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사 이야기 2 - 포사렐라의 꿈

2009. 9. 21. 00:23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유왕 궁열에게 바른말을 했다고 잡혀간 후 3년의 세월이 흘러도 포향은 풀려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포향의 아들인 포홍덕은 매희나 달기의 이야기를 읽고 '나도 한 번

미인계를 써서 아버지를 살려볼까?'라는 생각에 이르자 직접 시골로 순행을 떠납니다.

 

아비는 왕에게 미색에 빠지지 말기를 간언 했다가 왕에게 미움을 받아 옥에 갇혔는데

아들은 아비를 살리기 위해 오히려 미인계를 동원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게 정답인지 佳人도 잘 모르겠습니다.

 

 

군주가 순행을 한다 함은 민심을 살피기 위한 일종의 민정시찰인데 포홍덕은 목적이 다릅니다.

한 마디로 예쁜 여자를 물색하기 위한 방편으로 순행을 떠난게지요.

 

어느 날 한 마을을 지나는데 포홍덕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사건이 생깁니다.

열여섯 꽃다운 시골 여자를 우연히 보게 됩니다.

열여섯이랍니다.

중국 4대 미인 중 하나인 초선이도 열 하고도 여섯에 데뷔를 했지요?

이는 분명히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이렇게 미성년자를 성인 무대에 등장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냥 시골에 살며 전혀 꾸미지 않아 밭일이나 하고 빨래나 하는 평범한 소녀였지만,

포홍덕의 눈에는 평범한 가운데 비범함을 찾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는 의미입니다.

이게 바로 뛰어난 스카우터의 촉이라는 말이지요.

포홍덕의 예리한 눈이 중국 역사의 큰 획을 긋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군요.

 

 

소녀는 시골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었기에 비록 꾸미지 않았지만,

수줍음 속에 언뜻 비치는 자태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진흙 속의 진주이지요.

이 여인이 바로 훗날 많은 제후국을 거느린 서주의 멸망에 깊이 간여한 포사라는 여인입니다.

 

포사는 후대에 미색을 밝히는 제왕들에게 신하가 늘 언급하는 말희, 달기와 함께

단골로 오르내리는 여자지만, 포사가 무슨 죄입니까?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이렇게 그냥 평범하게 살다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런 평범한 여인이었는데...

 

스스로 자기가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여 만든 일도 아니고 단지 홍덕이 감옥에 갇힌

제 애비 살리겠다고 자신을 이용하여 궁에 들어갔을 뿐이고 궁중 암투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욕은 혼자 다 먹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상 사는 게 시큰둥하여 잘 웃지 않았을 뿐인데...

 

 

위의 사진은 한중에 가서 포사 잔도를 찾았을 때 포사의 석상을 찍은 사진입니다.

그때 포사가 제게 말하더이다.

자기는 역사의 희생자였다고요.

물론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그녀는 그런 위치를 최대한 이용하여

자신의 꿈을 하나하나씩 이루어 갑니다.

 

그 길로 바로 집에 돌아온 홍덕은 어머니께 그 여자를 이용하여 아버지를 구하겠다고

말하니 어머니야 자기 서방님을 구하기 위해 아들이 미인계를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아들이 아버지에게 새로운 여자를 하나 더 데려온다면 결사반대하겠지만요.

 

 

이튿날 막대한 재물을 앞세워 그 처녀 집에 가 여자를 데려와 이름을 포사로 바꾸고

온갖 맛난 음식과 좋은 비단옷에 매일 나폴레옹도 목욕했다고 하는 쾰른의 물이라는

오 드 콜로뉴(Eau de Cologne)와 장미향 향수를 섞어 푼 물에 목욕을 시키며

피부관리에 들어갑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예전에 궁에서 지냈던 노부인을 초빙해

궁중 예법까지 모두 가르치니...

 

흙속의 진주란 흙만 깨끗하게 닦아낸다고 빛을 발한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 진흙 속의 진주는 흙만 털어서는 안 되고 광을 내어야만 제대로 진주다운 진주가 되지요.

완벽이란 바로 포사처럼 결점이 하나도 없는 상태를 말함이지요.

