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치아오터우로

2010. 2. 17. 10:01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09

사마천의 사기에 보면 그동안 진나라에서 벼슬을 하며 견마지로를 다한 이사가 자신을 포함하여 다른 나라

출신의 사람들을 쫓아내려는 진시황에게 이런 말을 했단다.

태산불사토양 하해불택세류(泰山不辭土壤 河海不擇細流) 라고...

이 말은 "태산은 어느 흙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높은 것이고 큰 강과 바다는 작은 개울도 마다하지

않아 깊고 넓은 것이다."라는 의미란다.

 

그러니 "잘난 체하는 당신! 말이야~~ 혼자 잘해서 잘난 게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어 폼잡을 수 있어"

뭐 이런 말일 게다.

그 말을 들은 진시황은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 자기 칭찬하는 줄 알고 이사를 원위치시켜 주었단다.

 

그러면 태산이 그렇게 높아지고, 하해가 그토록 깊고 넓어지기 위해 태산과 하해가 한 일이 무엇인가?

그냥 자연의 힘이고 세월의 흐름에 가만히 있어 그렇게 된 일이 아니겠나?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태산은 정말 과대평가되었다.

높이가 겨우 1.500m 조금 넘는 산인데 예로부터 높은 산의 대명사가 되었다.

백두산이 들었으면 하품할 높이지만 이것은 마케팅의 힘이다.

 

3.900m의 협곡 아래서 두 설산을 바라보면 정말 웅장한 모습이다.

여기서 돌 하나 집어 협곡 위로 던져본다.

태산의 높이가 조금 높아졌겠지?

 

다시 물을 뿌려본다.

장강의 수위가 얼마나 높아졌을까?

 

다 부질없는 생각이고 쓸데없는 행동이다.

나는 그대로 나이고, 태산과 장강은 그대로 산이고 강일진대....

 

호랑이가 포수에게 쫓겨 계곡을 뛰어넘었다는  바로 그곳 상호도협....

중국의 호랑이는 워낙 무협소설을 많이 읽어 무공이 대단하다.

이 정도의 계곡을 뛰어넘을 정도면 하산을 해도 될 텐데... 왜 쫓겨 다니나?

 

아니다. 포수가 더 무공이 뛰어나서 그럴 것이다.

협곡을 흐르는 가운데에 후타오스(虎跳石)이 버티고 있다. 

 

후타오샤(虎跳峽)란 호랑이가 협곡을 깡충 뛰어 건너갔다는 말이란다.

위롱쉐산(玉龍雪山)과 하바쉐산(哈巴雪山) 사이를 장강의 한 줄기인 진샤지앙(金沙江)이 이곳을 흐르며

이곳에서 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깊은 협곡을 만들어 중국 호랑이에게 무공을 연마하게 한 모양이다.

 

이제 상호도협으로 내려가는 주차장이 있는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그 터널 옆으로 예전 마방들이 다니던 길이 아직 남아있다.

 

터널 속은 아직 자연석 그대로....

 

터널 안에는 가마 주차장....

중국은 조금만 계단이 있어도 이런 가마 꾼들이 영업을 한다.

이런 걸 타고 오르내리면 부티가 나서 그럴까?  

 

호랑이 몰러 나간다~~ 제비 몰러 나간다~~ 이제 호랑이를 찾아보자.

반대편은 리지앙의 구역이고 이쪽은 샹그릴라 지역이다.

드디어 호랑이를 찾았다. 그런데 너무 작다.

숨은 그림 찾기다.       여러분도 찾아보세요.

 

어디 가까이 불러 볼까요?

너무 멀어 사진이 흐리지만 역시 호랑이가 암벽 중간에 조각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야크인가? 물소인가?

 

그냥 호랑이라고 생각하자.

예전 초창기에 만들어 놓은 호도협의 상징인 호랑이를 살펴보면 호랑이를 만들려고 하다 고양이로 만들어

놓은 것도 있다.

헐~~ 이래 가지고야 어디 협곡이나 뛰어넘겠는가?

너! 호랑이가 아니고 개지? 그럼 호도협이 아니고 犬跳峽이라고 해야 하는디.....

꼭 일하기 싫은 석공 보고 호랑이 만들라고 하면 개를 만든다. 꼬리는 왜 저렇게 뒤로 뺏을까?

꽁지 빠져라 하며 도망가는 개의 모습이다.

호랑이가 호랑이다워야 호랑이지, 호랑이가 호랑이답지 못하면 호랑이가 아니고 개다.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후타오샤의 호랑이라고 하겠지....

 

이곳은 주차장이 좁아 많은 버스로 혼잡하다.

지금은 건기라 협곡을 흐르는 물의 양도 적고 물 색깔도 깨끗한 편이다.

여기까지 잔잔히 흘러오던 진샤지앙이 처음 이곳에서 좁은 협곡을 만나며 급격한 아우성과 소용돌이를 치고

꿈틀대고 지지고 볶으며 서로 머리를 들이대며 흘러가는 곳... 바로 상호도협이다. 

  

상호도협으로 내려가는 길.

이곳은 호도협 문표가 있으면 무료로 내려가 볼 수 있다.

