차 한나라가 쇠약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여러 번 글을 올렸지만,

왕은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유학자는 문장으로써 법을 혼란에 빠뜨리고 협객은 힘으로써 국법을 어긴다.

나라가 태평하면 명성이 있는 학자를 총애하고 위기에 처하면 갑옷을 걸친 무인을 쓴다.

지금 녹을 주고 기르는 자들은 쓸모없는 자들이고 쓸모 있는 자들은

녹을 주고 기른 자들이 아니다."

 

 

그가 쓴  "세난" 편은 매우 자세히 논한 것임에도 끝내 진나라에서 죽임을 당하고

그의 뜻을 펴지 못한 불운의 사상가입니다.

 

세난편에 쓰인 이야기 몇 토막을 보면...

 

"유세란 상대의 마음을 읽고 그가 바라는 것에 맞추어 이해시키는 것이다.

상대방이 명성을 얻고자 하는데 큰 이익에 대하여 말을 하면

필시 비천하다고 멀리 할 것이요,

큰 이익을 바라는데 명성을 얻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하면 그는 물정이

어둡고 상식이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무릇 세상일이란 비밀을 지킴으로 성공하고 누설하면 실패한다.

어쩌다 군주가 마음속에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목숨이 위태롭고 과오가

군주에게 있는데 그 점을 들추어낸다면 역시 위태롭다.

 

군주의 신임이 두텁지 않은데도 지혜를 말하고 그 일이 실행되어 성공한다 하더라도

공을 인정받기 어렵고 만약 실패라도 한다면 의심을 받고 목숨마저 위태로워진다.

또한, 군주는 남에게 계교를 얻었다 해도 자신의 공으로 돌리려고 하는데 그 의도를

알아차려도 위험하고 군주의 계획을 미리 알아차리고 먼저 아는 체를 해도 안 된다.

군주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을 강요하거나 막을 수 없는 일을 막아서도 안 된다.

 

그러므로 명군과 현군에 대하여 논하면 군주를 비방한다고 하고 미천한 자를 들먹이면

그자와 협잡하여 권세를 잡으려고 한다고 의심받는다.

군주의 총애를 받는 자를 논하면 그를 이용한다고 할 것이고 미움받는 자를

들먹이며 군주의 음을 떠본다고 오해한다.

 

 

말을 꾸미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면 무식한 사람이라고 하고,

많은 이론과 학설을 인용하여 말하면 말이 많다고 한다.

 

사실적인 근거에 입각하여 말하면 겁쟁이라고 하고 거침없이 이야기하면

건방지고 버릇이 없다고할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군주의 은혜와 신임이 두터워지면 깊이 있게 계획을 실행해도

의심을 받지 않을 것이요,

분명하게 이해를 따져 공을 세우고 솔직하게 옳고 그름을 지적해도 의심을 받지 않는다.

이렇게 해야만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내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