이 바닥 전문 용어로는 물건이라고 합니다만....

 

포사라는 여인이 지금까지 유왕 궁열에게 보내진 수많은 여인과는

완연히 다른 여인으로 태어나는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다른 점입니다.

지금까지 유왕의 신하들은 그냥 뽑기 하 듯 반반하게만 생겼다면 아무 여자나 선발해

궁에 들여보냈지만, 포홍덕은 돈과 시간을 투자를 해 고부가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겁니다.

젖소를 길런 우유를 짜 치즈를 만들어 파는 것보다 그 치즈를 사다가

예쁘게 장식해 파는 사람이 돈을 더 버는 이치입니다.

 

여기에다 차별화된 마케팅의 일환으로 궁중 예절과 말투며 표정까지 교육을 시키니

과연 이런 교양이 철철 넘치고 우아한 미인은 세상에 다시는 없는

완벽한 모습으로 변화가 됩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지만 여자는 꾸미고 가꾸기 나름입니다.

당시에 여자에게는 교육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을 시기였잖아요.

 

 

당시의 여자들은 별도로 교육을 받는 경우가 드물어 미색은 타고나지만 행동이나

말투며 지식은 별로 뛰어난 사람이 없었던 시대라 그야말로 군계일학입니다.

눈에 확 뜨이니까 군계일 화아아아악~ 이라고 바꾸겠습니다.

 

또 제대로 된 궁중 예절이나 이런 것은 꿈도 꾸지 않았을 테니까요.

같은 얼굴이라도 가꾸면 달라지고 피부도 관리하면 달라지듯이 포사의

기본 미모에 이런 후보정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포사는 미모와 교양에 있어서는

천하무적 킹왕짱이 되는 겁니다.

 

시골의 처녀들은 대체로 순진한 편이나 포사는 어려서부터 타고 난 끼가 있어 남달랐고

포사는 특히 남녀관계에 일찍 눈을 떴으며 항상 화려한 미래를 꿈꾸고 살아왔기에

이런 교육은 호랑이에게 100기 통 엔진이 달린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어

하루가 다르게 요염한 여인으로 변모되어 갔습니다.

 

 

교육이란 하기 싫은 사람에게 아무리 시켜도 효과가 없지만 원하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배가 됩니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늘 자식에 대해 교육문제를 제 1로 삼지요.

그러다 보니 늘 하는 말...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성적은 영~~~"

 

한 마디로 포사는 신데렐라...

아니?

포사렐라의 꿈을 꾸고 있었던 여인입니다.

 

그러니 홍덕에게는 이 여자를 교육시켜 유왕에게 바쳐 감옥에 갇혀있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전략과 그의 어머니의 노력에 시골 처녀인 포사가 오래전부터 꿈꾸었던

화려한 신데렐라의 꿈을 꾸며 신분상승을 노리는 전략이 서로 기가 막히게 맞아 들었던 겁니다.

 

거래란 바로 이렇게 포홍덕과 포사 그리고 유왕 궁열간에 서로 필요한 것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면 단칼에 끝납니다.

이렇게 서로서로가 필요에 따라 의기투합하면 효과는 가늠하기 어려운 폭발력을 지니게 되지요.

아래 사진에 보이는 병사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띠고 있잖아요.

 

 

유왕은 원래 호랑이 등에 곰의 허리를 갖고 태어났기에 정력이 무한하고 용마의 정기를

타고나 그와 하룻밤을 보낸 여인들은 그다음 날이면 온통 눈물범벅이 되고 온갖 변태적인

행동에 치를 떨며 다시는 가까이 하기를 원치 않았고 또 유왕 자신도 그런 여인들의 반응에

시큰둥해져 다음에는 다시 부르지 않았답니다.

 

그러니 궁에 아무리 많은 여인이 있으면 뭐합니까?

그래서 조달청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여자를 확보하기 위하여

특별 추가경정예산을 물쓰듯합니다.

여자 때문에 나라 살림이 파탄이 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도 유왕의 마음에 드는 그런 여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포사를 완벽한 상태로 리모델링하고 포장까지 완벽하게 바꾼 후 어느 날 홍덕은 포사를

데리고 아부의 달인 괵석보를 만나 신상품에 대한 설명회를 갖자 괵석보는 보자마자

금세 눈이 휘둥그레 집니다.