반대로 터널을 빠져 들어온 우리에게 끈질기게 문표를 보여달라고  따라다닌다.

젠장~~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고 해도 보여달란다.

 

마침 사흘 전 들어올 때 받아놓은 문표를 버리지 않았기에 보여주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위에서만 10여 분간 바라보았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아직도 8km나 남았기에....

 

이제 다시 치아오터우로 향하여 길을 재촉한다.

암벽을 깎아 길을 만들어 놓은 위험천만한 길...

 

협곡 건너편에는 옛 마방의 차마고도가 아직 남아있다.

굽이굽이 돌아 올라가는 길....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위로는 옛 마방의 길이고 아랫길은 리지앙에서 관리하는 관광객들이 주차장에서 걸어서 들어오는 길이다.

 

옛길을 가만히 보면 길을 내기 어려운 암벽이나 산 위에서 계곡물이 흐르는 곳은 살짝 동굴을 만들어

통과하였음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티나에서 준비해온 치킨 샌드위치....

크기가 피자 한 판 크기다.

길가에 판자로 만든 빈집이 있기에 들어가 의자에 앉아 다른 비상식량과 함께 요기를 한다. 

 

간식을 먹은 후 계속 걷는다.

이제 오후 1시가 되어간다.

종착역에 가까이 다가오니 힘이 솟는다.

양팔 벌려 기분 전환도 하고....

 

티나에서 출발한 지 5시간 30분... 그리고 상호도협에서 2시간 20분이 지났다.

후타오샤 풍경구를 관리하는 사무실 앞에는 이런 호랑이가 조각상으로 남아있다.

그래... 호랑이가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3일 전 트레킹을 시작하기 위해 출발한 오르막 입구에 있는 194km 거리 표지석....

여기까지 티나에서 19km... 아직 입구까지는 1km가 남았기에 정확히 20km의 후타오샤 Low road를 우리

부부는 5시간 30분 만에 중간마다 간식도 먹고 물도 마시며 그리고 쉬어가면서 완주를 했다. 

그러나 완주증이 없다. 다만 바보 같은 일이지만 우리 마음에 담았고 사진으로만 남았다.

 

여행이란 떠나기 위해 가는 게 아니고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이제 리지앙에서 샹그릴라로 가는 국도로 나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앞에 미니버스가 서 있는 장소가 바로 후타오샤로 들어가는 문표를 파는 곳이다.

 

위 사진을 찍은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보면 바로 다리가 보이고 다리를 건너가면 리지앙에서

샹그릴라를 다니는 버스를 타고 내리는 곳이다.

 

다리를 건너면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앞에 버스가 서 있는 곳이 샹그릴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이다.

정류장도 따로 없고 버스표를 사는 것도 아니고 리지앙에서 샹그릴라로 가는 버스가 이곳을 지나는데 눈치껏

손을 들면 세워서 태운다.

 

오랜 시간 걸었기에 새콤달콤한 귤을 산다.

그런데 1개 2위안.... 다른 곳에서는 1kg에 2위안인데....

그래서 두 개만 사서 먹는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캐나다에서 온 커플이 레이더에 잡힌다.

또 버스 타기 전까지 함께 놀아줄 심심풀이가 걸려들었다.

 

여자는 우리나라 부산 다대포에서 1년간 학원 영어 선생을 했고 남자는 원주에서 일하여 모은 돈으로

지금 3개월째 중국을 여행 중이란다.

치악산이며 해운대며 태종대며.... 젠장~ 저들이 더 반가워 우리 부부와 수다를 떤다.

카메라를 보더니 사진도 찍어 달란다. 혹시 부산 다대포에 사는 학생들~ 캐나다 여선생을 아세요? 

그럼 우리가 저들에게 걸려든 게야? 그런 게야?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이 낸 학원비로 월급을 받아 왜 중국을 돌아다니며 돈을 쓰는 게야?

그런데 한국에서 영어선생을 하며 돈을 벌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단다.

중국 여행을 하기 위하여 한국에서 돈을 벌면 된다고 캐나다 친구들은 모두 알고 있단다. 

 

다음 행선지가 우리와 같은 샹그릴라로 간단다.

그래서 함께 뭉쳐 샹그릴라로 가기로 했다.

 

이제 우리는 "내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샹그릴라로 갑니다.

우리 부부가 20km를 걸은 이유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걸어 다닐 때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보고 20km의 먼 길을 걸어보면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살아가는 도중에 가끔 이렇게 숨을 쉰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감사함을 알며 살아야 합니다.

 

이제 병마를 툴툴 털고 다시 살아난 마눌님이 원해서 찍소리도 못하고 佳人은 함께 걸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부부란 때로는 상대가 원할 때 하기 싫어도 내색을 하지 않고 흔쾌히 따라 주기도 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두 사람은 따로따로가 아니고 하나의 영혼으로 동행을 하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에게는 후타오샤 완주증이 없습니다.

바보 같은 일이지만 Low road라는 길도 걸었습니다. 

비록 엉뚱하고 잘못된 일처럼 생각되지만 동행이 있어 즐겁게 걸었습니다.

세상을 사는 도중 즐겁게 살 수 있다면 그게 행복입니다.

세상을 살며 이런 멋진 경험을 하여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