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4. 00:17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어제 이야기는 동탁이 여포의 창을 맞고 자빠지는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동탁이 이렇게 쉽게 자빠질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동안 천하를 호령하며 공중전은 빼고 산전수전 다 겪은 역전의 용사인데...
물론, 여포의 적수는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근근이 10분 이상은
버틸 수 있는 무장 출신이잖아요.
이렇데 쉽게 무너지 이유는 바로 어젯밤의 일 때문입니다.
오늘 황제 자리를 물려받는다는 전언을 받고 기쁜 나머지 어젯밤에
초선이와 조금이 아니라 많이 무리했지요.
그래도 전장을 누비며 만든 몸으로 버텨볼 수도 있었건만...
너무나도 과한 애정행각으로 동탁은 초라하게 통나무 자빠지듯 앞으로 쓰러지고 맙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오버페이스는 금물입니다.
자기 체력을 스스로 알고 행동해야 합니다.
젊은 에이스 투수라도 5일에 한 번 마운드에 올라야 제 실력이 나옵니다.
주위에는 동탁의 몸에서 피가 솟구치며 마치 분수처럼 사방으로 뿌려댑니다.
지금까지 황제는 물론 천하를 쥐락펴락했던 동탁이 아닌가요??
허망합니다.
동탁의 인생이 이렇게 허망하게 가다니요.
그래서 제가 세상을 떠나려는 동탁을 향해 바이 바이를 해 주었습니다.
동탁을 호위하던 병사들이 여포를 둘러싸자 천하의 영웅이라는 여포가
고스톱만 잘해서 여포입니까?
순식간에 그들의 목이 하늘로 솟아 오르고 땅으로 맥없이 떨어지고 좌우로 날아다닙니다.
그리고 이미 주군인 동탁이 큰 大자로 바닥에 뻗어버렸는데
그의 수하들이 무슨 의욕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상대는 바로 천하의 여포 아닌가요?
물론 동탁의 책사라는 이유도 그곳에 동탁과 함께 온 이유 때문에
미늘창을 받고 죽어버렸습니다.
공연히 절영의 연회인지 뭔지 아는 체 하다가 그만 죽어 자빠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왜 며칠 전 찾아와 태사가 초선을 여포에게 시집보낸다고 헛소리해 여포가
김칫국부터 마시게 했답니까?
김칫국의 맛이 바로 당일엔 들어메치기였고 오늘은 사망입니다.
여포의 멋들어진 칼춤에 주위에 사람들은 먼저 도망가기 바쁘지
저 외에는 더 이상 구경꾼도 없습니다.
아니... 저 멀리 왕궁 출입문 위에서 사도 왕윤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동탁의 최후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상은 피비린내 나는 살벌한 현장에서 佳人이 라이브로 중계방송을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佳人이 이런 멋진 장면을 연출한 왕윤을 향해 팔을 뻗어
엄지를 척 하고 올려주었습니다.
세상을 손아귀에 넣고 황제를 호령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동탁은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최근에는 동탁 스스로가 황제가 되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이제 날자만 저울질하며 지냈는데.....
그리고 초선이를 황후로 삼아 두 사람의 취임식을 멋지게 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나폴레옹은 불가능이란 소심한 자의 환상이고 비겁한 사람의 도피처라고 했습니다.
사실 나폴레옹도 그런 말을 하고는 부끄럽다고 합니다.
자신도 꿈을 이루지 못하고 엘바섬에 귀양을 갔다가 탈출하여 100일 천하를 누리다가
다시 세인트 헬레나 섬으로 다시 귀양을 가 그곳에서 쓸쓸하게 죽었으니까요.
동탁은 황제라는 불가능한 자리에 도전을 했고 황제의 환상을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순리에 어긋난 탐욕은 이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들이마신 숨은 언젠가는 내뱉어야 합니다.
두 번 들이 마시고 한 번만 뱉고도 살아갈 수 없는 게 인간입니다.
돈, 명예, 권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은 동탁의 시신은 그저 죽은 고깃덩어리에 불과합니다.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고 눈을 서서히 감으며
동탁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닙니다.
그날은 다른 날보다 더 안개가 심하게 끼어 푸른 하늘이 보이지도 않았으며 더군다나
여포의 미늘창을 맞고 죽을 때 뒤로 자빠진게 아니고 앞으로 꼬꾸라졌습니다.
그러니 하늘을 절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며 "인생은 한바탕 멋진 일장춘몽이로구나!
초선아~ 내 먼저 간다..."라고 했을 겁니다.
죽는 순간에도 초선을 그리다니...
역시 동탁은 인류 최초의 로맨티스트인가요?
동탁을 제거한 여포는 황군을 이끌고 밖에 대기하던 동탁의 군대를
바람처럼 휩쓸어 버립니다.
