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이야기 9 - 새날이 밝았다.

2009. 9. 10. 00:1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고양이는 비록 아름다운 여왕이 되었더라도 결코 쥐 잡는 일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초선은 지금 동탁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지만 결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초선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입에 오래도록 오르내리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이죠.

 

그러나 이번 거사에 최대의 위기가 닥쳐온 것을 초선은 압니다.

이제 더 강한 전략에 착수해야 합니다.

여포에 보낸다는 이야기를 들은 초선은 동탁에게 나아가 무릎을 꿇고 엎드려 울면서 말합니다.

"이제 제가 싫어진건가요?

여포가 저 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씀이시지요?

저를 짐승 같은 여포에게 시집보낸다고 하셨습니까?

지금까지 저를 사랑하신다는 말은 남아일언 풍선껌이었습니까?"

 

그리고 한 걸음 더 전진해 충격요법을 강행합니다. 

"태사님! 차라리 저를 죽여주십시오.

만약 저로 인해 부자지간에 정이라도 끊어진다면 그것은 태사님이나 여포 장군이나 저나

모두 바라는 일이 아니옵니다.

그러니 차라리 저를....."

하며 태사의 품으로 와락 달려와 가슴 파기를 시도하며 소리내어 울기조차 합니다.

 

전혀 죽여달라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던 여러분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정말 죽을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죽지요.

이렇게 호들갑 떨고 비장의 무기인 가슴파기를 시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자의 눈물...

이거이 사내에게는 쥐약입니다.

 

그러다가 몸을 돌려 탁자에 놓인 작은 칼을 들어 자결을 하려는 듯합니다.

제가 옆에서 지켜보니 칼을 칼집에 든 채로 들더군요.

칼집에 들어 있는 칼은 아무리 찔러도 눌린 자국 외에는 전혀 상처를 주지 않습니다.

빈총 맞고 죽은 사람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도 이러면 남자는 약해지지요.

얼른 동탁은 초선의 손에 들린 칼을 빼앗아 버립니다.

 

동탁은 초선을 만나고 난 후 세상 사는 맛을 음미하고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으로

살고 있는데 죽여달라니요?

천부당만부당한 일이 아닙니까?

여포가 주는 듬직함도 좋지만 동탁을 매일 새롭게 리모델링해 주는 초선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겁니다.

양손에 떡을 쥐고 있는 느낌입니다.

 

얼마나 착하고 동탁만을 생각하는 초선이옵니까?

이런 일편단심 민들레와 같은 여인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큰 죄를 짓는 일이랍니다.

 

동탁은 "알았쪄~ 없었던 일로 하마~ 그놈의 절영의 연회에서 왜 불은 꺼져가지고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구먼....

불 담당하는 놈을 먼저 주리를 틀어야 하겠구먼."

 

동탁은 초선을 데리고 그동안 장안성 황궁보다 몇 배나 더 크고 호화롭게 지은 

미오성이라는 곳으로 거처를 옮기고 법원의 10km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아

여포의 접근을 원천봉쇄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되면 여포는 완전히 새 됐습니다.

중간에 말을 전한 이유는 바보 멍청이가 되고 말았지요.

여포는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이유를 들어메치기 한 판으로 메다꽂습니다.

올림픽 유도 경기에서 가장 볼만하고 화려한 기술이 바로 들어메치기 한 판이지요?

그나마 지금까지는 동탁 몰래 초선을 만났고 밀어도 나누었는데 미오성으로 옮겨버리면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오잖아요.

 

그리고 자빠진 이유에게 달려들어 마구 때리며 그 이유를 묻습니다.

아무리 맞아도 이유도 맞는 이유를 알기에 다른 이유를 대지 못하고 맞기만 합니다.

에효~ 그놈의 절영의 연회가 뭔지...

덜수라는 장수는 왜 장왕의 애희를 희롱하여 이렇게 이유를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미오성에서 두 사람은 마치 신혼생활과 같은 꿀이 흐르고 깨가 쏟아지는 꿈같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때 장안의 깨 값이 폭락해 깨 장사가 우울했다고 합니다.

미오성은 철옹성으로 지었기에 어느 누구도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이죠.

