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이야기 10 - 동탁의 최후

2009. 9. 12. 00:2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동탁이 황금마차를 타고 거들먹거리며 황제가 머무는 황궁을 향해 올 때... 

그 시간 여포는 궁궐 문 앞에 창을 들고 서 있었는데 그러나 어느 누가 보아도 동탁의 아들이

아버지의 호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윽고 동탁이 탄 마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어오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고 있는 저도 정말 대단한 행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궁궐 입구는 보통 때처럼 평안해 보였습니다.

 

동탁은 규정에 따라 마차에서 내려 10여 명의 호위만 거느리고 왕궁 문 입구로 걸어 들어오며

하늘을 다시 바라 보니 여전히 하늘은 짙은 안개로 태양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동탁은 속으로 "젠장... 오늘처럼 경사스러운 날, 왜 하늘은 저 모양이야? 아무래도 불길해...

그리고 이제 황제가 되실 몸인데 왜 걸어 들어와야 하지?

할 수 없지..

내가 솔선수범을 해야 아래 것들이 규칙을 잘 지킬게 아닌가?

좋아! 아주 좋아! 오늘만이니 내가 양보하지 뭐~" 

 

사실 수십여 명의 호위로는 부족한 듯 하지만, 전쟁터에서 몸을 단련한

동탁 그 자체만으로 수백수천의 군사로도 감당하기 쉽지 않지요.

그러나 잠시 후 황제의 관을 쓰고 천하를 호령할 생각을 하니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여포라면 다릅니다.

같은 시각 여포는 얼른 몸을 시위들 뒤로 숨기며 손에 든 미늘창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여포는 수만 명의 군사 사이를 휘집고 다니면 그가 지나간 자리에 마치 예초기를

드르륵 돌려버린 풀처럼 적군이 쓰러지는 그런 장수잖아요.

지금의 예초기가 바로 여포의 방천화극이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 내용입니다.

 

제가 여포의 얼굴을 보니 결연한 의지가 보입니다.

눈은 초선을 되찾겠다고 이글거리고, 어금니는 꽉 깨물고, 손은 땀이 날 정도로

미늘창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사선을 넘나든 여포도 오늘만큼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전쟁이라면 지금까지 수없이 겪은 일이고 뒷산에 산보처럼 생활의 일부라고 생각되어

늘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는데 오늘만큼은 초선이 때문에 긴장이 되는 게지요.

 

아~ 이때 Mission imposible에 나오는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는군요.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입니다.

 

동탁이 왕궁문을 막 들어서자 수문장이 눈짓을 하니 수위들이 왕궁문을 닫아버립니다.

문 바깥에 동탁을 호위한 천여 명의 군사들과 이제 완전히 단절이 되었습니다.

문이 닫히는 것을 신호로 왕궁의 병사들이 동탁 일행을 둘러쌉니다.

사실 천여 명의 군사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여포의 방천화극이 번쩍이면 예초기에 쓸려

자빠지는 풀처럼 되긴 합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겠지만... 

 

문이 닫히고 시위가 창을 비껴 잡고 동탁 주변으로 모여들자 동탁이 소리를 냅다 지릅니다.

"이 무슨 무엄한 짓이야!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무례하게 창을 들고 감히

가까이할 수 있단 말이냐? 나야 이놈들아 나 태사 동탁이란 말이다.!"

 

바로 그때 "태사 좋아하고 있네~ 동탁인지 목탁인지 알게 뭐야~"하며 갑자기 여포가 바람처럼

시위들 사이로 뛰어나와 순식간에 미늘창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더니 다시 아래로 후려칩니다.

딱 0.5초의 짧은 시간입니다.

동탁의 주위를 호위하던 동탁의 병사 3명이 연이어 목이 날아가고 고꾸라집니다.

순간적으로 동탁과 여포는 서로 마주 대합니다.

 

순간 전장에서 잔뼈를 키운 동탁이 상황 파악을 하고 소리칩니다.

 "네 이놈! 네가 감히 아비에게 어찌 창을 겨눌 수 있단 말이냐~"

 

여포가 능글맞게 답합니다.

"지금 저보고 아비라꼬 했슴니꺼? 장인이신 왕윤이 우리 사이는 부자지간이 아이라카데예~

당신이 여동탁이 아니고 제가 동여포가 아닌데 우찌 부자지간이라고 우깁니꺼?

