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 장의 합종연횡 이야기-1

2010. 4. 19. 23:32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예전에 삼국지 투어를 한다고 중국의 업성이라는 곳을 찾았다가 위의 사진에 보이는

귀곡자 고리라는 곳을 보게 되어 오늘 이야기는 그와 연관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업성이라는 곳은 전국시대에 활동했던 우리가 이야기하는 귀곡 선생이

태어난 곳이라고 하네요.

물론, 다른 곳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오지요.

그의 문하에는 소진과 장의는 물론, 손빈이나 방연같은 당대에 걸출한 인물이 있었다고 하네요.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소진, 장의 이야기는 진나라 통일의 기초가 되는 합종연횡에 관한

이야기로 진나라가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루는 과정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 잠시 만나봅니다.

 

세상을 살며 사람들은 혼자서만 독불장군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생각과 처지가 같은 사람들은 함께 하기를 바라고 모이기 마련입니다.

동우회가 되었건 카페가 되었건....

특히 정치인들 세계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뚜렷하게 합종연횡 현상을 보입니다.

 

 

합종연횡이라는 말은 중국의 전국시대에 처음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인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들이 따로 뭉치면

야합(野合)이라고 비난하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참말로 우리 정치인들은 예쁜 말만 골라합니다.

야합이라니요? 망측스럽게....

 

얼마 전 종교지도자라는 사람의 입에서도 야합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부끄럽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우리의 지성이고 지도자라니요.

야합은 개나 짐승들이 들판에서 하는 어처구니없는 짓거리입니다.

 

 

전국시대 말기에 전국 칠웅이 중원을 차지하고 있을 때 귀곡 선생이라는 사람이

있었다는데 이름도 참 기묘하며 귀곡 선생은 그가 살던 지방 이름이

제나라의 鬼谷마을이라고 해서 그리 불렀다고 하네요.

 

그 마을에 산장이 있었다면 으스스한 귀곡산장이 되는 겁니까? 나 원 참!!!

그는 종횡가의 대가라고 합니다.

쉬운 말로는 짝짓기의 대가라는 말입니까?

 

그 사람에게는 여러 제자들이 있었지만 그중 한 사람은 소진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소진은 공부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지만 주위의 모든 형제나

친척들의 비웃음만 사게 됩니다.

공부를 마쳤으면 고시라도 패스하던가, 아니면 반듯한 대기업 같은

직장이라도 잡아야지요?

그런데 백수로 고향에 돌아오니 누가 반기겠습니까?

 

"선비로써 고개를 숙여 가며 학문을 배웠건만 어떤 영달도 얻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며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한 후 

각국을 돌며 유세하려고 했으나 가는 곳마다 문전박대를 받았다지요?

 

그런데 공부하는 자세가 영 글러먹은 친구입니다.

스스로 선비라 일컫고 고개를 숙여가며 학문을 배웠다고요?

그럼 스승의 가르침에 고개 숙여 배워야지 비암 대가리처럼

머리 바짝 치켜들고 배워야겠어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마침 그 시기에 전국칠웅 중 진나라의 세력이 점차 강대해지자 나머지 여섯

나라가 힘을 합쳐 합종의 형태로 진나라에 대항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먹혀들어가며 그의 뜻을 펴기 시작한 사람입니다.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하는군요?

 

그는 결국 세치 혀만 가지고 진나라만 빼고 나머지 6개국의 공동 제상을 지냈는데

전국 칠웅이라는 나라의 위치가 제일 왼 편인 서쪽에 진나라가 위치를 하고 그 오른쪽인

동쪽에 북으로부터 조, 위, 한나라가 위치하고 다시 그 오른쪽에는 북에서부터 연, 제,

초나라가 자리하고 있어 위로부터 아래로 모인다는 의미로 합종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합종과 연횡을 주장하는 내용을 도표로 표시하면 위의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겠네요.

 

사람이 팔자가 피려니까 이렇게 6개국의 공동 제상을 지내게 되는군요.

역시 툴툴거린 보람이 있네요.

그동안 소진을 구박한 사람들 꿈자리가 뒤숭숭하게 생겼습니다.

 

아래 지도를 보시면 당시의 역학관계를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 위로 연합하면 합종이고 동서로 뭉치면 연횡이라고 했답니다.