 

이게 바로 신선과도 같은 생활입니다.

그들의 사랑놀이는 밤과 낮을 가릴 필요도 없습니다.

또 주위의 산과 강은 그들 둘 만의 사랑을 키우고 추억 만들기의 아주 좋은 장소입니다.

 

주위를 모두 물리고 둘 만이 거닐며 장소의 제한도 받지 않습니다.

이런 곳이 바로 파라다이스입니다.

두 사람의 행동은 제약이 없는 원초적 본능에 따라 그냥 마음이 동하는 대로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됩니다.

 

노심초사하며 한 평생을 살아온 동탁에게는 요 며칠이 정말 꿈결 같습니다.

늘 크고 작은 전쟁터를 누비며 살아왔던 동탁이 아니겠어요?

 

게다가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태사의 자리에 올라있다 보니

늘 불안한 생활을 연속이 아니겠어요?

최근에는 황제에게 선양을 받아 황제에 오르려는 계획을 했기에 이를 눈치챈 여러 사람이

자신의 생명을 노리기까지 했잖아요.

 

최근에 조조란 놈이 왕윤의 칠성검을 들고 들어와 자고 있는

동탁의 목을 따려는 사고까지 있었거든요.

그 일로 조조는 고향으로 튀고 말았지요.

 

살아가며 행복을 느끼고 사람 사는 세상을 알아간다는 일....

결코 멀리 있거나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행복이란 바로 우리 주위에 늘 있는 일인데 우리가 알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있습니다.

 

이런 초선이를 이유의 말만 듣고 여포에게 보내려고 잠시라도 생각했다는

것이 후회스럽기까지 합니다.

무릉도원, 유토피아, 파라다이스, 샹그릴라... 이 딴 게 뭐 대수랍니까?

초선이만 곁에 있으면 바로 그곳인데요.

 

그런 꿈과 같은 시간이 조금 흐르자 어느 날 궁궐에서 황제의 명이 도착합니다.

"사랑에 빠진 그대 환궁하라!

급한 일이 있어 태사의 의견이 반드시 필요하다.

안건은 제위 양도에 관한 건으로 그대의 의견이 반드시 필요하고 초선이와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그대의 마음도 보여주기 바란다.

 

지금 황제의 병환이 위중하여 촌각을 다투는 일로 내일 아침에 바로 입궐을 바란다."

그리고 황제 헌제의 직인이 꽝~ 하고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도 많지 않은 젊은 황제가 아프다고요?

그게 조금 마음이 걸리지만, 선양을 하려면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많은 이유 중에 아프다고 하는 게 제일 좋기는 하네요.

 

오잉? 이게 무슨 말입니까?

제위 양도라면은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는 일이 아닙니까?

오매불망 기다리던 일인걸요?

이렇게 급작스럽게 일이 이루어지다니 오히려 불안합니다.

 

아무래도 입궐을 하게 되면 양위부터 시작해 그동안 밀렸던 나라의 대소사를 처리하려면

며칠이 걸릴지 알 수가 없으니 두 사람은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소첩을 이곳에 혼자 오래 두지 마세요.

혼자는 넘 무쩌워요.

늦으시면 아마 소첩이 Honey를 기다리다 돌이 된 망부석이 되어있을는지도 모릅니다." 

 

망부석이라니요?

아무리 머리가 돌이라도 동탁은 망부석의 재료가 돌이라는 것은 압니다.

초선이 돌이 되겠다는데... 

 

초선의 말을 듣는 동탁은 초선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꼬옥~ 깨물어 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하여 망부석이 될 수도 있는 여자....

네~ 흔치 않습니다.

가끔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아주 희귀한 돌연변이 같은 이야기입니다.

아무나 돌이 된다면 초선은 이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남자는 여자가 이렇게 당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면 정말인지 알고 정신줄을 놓습니다.

이래서 세상에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 때 남자는 천하를 다스리게 만들었고

여자는 남자를 다스리게 만들었나 봅니다.

 

"알았쪄! 짐이 금방 돌아 오리다.

(헉! 짐이라고요?)

