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마니차를 돌려본다.

2010. 2. 24. 18:15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09

지금은 그 소리 멈춘 지 60여 년.

그 종소리와 함께 사라진 아름다웠던 나날 들.

지금은 모두 어둠 속에 지내지만.

 

언젠가 그 종소리가 이곳 하늘에 울려 퍼질 때

다시 기지개를 켜고 세상으로 멀리멀리 퍼져라~

언젠가는 샹그릴라에 부는 바람이 안개를 모두 걷어가리라.

 

아무도 없는 마니차를 혼자 돌려봅니다.

비록 마니차가 크지만 혼자 힘으로도 조금씩 돌아갑니다.

오늘의 마니차는 佳人으로부터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아침 일찍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佳人 혼자 마니차와 씨름하는 것을 보더니

함께 힘을 보탭니다.

이제 동녘의 아침해가 이곳 샹그릴라 시내를 비추기 위해 산 위로 솟아오릅니다.

대불사에서 내려다보는 샹그릴라는 마치 佳人이 벌거벗은 느낌입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봅니다.

따스한 온기를 몸으로 느낍니다.

 

난 무슨 생각을 하고 마니차를 돌렸을까요?

조국이란 무슨 의미인가요? 티베탄의 아픔을 이해하고 돌렸을까요?

그들이 기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전쟁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세요.

침략도 하지 않는 세상을 그려보세요.

평화와 사랑이 가득한 그런 세상을 꿈꾸어 보세요.

그래요... 우리는 몽상가일지도 모릅니다.

드디어 마니차에 아침해가 비춥니다.

 

하늘이 파란색으로 가득 찬 세상을 바라보세요.

샹그릴라 꾸청 뒤에는 가장 높은 곳에 大佛寺라는 절이 있습니다.

큰 부처님이 샹그릴라를 감싸주실 겁니다.

이제 해와 달이 모두 떴으니 내 마음의 해와 달이 되는가요?

  

시리도록 파란 하늘....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도 티끌 하나 없는 파란 마음일까?

태양이 비추자 하늘에 외로운 달 하나 남겨두고 일시에 안개와 구름은

자취를 감추고 하늘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형 마니차에도 아침해가 밝게 비춘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땅.

이곳에는 아직 아픔이 남아있고 이들이 꿈꾸고 소원하는 일이 남아있다.

아~~ 황량한 들에도 태양은 비치는가?

이 넓은 초원을 웃으며 마음껏 질주할 날은 언제인가?

 

옴 마니 반메 흠....

“온 우주(옴)에 충만하여 있는 지혜(마니)와 자비(반메)가 지상의 모든 존재(훔)에게

그대로 실현되리라”라는 뜻이 있는 말이란다.

佳人도 속으로 외워본다.

이제 따뜻한 아침 햇살이 관세음보살을 비춘다.

티베탄의 희망에도 밝고 따뜻한 햇볕이 비추어라.

 

이곳에 부는 바람의 색깔은 어떤 색깔일까?

만약 바람에 색깔이 있다면 이곳 바람은 또 어떤 색깔일까?

초록? 파랑? 아무튼 무척 예쁜 자연 그대로의 색깔임에는 틀림없을 게야....

중원은 황사와 운무에 늘 누렇고 뿌옇게만 보였지만 이곳은 아니다.

이른 아침부터 장족의 아녀자들이 대불사를 돌며 소원을 빌고 있다. 

 

내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아름다운 샹그릴라...

이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고도에 적응하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일이다.

이 세상에 이상향 유토피아가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그것은 꿈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나 있을법한 꿈의 세상이며 환상 속의 장소이다.

어찌 보면 척박한 땅이며 날씨조차 온화한 곳이 아닌데 사람들은 꿈을 찾아 열광한다.

 

아마도 자신이 사는 세상에 대한 불만족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유토피아라는 무릉도원일지라도 도연명에게는 파라다이스였을지 몰라도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그곳은 지옥이다.

 

물감을 풀어 그림을 그린다 한들 이렇게 파랗게 그릴 수 있을까?

세상의 누가 이렇게 순수한 색을 하늘에 풀어놓을까?

 

내가 꿈꾸고 사랑하며 사는 우리 집이 바로 샹그릴라가 아닐까?

그래... 샹그릴라는 바로 佳人의 마음속에 있었다.

 

아침에 계단을 오르는 티베탄....

무슨 기원을 하기 위해 힘들게 계단을 오르실까?

"할머니! 무엇을 구하시나이까? 무엇을 위하여 아침부터 이곳에 오르시나이까?"

 

길상여의 (吉祥如義)- 당신의 뜻대로 상서롭고 길하시기를....

그 사람들은 어떤 의식이나 말끝에 “자시 델레!”라는 말을 꼭 붙여 쓴다는데, 

‘길상여의(吉祥如意)'  즉, ‘마음먹은 대로 뜻과 같이 좋게 잘 돼라'는 뜻이라고 한다.

佳人도 자시델레도 속으로 외워본다.

 

아마도 한국사람만큼 티베트의 아픔을 이해하는 외국인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겪은 과거의 아픔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에...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티베트를 해방한다는 명분으로 중국은 이곳에 군대를 보내고 600만 명의 인구 중

200만 명이 죽임을 당했다.

1.000여 개의 사찰을 없어지고, 100만 명의 스님을 환속시켰다.

당시 인도 네루 수상의 도움으로 인도의 북부의 작은 도시 다람살라에 망명정부가 세워진 나라...

그리고 망명정부가 세워진 지 어언 50여 년... 

 

마치 캄보디아의 폴 포트가 농경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캄보디아 인구 600만 명 중

200만 명을 죽인 세기의 경악할 인간 도륙의 현장이 이곳에도 있었더란 말인가?

 

세상의 정의란 무엇일까?

독립이란 말은 폭동으로 매도되고, 해방이란 말은 침략이라는 말이던가?

누가 누구를 해방시킨다는 말인가?

그래...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단 말인가?

 

지금은 중국의 땅.

Kalpa의 세월 중 인간의 삶은 얼마나 될까?

브라흐마에게 하루의 시간은 길고도 긴 시간인데 지금은 잠시 중국의 땅 이리라....

 

힘의 의한 질서는 잠시뿐이고 진리에 의한 질서는 영원하리라.

광풍이 몰아치고 난 후 먼 훗날 비쉬누의 10번째 화신인 칼키가 나타나

혼란스러운 세상을 잠재우고 새로운 질서를 이 광야에 세우리라.

살아있는 부처인 달라이 라마가 다스리는 곳이니까....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티베탄은 아직도 아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티베탄은 그들의 조국이 없습니다.

과거에 중원의 당나라와 따리의 남조국과 더불어 강력한 세력을 이루었던 나라.

빼앗긴 들에는 정녕 봄이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