 

 

귀곡 선생의 제자 중 소진에 버금가는 실력자로 소진과 수석을 다투며 우수한 성적으로

공부를 마친 후 다시 우수한 능력으로 백수의 반열에 오른 또 한 사람은

진나라의 장의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소진이 연합을 도모하자 반대로 6개국을 돌아다니며 세치 혀로 회유하며

합종의 맹약을 깨뜨려나간 사람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소진의 합종 이론에 태클 걸며 다녔다는 말입니다.

 

같은 스승 밑에서 공부를 하여도 이렇게 서로 다릅니다.

교육의 평준화와 획일화를 부르짖는 사람들.....

정신 차려야 합니다.

 

장의도 공부를 마치고 병아리 시절에 출세를 위해 전국을 돌며 유세를 다니던 중

어느 날 초나라 재상과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초나라 재상이 귀한 벽옥을 잃어버렸습니다.

 

이거 참 큰일 났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 중 모두가 한가닥 하는 사람들인데 장의만 이제 세상에

출세를 위해 나온 어리삥삥 햇병아리라....

 

모든 빈객들이 장의를 의심하며 말합니다.

당연한 생각입니다.

"장의는 빈한하여 품행이 좋지 않습니다.

벽옥을 훔친 자는 틀림없이 그일 것입니다, "

 

원래 세상일이란 게 그렇습니다.

가난하면 먼저 의심을 받고 사고가 터지면 전과자나 그 지역의 우범자부터 먼저 연행되지요.

 

그러고는 장의에게 달려들어 무지막지하게 팹니다.

술 한 잔 내릴 때는 언제고 말로 하던지 주머니를 뒤져보던지 왜 팹니까?

왜 때리느냐고 물어봐도 집단구타는 답이 없습니다.

그냥 저놈이 패니 나도 패는 겁니다.

이때는 물증이 없고 심증만 가지고도 집단으로 팹니다.

 

맞을 만큼 맞고 난 후에 장의차를 부를 정도가 된 다음에도 장의가 "난 결코 아닙니다.

내 몸을 홀랑 벗겨 보세요."라고 결백을 주장하자 '이놈이 정말 아닌가벼~'하며

결국 풀어 줍니다.

 

많이 맞았습니다..

그날 밤 말입니다.

눈탱이 밤탱이 되도록 맞았지요.

맞은 자리 또 맞으면 정말 아픕니다.

 

술 한 잔 얻어먹고 혹시 유세라도 잘하면 일자리라도 한 자리 얻어볼까 하며

갔다가 하필 그날 왜 비싼 옥을 잃어버려 죽도록 얻어 맞고 하마터면 일자리 알아보다

묏자리 알아볼 뻔했지요.

아직 세상에 이름 한 번 내세우지 못했는데 묏자리라니요?

 

 

다 죽게 생겨 집으로 돌아온 그를 보고 아내가 뭐라고 한 마디 합니다.

"맞아 죽어도 싸다 싸~ 내 그리 될 줄 알았다."라고 하면 악처입니다.

소크라테스 부인이었다면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

이런 부인 덕에 소크라테스는 그 유명한 철학자가 되었다지요?

 

그러나 같은 뜻이지만 언어순화를 하여 말합니다.

"아~ 당신이 책을 읽고 유세를 하지만 않았던들 어찌 이런 지독한 욕을 당했겠소?"

장의 부인은 정말 남편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닌 아름다운 여자입니다.

 

그러나 이 말도 뒤집어 보면 격려의 말만은 아닙니다.

"당신 꼴에 분수를 알았다면 얻어터지고 다니지 않았을 것 아닌가요?"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차라리 소크라테스 마누라처럼 이야기하면

더 알아듣기 쉽습니다.

 

장의가 꼴에 남편이라고 한 마디 합니다.

"마누라! 내 혀가 붙어 있는지 봐주오."

아내가 마음속으로는 그 혀를 집게로 빼버리고 싶지만 웃으며 말합니다.

정말입니다.

 

"혀는 아직 붙어 있구려."

"그럼 됐소."

 

돼긴 뭐가 됐다는 말입니까?

네 그렇지요.

말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에게는 혀가 있어야 말을 하지요.

"신에게는 아직도 13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가 아니라 

아 장의에게는 아직 혀가 붙어있기에 희망이 있습니다.

 

내일은 장의의 혀가 붙어있어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