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이야기 8 - 절영의 연회

2009. 9. 9. 00:17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여포는 일단 튀고 봅니다.

초선을 만난 후 여포의 인생은 꼬이기만 합니다.

초선과 여포의 밀회모습을 동탁은 여포가 초선을 희롱한다고 생각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옵니다.

동탁은 창을 집어 들고 뒤를 쫓지만 늙은 동탁이 젊은 여포를 쫓는다는 일은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여포는 그 길로 적토마를 타고 미친 듯이 장안 시내를 달립니다.

신호위반은 물론 중앙선을 넘나들고 추월에 교통경찰 말이 제지하기 위해

추격을 했지만, 여포가 탄 말이 바로 적토마가 아닙니까?

같은 1마력 말이지만, 적토마는 엔진을 튜닝해 손보았기에 100km 도달 시간이

2초대로 여느 말의 2분대와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폭주족 적토마입니다.

여포가 스트레스 푸는 방법 중 하나가 폭주족 적토마를 타고

스피드를 즐기는 것이죠.

이렇게 완전한 컨버터블 馬를 타고 스피드를 느끼며

달리면 스트레스가 확 풀어지거든요.

 

동탁은 헥헥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돌아와 보니 초선이 침상 머리맡에

엎드려 울고 있는데 "혹시 여포가 우리 Honey를 욕보이기라도?"

"소첩이 방에서 얼후라는 악기를 만지고 있는데 여포가 갑자기 들이닥쳐

태사께서 지금 봉의정 정자에 계시다며 데려오라고 했다 하길래

아무 의심없이 그곳으로 따라갔습니다.

 

 원래 불심검문을 하려면 최소한의 예의로 '잠시 검문 있겠슴다.

협조 부탁함다.'라고 해야 하는데 그런데 여포가 갑자기 사랑에 굶주린

색마로 돌변하여 제 몸을 욕보이려고 여기저기 사전 양해도 없이

불심검문하며 들어 오길래 타고난 순발력으로

몸을 피하던 차에 태사께서 타이밍을 맞추어 딱 오셨습니다.

 

만약 태사께서 조금만 늦게 도착하셨더라면 저는 제 몸을 지키기 위해

연못에 몸을 던져버렸을 겁니다.

태사님~ 저를 멀리 데려가 주세요,

여포가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요,

 

이곳에 계속 있는다면 언제 여포가 다시 마수를 뻗어 저를 또 욕보일는지

모르는데 태사께서는 제가 몸을 지키기 위해 설마 몸을 던지는 꼴을

보고 싶으신 것은 아니겠쮸?"

이런 말을 듣고 보니 동탁은 초선을 그냥 두었다가는 여포가 당장 달려들어

욕보이기라도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에 미치지 동탁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울그락불그락합니다.

 

동탁에게는 네이버 지식에 물어봐도 안 나오는 지식이 머리에 가득 든

이유라는 책사가 있습니다.

마침 그때 이유는 씩씩거리는 동탁을 보자 무슨 이유인지 이유가 이유를 묻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이유가 태사 동탁에게 말합니다.

 

"태사님~ 노여움을 가라 앉히세요.

지금 당장 여포를 치는 것은 여반장처럼 아주 쉽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손바닥 뒤집기라는 말보다 여반장이라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포를 치는 것보다 여포를 곁에 두셔야 황제의 길로 빨리

그리고 쉽게 가실 수 있습니다.

왜 쉽고 빠른 길을 초선이 하나 때문에 망치려 하십니까?

여포는 따런께서 황제의 길로 가는 급행표입니다.

 

태사님 절영의 연회라고 아십니까?"

"그게 뭔데?"

무식한 동탁이 알기는 쥐뿔을 압니까?

평생 전쟁터만 누비고 나쁜 짓만 골라하며 살았잖아요.

 

"절영의 연회라면 혹시 질펀한 연회 말이냐?

질펀하게 놀아버리는 그런 연회 말이다.

그런 것이라면 내가 전공인데..."

머리에 든 게 없으면 3대가 고생한다는데...

 

"태사! 절영의 연회란 초나라 장(莊) 왕의 이야기입니다.

언젠가 장왕은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장수들을 위해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불며 연회장의 불이 꺼져버렸습니다.

 

장군들은 어둠 속에서 시시덕거리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더랬지요.

원래 전장을 누비는 장군들에게는 이런 광경이 재미있기도 하고 즐겁기까지 하지요.

매일 피비린내 나는 죽음과 삶이 이웃하고 있는 치열한 삶 속에서 술이 있고

좋은 안주가 있고 노래가 있고 게다가 아름다운 미희들이 있는 이런 곳은 천국이지요.

 

그런데 그 어두움을 틈타 장군 중 덜수 장군이 장왕이 애지중지하는

애희의 입술을 슬쩍 훔쳐버렸습니다.

원래 훔친 사과가 더 맛있다고 하고 이렇게 왕의 여자 입술을 훔치는 게 달콤하겠지요.

애희는 기지를 발휘해 즉시 머리핀으로 자신의 얼굴을 잡고 쪽쪽거리는 남자의 관에

얼른 꽂아 표시를 해 두었고요.