그러니 황후는 과인이 제위에 오를 때 연락을 할 예정이니 준비하시오."

이번에는 초선을 황후라고 부릅니다.

 

벌써 황제가 자기를 지칭하는 짐이라는 말과 과인이라는 말 그리고 황후라는 말을 연습해 봅니다.

이렇게 연습해보니 정말 동탁은 자신이 이미 황제의 자리에 오른 듯합니다.

두 사람은 마치 이별이나 하는 연인처럼 밤을 불태우고 오버를 합니다.

 

잠자리에 들며 화려한 즉위식을 떠올리고 옆에 초선이를 대동하고 한 걸음씩

발을 옮기는 상상도 하니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어렸을 때 소풍 전날처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잠을 자려고 하니 왜 정신이 더 또렷해지는 겁니까?

혼자 실실 웃기도 하고 만조백관이 모두 자신에게 하례를 올리는 모습도 상상이 됩니다.

즐거운 상상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미련한 동탁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합니다.

 

이날 밤 동탁은 내일 황제에 오르는 생각에 초선이와의 거사에 너무 힘을 쏟아 오버페이스를 합니다.

젊은 시절의 오벼페이스도 다음 날 힘이 부치는데 동탁 나이 50이 넘고 보니...

 

드디어 새날이 밝았습니다.

날이 밝자 동탁은 군사와 시종을 거느리고 황금마차를 타고 장안으로 향합니다.

사실 황제의 행차나 다름없습니다.

위풍당당....

수천 명의 호위와 하인을 대동하고 미오성을 나서 장안성으로 행차합니다.

도로 양쪽에 있는 모든 상가는 차일로 가리게 하고 갑니다.

 

황제보다도 더 큰 힘을 지닌 태사 동탁의 행차는 멀리서 보고 있는

제가 봐도 정말 폼이 납니다.

가는 도중에 동탁이 탄 마차 바퀴가 펑크가 납니다.

마차 바퀴 펑크 났다는 소리를 처음 듣는다고 따지지 마세요.

 

호사다마라고 하나요?

기분이 찝찝하지만 다른 마차로 갈아타야죠.

도로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그 지역 촌장을 처형하라고 하고요.

 

그날은 유난히 안개가 자욱이 끼어 하늘에 해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동탁은 속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아~ 오늘은 날씨도 매우 불길하구나...

오늘처럼 경사스러운 날 하늘은 야속하기만 하구나...

즉위식은 다시 날을 잡아해야겠지?"

 

원래 예전에 어렸을 때 소풍 가는 날은 꼭 비가 옵니다.

어느 학교나 이런 전설이 있지요.

가을 소풍이니까 가을의 전설 정도는 되겠네요.

처음 학교를 지을 때 땅을 파다 보니 큰 구렁이가 나옵니다.

공사장 인부들은 그 구렁이를 죽여버리지요.

 

그래서 학교에서 소풍을 가거나 운동회가 열리는 날 어린아이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 벌어집니다.

가을의 전설은 어린 영혼들을 매우 슬프게 합니다.

동탁도 미오성을 지을 때 아마도 그런 일이 있었을 거예요.  

 

순간 태양 점차 밝아지며 주위에 무지개처럼 해무리가 보입니다.

"보라! 구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길조이니라~

황제가 되는 짐을 하늘의 태양이 무지갯빛으로 찬양하는 길조가 아니겠는가?"

 

사실 갖다 붙이면 길조가 되고 흉조가 되는 게 우리네 삶입니다.

꿈 해몽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겁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뒤에 바짝 붙어 다니는데

우리가 쉽게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초선의 애칭이 무엇입니까?

네 맞습니다.

달도 초선의 미모에 부끄러워 구름 속으로 숨었다는 폐월(閉月)입니다.

그럼 오늘 같은 날이면 폐일(閉日)이 되는 것입니까?

오늘 중국 여인들 모두 미인 되는 날입니까?

아니면 동탁의 황제 즉위를 일컫어 후세 사람들이 동탁을 폐일이라고 부를 겁니까.....

 

내일 동탁의 모습을 다시 보기로 합니다.

이제 분위기를 보니 동탁의 최후가 가까이 왔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