오랜만에 유왕에게 칭찬받을 수 있는 대단한 미인이 나타났는 데 왜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유왕이 자주 "야! 석보야 뭐 좀 신선하고 참신한 것 없냐? 지금 아이들만

보면 식상하고 졸리기만 하구나~" 하며 지금의 궁녀들에게 싫증을 내고 따분한 생각을

갖고 있던 참에 바로 귓속말로 "폐하! 새로 나온 신상을 한 번 보시렵니까?" 하고 소곤거립니다.

 

유왕은 금방 입이 헤벌레 하여 위의 사진에서 보 듯 한창 진행 중인 가무를 즉시 "스톱!" 하고

바로 신상품인 포사를 들이라 합니다.

유왕은 늘 여자라면 중대한 국사를 보는 도중에도 "내일 다시 하지?" 하며 미루는 판인데요.

유왕 궁열은 전장에서 날아오는 적의 화살 한 촉은 무서워해도 수천 명의 여자가 한꺼번에

품 안으로 달려드는 것은 절대로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사내입니다.

 

 

잠시 후 포사가 잠자리 날개와 같은 옷을 입고 유왕에게 나풀거리며 들어오는데,

그 모습이 마치 스케이트를 신고 양 손을 쫘악 벌리고 빙판을 미끄러져 들어오는 듯 우아한

모습이 연출이 되고 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포사에게 눈길이 쏠립니다.

 

여기저기서 침 삼키는 소리만 들립니다.

지금 위의 사진 속에 보이는 장면이 바로 포사가 처음으로 궁전에 들어와

유왕에게 절을 하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두 사람의 만남이 바로 새로운 역사의 순간이 되고 만 겁니다.

 

원래 명품은 선전을 하지 않아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말입니다.

포사는 유왕 앞에 무릎을 꿇고 "오늘 소녀 천하의 영웅이신 폐하를 뵙게 되어 영광이옵나이다."

라며 아주 교양이 있게 인사를 올리니 그 목소리가 은쟁반에 옥구슬을

굴리는 듯 간드러지게 말합니다.

대전에 있던 모든 사람이 포사의 목소리에 그만 넋을 잃고 바라만 봅니다.

 

 

유왕은 자신의 눈을 의심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포사를 보는 순간 갑자기 유왕은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하늘에서 방금 내려온 선녀인가 싶기도 하고 살짝 가린 얼굴은 유왕의 애간장을

오뉴월 아이스크림 녹듯 살살 녹게 만들어 유왕의 가슴은 홍두깨로 방망이질 하 듯

금방 숨이 멈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미녀를 섭렵해 온 유왕 궁열이지만, 태어나 이런 기분이 든 것이 처음입니다.

게다가 포사에게서 향긋한 장미향까지 풍기니 마치 장미의 화원 안에 들어온 환상적인

기분마저 드는데 적어도 세상에 여자에 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유왕 궁열이지만,

난생처음 느껴보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세상의 미인이라고 소문난 여자들을 대부분 섭렵을 했지만 포사는 달랐습니다.

벌써 첫 미팅에서 궁열은 물론, 대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으니까요.

궁열은 지금까지 참 바보 같은 삶을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또 무슨 이유일까요?

이렇게 유왕 궁열의 삶은 포사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주위에 사람만 없었다면 벌써 그녀를 와락 품에 껴안고 "Be the one!"을 외쳤을 겁니다.

그래도 꼴에 왕이랍시고 우선은 가만히 눈과 코로만 음미를 합니다.

그 느낌이 벌 나비가 모여드는 장미가 만개한 화원 안에 들어온 기분이고

포사에게서 풍기는 향과 미모에 유왕은 그만 정신마저 혼미해집니다.

 

포홍덕이 1년여를 공들여 탄생시킨 비장의 카드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그랬습니다.

유왕 궁열은 포사를 만난 이 순간부터 또 하나의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이지요.

 

내일은 궁열과 포사 사이에 있었던 일을 문틈 사이로 들여다볼까요?

너무 자세하게 보면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