 

이 말과 동시에 동탁은 속이 뜨끔합니다.

젊은 시절 아직 세상에 동탁이 자리 잡지 못했을 때 여러 장수를 따라다니며

늘 했던 짓이었기에 책사 이유가 마치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본 듯

아주 리얼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애희는 쪼르르 장왕쪽으로 달려가 '폐하! 누군가 어둠을 틈타

제게 못된 짓을 했사옵니다.

제가 그 사내를 뿌리쳤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거칠게 빨았습니다.

기지를 발휘해 제가 그 사람의 관에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얼른 불을 켜시고 범인을 잡아서 빠떼루 주세요.'라고 고했습니다.

 

그러나 장왕은...

'장군들! 불 꺼진 틈을 이용해서 지금 내 애희가 장군들 중의 한 사람으로부터

못된 짓을 당했다고 하는데 나는 내가 아끼는 애희가 거친 장군에게 희롱당했다는

생각에 무척 화가 나나 사내들의 술자리에서는 그런 일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애희도 내가 아끼는 사람이지만, 그대들도 내가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무척 아끼는 내 사람들이오.

 

화가 나지만 그보다도 그대들이 나와 함께 세상을 논하고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오.

그러니 불을 켜기 전에 모두 관을 벗어 감추어 버리고

맘껏 즐기도록 하시오!'라고 했답니다.

 

그 후에 촛불을 켜게 하고 여흥을 이어가게 했다 합니다.

동탁은 이유에게 왜 그놈을 잡아 이유를 묻고 주리를 틀어야지 그냥 내버려

두었냐고 따지고 싶지만, 그래도 머리에 든 게 많은 이유에게는

늘 있어 보여 그의 말을 끝까지 경청합니다.

 

 

세월이 흘러 장왕은 진(秦) 나라와의 전투에서 포위를 당하고 죽느냐 사느냐 하는

위기에 빠졌을 때 그때 말을 탄 장수 하나가 적들을 헤치고 장왕에게 달려와

장왕을 자신의 말에 태운 뒤 바람처럼 달려 적의 포위망을 뚫고 구출을 합니다.

물론 그 장수는 장왕을 구출하여 포위망을 뚫는 과정에 수많은 화살을 맞아

숨을 거두기 직전이었습니다.

 

장왕은 두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구한 뒤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으려는 장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그 장수는 오히려 장왕에게 고맙다고 하며 '제가 바로 그 연회장에서

폐하가 사랑하는 애희의 입술을 훔친 덜수입니다.

 

그날 밤 폐하의 너그러운 마음 때문에 다른 장수들에게 망신도 당하지 않았고

폐하의 노여움도 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폐하께 목숨을 바칠 것을 각오했습니다.'

그런 말을 마친 장수는 장왕의 품에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던 동탁은 속으로 "이유 이 자식 되게 유식하네~

마치 자기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리얼하게 설레발을 풀고 있네"라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그 이야기가 너무 리얼해 반박을 못하고 듣기만 합니다.

 

"후세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끊을 절(絶), 갓끈 영(纓)이라는 말로

절영의 연회라고 한다 합니다.

폐하! 황제의 자리를 원하시옵니까?

아니면 초선을 택하시겠습니까?

뭣이 중헌지 아셔야지요.

 

초선을 택하시면 혼자만 해피하게 필부로 살아가실 것이고 여포가 곁에 있어야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원래 이렇게 유식하게 간언 하는 부하에게는 말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야 합니다.

동탁은 "알았다. 자네가 알아서 여포 문제는 잘 처리하거라."

 

하지만, 동탁은 돌아서며 혼잣말로 중얼거립니다.

"초선이를 댈꼬 해피하게 살아가며 여포를 곁에 두고 황제까지 되는 방법인

1타 쌍피 전략을 강구해야지 브레인이라는 놈이 양자택일만 하라고 하면

저놈은 밥버러지 같은 놈이야~~"

 

그 길로 바로 여포에게 달려간 이유는 자신이 온 이유를 설명하고

곧 초선과의 혼례를 언급합니다.

그러나 너무 앞선 행동입니다.

자네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한 말은 여포를 달래라고 한 말이고,

초선을 생각해 보겠다는 말이지 완전히 양도하여 준다는 말로

이해해 버린 것이지요.

 

초나라 장왕도 그때 있었던 애희의 입술 도난사건을 눈감아 주었지

애희를 덜수 장군에게 시집보낸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유라는 녀석이 아예 초선을 여포에게 보내려고 했잖아요.

 

여포는 바닥에 엎드려 태사 동탁이 있는 곳을 향으로 큰 절을 합니다.

역시 왕윤이 했던 말이 틀리지 않았고 이제야 모든 게 제자리를 찾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날만 잡아 혼례를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혼례식이야 뭐 다 형식적이고 허례허식 아닙니까?

그냥 바로 초선이를 반짝 들어 올려 안고 방으로만 들어가면 되는데....

여포는 생각만 해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내일은 여포와 동탁 사이를 오가며 이간계에 반간계까지 활약하는

초선의 모습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