그 모습이 바로 예초기가 쓸고 지나간 바로 그런 모습이었지요.
그 여세를 몰아 미오성으로 들이닥치니 이미 그곳을 지키던 병사들은
벌써 동탁이 죽었다는 뉴스속보를 접하고 살길을 찾아 투항하고
우왕좌왕하는 오합지졸이 되어버렸습니다.
여포는 미오성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초선이부터 찾습니다.
그리고 격정적이고 뜨겁게 포옹을 합니다.
이제 격렬하게 포옹 하는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초선! Long time No see~ 이제 우리의 사랑은 시작이오.
이제 동탁은 죽었소.
바로 내가 정의의 이름으로 동탁을 베어버렸소."
얼마만입니까?
여포의 입에서 정의의 이름으로 동탁을 베어버렸다고 유식한 말이 준비한 듯 튀어나왔으니....
그 말은 사실 어제 왕윤이 알려준 말로 디게 멋있게 들려 초선을 만나면
꼭 이렇게 말하려고 메모로 남겼다가 밤새 외우느라고 혼났잖아요.
"태사 어른이 죽었다는 말씀이 사실이 오니까?"
초선의 눈에 두 줄기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모습을 본 여포는
초선이 자기와의 사랑을 생각하고 흘리는 눈물이라고 확신하며
"초선! 그대도 기뻐서 그러는 게요?
그깟 일로 눈물까지 흘리다니..
이제부터 내가 그대를 늘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할 참이오."라고 달랩니다.
모든 남자가 결혼 전 신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러나 눈물은 같은 눈물인데 감동의 눈물이 아닌 화딱지 나는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여포는 수하에게 명합니다.
"나는 이곳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니 초선 아씨를
조금도 예의에 어긋남 없이 모셔라!"
그러나 초선이 흘린 눈물의 의미는 저와 여러분은 알고 있습니다.
저녁나절...
미오성을 모두 정리하고 여포는 적토마를 타고 단숨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오늘따라 적토마가 액셀레이터를 밟는 대로 쭉쭉 나갑니다.
역시 적토마는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적토마가 여포를 만난 후 처음으로 제 성능을 발휘했습니다.
정말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여포의 머리는 초선과의 사랑 만들기 생각에 흥분을 감출 수 없습니다.
며칠 동안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격렬하게 아무일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별로 한 일도 없지만, 정말 아무일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직 초선이만 생각하고 싶습니다.
단숨에 날다시피 집에 돌아온 여포는 초선이부터 찾습니다.
"초선씨~ 당신의 여보인 여포가 돌아왔오.
그대의 영원한 사랑 여보가 말이오.
어디에 있기에 나를 반기지 않고 숨어 있단 말이오~
숨바꼭질이라도 하고 싶으신 게요? 깍꿍~"
이윽고 방에 들어온 여포는...
이게 무슨 변고란 말입니까?
침상에 가지런한 자세로 초선이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고...
그녀의 가슴에는 비수 한 자루가 꽂혀있습니다.
"초선 아씨~ Why! 이제부터 나와의 사랑이 시작되는데
왜 어찌하여 죽음을 택했단 말이오.
아~ 하늘이시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안기십니까? 왜 왜!!!!"
죽은 초선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머리빡 나쁜 여포는 그 미소의 의미를 모르고 있습니다.
가섭이나 불러와 물어보면 알 수 있을까요?
바쁜 가섭이 부르지 맙시다.
여러분과 저는 압니다.
그 미소가 무얼 말하는지...
그러면 되었지 뭣이 더 필요하겠어요.
여자의 몸으로 큰일을 했으며 자기를 친딸처럼 보살펴준 왕대인을 위해
또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만족스러운 미소입니다.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여포도 아니고 영감탱이 동탁과의 부귀영화도 아닙니다.
자기를 인간답게 살게 해 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사랑한 것입니다.
사지기자사 여열기자용(士知己者死 女悅己者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해 아름답게 꾸민다고 합니다.
오잉?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면,
그러면 초선은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
분명히 사랑하지도 않는 여포와 동탁을 위해 곱게 몸을 꾸몄으며 자기를 친딸처럼
보살펴 준 왕윤을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러면 중국 4대 미녀라는 초선은 혹시 남자? 양성?
부모도 모른 채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꽃제비와 같은 생활을 했던
어린 시절의 초선이 아니겠어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물로 배를 채우면 지낸 날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 초선을 우연히 보고는 측은지심이 발동해 그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지금까지 길러준 사람이 왕윤이 아닌가요?
초선은 자신을 처음으로 인갑답게 대우하고 보살펴준 사람입니다.
맛난 음식... 그리고 따뜻한 잠자리...
그런 사람을 위해 초선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보답한 것입니다.
그러면 오늘 이렇게 된 사연을 내일 거슬러 올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은 감독판으로 리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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