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에 꽃은 또 얼마나 떨어졌을까?

2010. 2. 22. 10:54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09

11월 8일 / 여행 12일째.

 

밤사이에 비바람 몰아치더니 꽃은 또 얼마나 떨어졌을까?

낯선 나그네는 밤새워 뒤척였는데 이제 겨우 희미한 여명이 밝아오는구나.

 

여행자는 구름에 달 가듯이 가야 하는데....

하늘을 바라본다.

새벽하늘에는 구름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달만 보이는구나.

하늘이 어쩜 이렇게 티 없이 맑을 수 있을까?

 

하늘을 바라본다.

달이 떴는지 해가 떴는지...

이곳은 "내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샹그릴라이니까...

그러나 내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프니 "네 마음대로 해와 달"이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른 아침에 꾸청으로 나가본다.

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어젯밤에는 저녁만 먹고 몸이 아파 그냥 숙소에 들어왔다.

객지에서 아프다는 것... 서럽다.

그러나 내게는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는 동행이 있어 아침에 다시 몸을 추슬러 일어난다.

전기장판이 있어 그나마 지난밤에는 푹 잔 것 같다.

이른 아침에는  꾸청 바닥을 청소하는 사람만 보인다. 

 

쓰팡지에를 찾아본다.

여기도 마찬가지...

꾸청 골목뿐 아니라 이곳에도 다니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직 문도 열지 않은 가게.

우리 눈에는 만국기처럼 보이는 타르초.

타르초는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파랑과 노랑, 불을 의미하는 빨강, 구름의 흰색 그리고 태양을 의미하는

초록색, 모두 다섯 가지 색으로 하고 그곳에 옴 마니 반메 훔 등 경전을 적어 놓은 것이란다.

 

타르초를 이곳에 걸어놓은 이유는 바람을 기다리기 위함일 게야...

비록 일곱 가지 무지개색은 아니더라도 다섯 가지 색의 타르초는 바람을 타고 세상 속으로 날아간다.

그래... 바람아~ 불어라. 타르초가 펄럭이도록.... 

 

그들은 이렇게 곳곳에 타르초를 걸어놓고 기원을 하고 있다.

무슨 염원을 그리도 하는 걸까?

이곳에 오는 길에서도 무수히 보아왔던 타르초...

 

경문을 적어놓아 바람에 휘날리며 온 세상으로 날아가 모든 중생이 해탈하라는 의미의 타르초....

바람이 많이 불어 더 멀리까지 갈 수 있고 닳아 없어질 때까지 온 세상에 퍼져라!~~

 

집의 형태조차 중국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문성공주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티베탄은 대부분 유목생활을 했기에 집을 짓지 않고 천막생활을 했다.

송찬간포는 중원의 아름다운 각시를 맞이하며 호기롭게 "임자! 짐이 그대를 위해 궁궐을 지어 줄까?

아니면 하늘의 별을 따다 줄까?"하고 물었다.

"폐하~ 장안은 황사와 안개로 늘 하늘을 볼 수 없나이다.

그러나 이곳은 매일 밤 아름다운 하늘을 가득 채운 별을 원도 한도 없이 보았나이다. 그러니 궁궐을..."   

 

그러고는 송찬간포는 함흥차사... 문성공주가 묻는다. "폐하! 어이 궁궐을 짓지 않으시나이까?"

"아~ 그거? 사실 궁궐 짓는 법을 모른다오~"

어찌할꼬 어찌할꼬~ 초원을 말달리며 전투라면 자신 있는데 집은 짓지 못한다네.

그래서 문성공주가 함께 온 목수에게 집을 지으라고 말하니 집이 뚝딱 지어진다.

이로써 이곳 토번에는 다시 중원의 주택양식이 자리 잡게 된다. 

 

어제저녁에 보았던 스투파....

이곳에도 타르초가 걸려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나 보다.

아무도 없는 길이 호젓하다고는 하나 이런 곳에는 그래도 오가는 사람이 있어야 꾸청의 맛이 나는 데...

 

역시 사람은 너무 한적해도 다니는 맛이 나지 않는가 보다.

오늘은 꾸청 바로 뒤에 있는 대불 사라는 절을 찾아본다.

그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마니차가 있는 곳이다.

 

대불사(大佛寺)로 올라가는 계단.

이곳에서 부처님의 말씀이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퍼지기를 기원한다.

 

언덕 위에 절... 그곳에는 대불사가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서는 구산공원이라는 현판을 앞에다 먼저 걸어 놓았다.

아직 샹그릴라 시내에는 해도 비치지 않는다.

"내 마음의 해와 달"이 정말 "네 마음대로 해~ 와 달"이다.

그러나 대불사 올라가는 패방 누각 위로 아직 퇴근 전인 달이 보인다.

 

공원의 언덕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몇 계단 올라가니 숨이 거칠어진다.

 

황금색으로 멋을 낸 문인데 굳게 닫혀 있다.

화려한 문양이다.

 

이제 희미하게 여명이 밝아온다.

낮게 드리운 안개가 샹그릴라 시내를 덮고 있다.

 

울 마눌님은 잘도 올라간다.

佳人은 어지럽고 숨이 차 빨리 올라갈 수 없었는데....

 

이게 고산증인가 보다.

울 마늘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데.... 왜 나만 그래~~

 

경문을 적어놓은 타르초...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가길 원하는 그들의 염원은 무엇일까? 

 

그래... 바람아 불어라~

가슴에 뭉쳐 있는 응어리를 모두 쓸어버려라.

그래... 바람아 불어라~

세상 끝까지 불어 온 세상으로 날려버려라.

 

구산 공원이라고 하는 야트막한 언덕 제일 위에는 대불사라는 절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세상에서 제일 크다는 마니차가 우뚝 솟아 있다.

 

이제 저 멀리 낮은 산이 가린 곳에는 아침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다.

 

이곳 대불사 옆에도 스투파가 있고 그곳에는 타르초와 룽다가 함께 있다.

룽다의 의미는 타르초와 같지만 모양이 줄에 매달아 두지 않고 장대에 달린 게 조금 다르다.

룽다란 풍마(風馬)라는 말로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말 갈퀴와 같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것이라 한다.

마치 달리는 말 갈퀴처럼 나무에 매달려 바람에 휘날리면 영락없는 그 모습이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타르초와 룽다.

분명히 우리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을 모시고 모든 중생이 바른길로 가기를 기원하는 모습은

세상 어디에나 모두 같습니다.

진정 바른길이란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