그라고 부자지간에는 아비가 자식의 여자를 슬쩍 보쌈해 갈 수 있단 말입니꺼? 얼척없지예~"

 

이것은 여포가 무식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제대로 가르쳐 사람 만들어 놓겠습니다.

중국에서는 가끔 있는 일이니까요.

당 현종은 비록 친부일지라도 자기 아들의 애첩인 양귀비를 꿀꺽했으니까요.

 

"이 문디자식! 그럼 네 놈이 지금까지 아비의 애첩인 초선이를 마음을 두고 있었더란 말이냐?

천하에 썩을 놈~"

 

"와 욕은 하고 그랍니꺼~ 지금 초선이를 애첩이라꼬 했습니꺼? 초선이와 지는예

서로 장래를 약속하고 마음을 두고 사랑하고 있다 아입니꺼~ 우리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렇게 더러운 입으로 매도를 하믄 안 된다 아입니꺼~"

 

"미친놈... 사랑? 지고지순 좋아하고 자빠졌네! 세상에 아비 여자를 탐하는 놈은 네놈뿐일 게야~"

 

네~ 두 사람의 대화는 근본적으로 다른 곳에서 출발을 하고 있기에 선문답을 하고 있습니다.

초선의 완벽한 2중 플레이의 결정판입니다.

이런 상황까지 몰고 온 초선의 연환계가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의미겠죠.

 

초선이의 완벽한 이중 플레이에 두 사람은 완전히 착각을 하고 대화를 하니

이는 초선이의 완벽한 승리고 초선이의 주도면밀한 작품의 결정판입니다. 

그때 주위에 있던 동탁의 호위병 수십 명이 달려들려고 하자 여포도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고 판단하고 결단을 내립니다. 

 

이때 여포의 입에서 나온 말... "야 이놈 동탁아! 이 버러지 보다도 못한 놈~" 하며 미늘창을

하늘 높이 들어 내리치려는 순간 0.1톤이 넘는 육중한 동탁도 그동안 전투에서

잔뼈를 키웠기에 가볍게 피합니다만 그래도 여포의 미늘창이 동탁의 배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5 겹살보다도 더 굵은 동탁의 배에서는 선혈이 낭자합니다.

또 죄송합니다.

무식한 여포라 입에서 욕만 나옵니다.

같은 말이라도 역사의 심판이니, 정의의 이름으로 단죄니...

뭐 이런 말로 포장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래서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좋은 학군 찾아다닌 맹모삼천을 비난만 해서는 안 됩니다.

 

흘러내린 피로 황제의 곤룡포보다도 더 비싼 옷이 금방 벌겋게 물들어 버립니다.

순간 동탁은 죽음이라는 공포에 휩싸입니다.

동탁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죽음에 직면하면 공포를 느끼게 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생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시 여포는 미늘창을 높이 들어 예초기의 칼날처럼 rpm 2.500이 넘는 속도로 휘두르니

아무리 전장을 누빈 동탁이라도 젊은 여포의 창을 피할 수 없습니다.

 

여포의 입에서 "빠쌰!!!"라는 소리와 함께 미늘창이 햇빛에 번쩍하는 순간...

동시에 동탁의 입에서 "어이쿠~"하는 외마디 소리가 들리더니 앞으로 푹 고꾸라집니다.

아울러 "여포 이 개 같은 놈~~(用狗)"이라는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여포가 처음으로 동탁을 만나 뒤로 튀지 않고 앞으로 전진했습니다.

동탁의 나이 54세, 초평 3년 4월 22일 오전 11시 50분부터 겨우 10분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의 시신을 성문 앞에 매달려 놓았고 누군가 그의 배에 심지를 꽂아 불을 붙였는데

워낙 기름진 배라 시신은 석달 하고도 열흘간 탔다고 합니다.


모종강이라는 사람이 삼국지연의에서 동탁의 최후를 평한 시를 소개합니다.

伯業成時為帝王(백업성시위제왕) 천하를 거머쥐어 성공하면 제왕이 되고,
不成且作富家郎(불성차작부가랑) 실패해도 부자는 될 줄 알았지만,
誰知天意無私曲(수지천의무사곡) 하늘이 용서치 않을 줄 누가 알았으리.
郿塢方成已滅亡(미오방성이멸망) 미오성을 쌓자마자 멸망하는구나.
 

극장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면 모든 관객이 박수를 칩니다.

죽으면서 박수를 받는다는 일.... 정말 슬픈 일입니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며 박수를 받고 싶습니다만 이런 박수는 받고 싶지 않겠지요?

박수는 내일까지 이어집니다.