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사 이야기 1 - 궁열불사미녀(宮涅不辭美女)

2009. 9. 19. 00:2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미인계라 함은 통상적으로 남자가 여자의 아름다움을 이용하여 정략적으로 다른 남자를 공략하여 이득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용당한 여자가 오히려 자신의 아름다움을 무기로 하여 자신을 이용한 사람과는 별개로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을 얻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누가 누구를 이용했는지 사실은 어리둥절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미인계에 이용을 당했으나 오히려 그런 조건을 이용하여 세상을 가슴에 품으려고 한 포사라는

여인에 관한 이야기를 오늘부터 며칠간 해볼까 합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원전과는 달리 요즈음 여행을 떠나지 못해 자동적으로 방구석에 들어앉아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의 전문가가 된 佳人이 혼자만의 생각으로 비틀어가며 각색하여 올리려고 합니다.

따라서 개인적인 감정이 편파적으로 들어있기에 호환마마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2.700여 년 전인 중국 서주(西周)의 12대 왕인 유(幽) 왕의 이야기로

그의 이름은 궁열(宮涅)(재위: 기원전 781년 ~ 기원전 771년)이라고 한답니다.

서주라고 부르는 나라는 우리가 아는 중국에서는 신화가 아닌 실제 나라라고 하는 하, 은 주나라로 이어지는

세 번째 나라인 주나라입니다.

 

주나라는 유왕을 마지막으로 사라지지만, 그의 아들이 호경에서 뤄양으로 도읍을 옮기며 계속되었기에

두 세력을 구분하기 위해 서주와 동주로 편의상 나누어 부르기 위한 이름입니다.

따라서 유왕 궁열은 서주의 마지막 왕이 된 셈이네요.

 

중국의 시작은 하, 은, 주로 이어진다고 하지요.

물론, 그 이전의 나라는 그냥 신화 속의 나라라고 보고 있는 듯합니다.

사실 하나라도 아직은 어느 지역에 있었는지 유물조차 없기에 신화 속의 나라나 마찬가지죠.

그러나 전설에는 하나라는 말희라는 여인에 빠져 나라가 상나라로 넘어갔다고 하더군요.

 

그 후 생긴 상(은) 나라가 달기라는 여인으로 어지러울 때 당시 군주국이었던 상나라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나라가 바로 제후국 주나라로 그런 이유로 주나라가 군주국이 되어 중원의 패자로의 역할을 했던 나라죠.

너무나 아름다워 나라까지 사라지게 했기에 이런 여인들을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고 하지요.

오늘 이야기는  말희, 달기로 이어지는 경국지색의 계보에서 같은 등급으로 업그레이드된

포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부터 이야기할 나라는 달기와의 이상한 놀이에 빠져 사라진 은나라를 이어 중원의 주인행세를 했던 주나라가

또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나 하는 것을 구경하려고 합니다.

먼저 달기 이야기부터 해야 순서이나 달기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하기로 하고 오늘은 포사부터 먼저

이야기하렵니다.

 

주나라 유왕 궁열 또한 너무나도 미색을 탐하여 결국 나라가 멸망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이렇게 중국의 많은 나라는 여인에 의해 나라가 사라지는 공통점이 있네요.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했는데 나라까지도 여자하기 나름이군요.

 

서주의 마지막 왕인 궁열이 청운의 푸른 꿈을 품고 왕위에 오르자 괵석보라는 신하가 유왕에게 말합니다.

"선왕께서 40년을 넘게 재위에 계시는 바람에 궁중의 시녀들이 모두 나이가 많고 팍삭 늙었습니다.

성경에 이르기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습니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무엇보다 급선무는 민가에서 아름답고 젊은 여인들을 뽑아 허가나 견제가 심한 재건축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게 허가가 나는 리모델링을 통하여 궁궐을 새롭고 아름답게 장식하여

새집처럼 인테리어를 하시는게 좋을 듯합니다."

 

워낙 미색을 탐하는 왕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당연히 괵석보는 귀여움을 받습니다.

참말로 마음에 드는 말만 골라서 합니다.

괵석보의 기쁨 주고 칭찬받는 순간입니다.

괵석보는 이미 어떻게 처신을 해야 자신이 해피하게 살 수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에게 또 다른 신하가 간언을 합니다.

물론 미움받는 신하겠지요?

"폐하! 얼마 전에 우리나라의 발상지인 기산에 큰 지진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백성들은 집을 잃고 죽거나

다친 사람의 숫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데 어찌 미인부터 먼저 찾으시려고 하십니까?

우선 하셔야 할 일이 민심부터 추스르고 민생이 안정된 후에 하셔도 늦지 않으실 겁니다."

 

왕따는 이렇게 시작되겠지요?

물론 바른말 입니다만 누가 유왕의 마음에 들까요?

여러분들이라면 당연히 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시겠지만 저라면 괵석보가 마음에 듭니다.

미인이라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마음이 들잖아요.

 

유왕이 말합니다.

"천재지변은 보험사에서도 보상이 되지 않는다는데 짐인들 어찌하겠소? 오히려 이때 전국을 다니며

떠돌아다니며 힘들게 사는 유민들 중 미인을 차출하는 게 적당한 시기가 아니겠소?

그러면 코로나로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생활지원금을 나누어 주기보다는 그녀들은 생활이 안정되고 짐은 해피하고...

그런 게 바로 민초들을 보살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오."

사실 맞는 말입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재산손실은 보험회사에서도 배상을 하지 않습니다.

 

유왕은 이렇게 미인들에 대한 욕심으로 정사는 내팽게 치고 열심히 불쌍한 여자들을 불러들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세상 여자들을 가리지 않고 모두 궁에 불러들이고 싶겠지요?

아마도 유왕은 정사라는 의미를 나라를 다스리는 일과 같은 말이라고 오해를 했을까요?

 

사마천의 사기에 보면 이사가 했다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태산불사토양 하해불택세류(泰山不辭土壤 河海不擇細流)

"태산은 어느 흙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높은 것이고 큰 강과 바다는 작은 개울도 마다하지 않아

깊고 넓은 것이다"라는 의미랍니다.

 

그러면 그 말을 유왕인 궁열에게 대입해 보면 궁열불사미녀(宮涅不辭美女)라고 해야 하나요?

아마도 유왕 궁열은 세상 모든 여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애첩으로 만들고 싶었기에 후세에 호색한으로

이름을 남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중 제후국 군주 가운데 한 사람인 포성(褒城)에 사는 포향이라는 사람이 용기를 내어

"그리 하시면 아니되옵니다."라는 간언을 하다가 그만 감옥에 갇혀버리니

그 후로는 어느 누구도 그런 말을 입에 올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포향이 그리될 줄 알았습니다.

 

그렇다고 바른말을 한 사람을 감옥에 가둘 것까지는 없었을 텐데 유왕이 너무 심하게 처신을 했군요.

그러나 유왕의 입장에서는 단호한 처벌만이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여자를 불러들이는 문제가 잠잠해

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강하게 대처하려고 그리 했습니다.

 

만약 "됐네.. 이 사람들아.

그 일은 짐이 알아서 할 문제이니 더 이상 거론하지 마시게나~"라고 했다면

하루에도 여러 번 이런 간언이 계속 올라올 게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게 더 골치 아픈 일이기에 이렇게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더는 그런 이야기를 건의하는 신하가 없는 겁니다.

이제부터 호색한이라고 소문난 유왕 궁열의 전성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다음에 계속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